▲홍지원씨와 아이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만들어야죠."
강진아
육아정책을 몸으로 겪고 있는 주부로서, 그녀는 '다양화'된 정책을 주문했다. 부모들의 삶이 다양한 만큼,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육아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녀는 공동육아와 어린이집의 중간 형태를 넌지시 제안하기도 했다. 공동육아는 학부모들이 조합원이 되어 출자금을 내고, 재정, 홍보, 시설 등 운영에 직접 뛰어들어 선생님들과 공동 운영을 하는 방식이다.
"저는 36개월까지 아이를 곁에서 돌보고, 40개월부터는 '공동육아'를 계획하고 있어요. 주변 우이동에 공동육아 하는 곳이 한 곳 있어서 학부모 면접도 보고 입학금도 냈죠. 어린이집은 부모가 아이를 맡기면 늘 '아이가 잘 놀았다'는 이야기만 하잖아요. 하지만 공동육아는 부모들이 공동으로 직접 참여해서 모두 함께 기르는 거예요. 실제 번거로울 정도라고도 하지만 부모자식 간 유대관계나 아이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하더라고요."그녀는 동네에서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보거나, 선생님을 초빙해 놀이를 할 수 있는 교류 공간이 여러개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옛날 '품앗이' 랄까요? 박원순 시장이 마을공동체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런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을 같이 돌볼 수 있는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놀 장소가 필요한데 저희 동네는 놀이터도 없어요. 이웃이랑 교류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옆집에 가서 먼저 똑똑 두드리기 쉽지 않거든요. 지금은 마을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졌잖아요."그녀는 이스라엘에서 공동육아를 하는 키부치 제도를 예로 들며, 아동발달 과정을 지켜보는 동시에 양육자의 상태를 살피는 관리 시스템을 언급했다. 지금처럼 발을 동동거리는 육아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친정엄마의 잔소리 수준이 아니라, 누군가 집에 찾아와 육아 방법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묻고, 같이 고민하며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죠. 육아 경험은 누구나 다 겪는 거예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실제 얘기를 듣고 육아 현실의 포인트를 잘 짚으면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육아 이후, 30대 여성의 삶 고민하는 정책 없어""주부라고 하면 경제활동자의 백업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뭔가를 하려해도 저희에겐 아이 때문에 '아, 너희는 안 되지?' 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거죠. 틈을 안 주는 거예요. 하지만 아이를 돌보고 남는 시간에라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히 있거든요."육아에 관심이 많고 신경을 쓰는 홍씨이지만, 그 역시 힘 넘치는 청년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봉사활동을 하고 관심있는 강의를 찾아다니는 것도 육아 이후에 자신이 선택해서 살아야 할 삶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바깥에서 신분을 밝힐 때도 주부보다 자원활동가나 자유기고가로 쓴다고 말했다.
"30대 여성의 삶을 고민해주는 정책이 없어요. 예를 들어 제가 취업하려면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게 있죠. 어린이집, 노인 요양, 간병, 학원강사… 하지만 그것만 선택하는 건 아니잖아요. 30대에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운 사람들이 다시 뭔가를 하려 할 때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거죠. 주부들이 20대에 하던 일을 육아 후에도 하고 싶다면 단절하기보다 계속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요. 청년 범위를 넓혀서 보면, 훨씬 더 적극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을 듯 해요. 일례로 청년 창업지원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싱글맘에 대한 창업지원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마지막으로 그녀가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말했다.
"아이를 전적으로 돌봐야 하는 시기도 있지만, 저는 그 시기가 차츰 지나가고 있어요.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하는데, 제가 고민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고, 노력하고 실패해볼 수 있는 것들이 제 앞에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부지만 30대 청년인 제가 저만의 삶을 꿈꾸고 도전하는 게 자연스럽게요. 그 과정에서 제가 사회에 잘 쓰이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기나긴 인터뷰가 끝나고, 어느새 자고 있던 아이가 깨어나 엄마에게 집에 가자고 졸라댔다.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며 유모차에 아들을 태우던 홍지원씨가 한 마디 덧붙였다.
"저도 육아 이후를 꿈꾸는 30대 청년이랍니다!" 덧붙이는 글 | 강진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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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애때문에 안 되지?"... 이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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