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누들로드>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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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을 기획할 때부터 '한국판 누들로드'를 자처하며 우리나라에 국수 요리가 시작된 것은 언제일지에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 1470년 <산가요록>에 보면 국수 요리법이 등장하는데, 가루를 어찌 만드는지부터 시작해서 반죽을 어찌 하는지 등이 매우 상세히 기록돼 있다. 밀가루가 고기보다 귀하던 그 시절에 밀가루를 고기처럼 가늘게 썰어 끓인 '육면' 같은 특이한 음식도 소개돼 있고, 이를 통해 국수가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았는지도 알려준다.
왕실에서야 그 귀한 국수가 별날 것도 없었을 터, 맵고 짠 것을 잘 못 먹었던 고종은 슴슴한 맛의 국수를 찾았다 한다. 특히 밤잠을 못 이룰 땐 배를 많이 넣어 국물김치에 말은 냉면을 야식으로 즐겼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가 혼례 때 국수를 먹는 이유에는 신랑신부가 오래 살란 뜻이 담겨있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실질적인 이유는 반찬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많은 손님 대접에 용이하단 사실도 있다.
모든 음식의 전파 경로가 그러하듯 국수는 궁중에서, 양반가, 중인, 서민에게로 퍼져나갔다. 육수 낼 고기를 마련하기 어려웠던 서민들은 농한기에 메밀국수를 만들어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었는데, 지금 메밀막국수의 맛이 동치미에서 비롯되는 것을 보면 꼭 비싸고 좋은 재료만이 국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국수도 시대에 따라 맛과 기호성이 달라진다. 냉면부터만 봐도 그 같은 사실을 알 수가 있는 것이, 냉면이란 표현은 1900년대에 나온 것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냉면은 여전히 존재하더라도 그 맛은 당시와 다르다. 그 이유는 세월과 더불어 그 시대 사람의 입맛에 맞춰 이것저것 추가하는 고명과 김 가루 같은 것들 때문이다. 결국 아무리 전통식이라 해도 처음과 같은 맛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며, 음식 맛의 기본은 지키되 시대의 입맛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래서 어렵고 험난한가 보다.
그간 우리는 서양의 국수에 심취하느라 정작 우리 국수의 귀함을 알지 못했다. 그저 쌀 대신 값이 싼 국수를 먹는다는 생각, 빨리 먹을 수 있는 간식 정도로만 여겨왔다. 콧등치기 국수, 사과국수, 꿩국수 등 각 고장마다 향토 국수가 많은데도 이것을 세계화 시킬 생각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의 국수는 그저 포장마차에서 해장용으로 먹는 것 정도로 전락했고, 예부터 혼례음식이었음에도 지금은 갈비탕에 밀려나 있는 이 상황을 빨리 개선해서 다양한 우리 국수의 명맥을 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이 시대 국수의 사명을 알려준다. 국수는 그 지역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지기에 그 지역의 토산물을 더욱 알릴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강원도의 메밀국수, 충청도의 생선국수, 경북 안동과 전북 익산 같은 내륙 지방에서는 콩이나 팥을 이용한 국수 등 수많은 토속 국수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기에 국수를 세계화 시키는 것은 그 지역의 토산품을 세계화시키는 것과 같다. 그저 한국의 이미지만 덧붙인 채 서민들이 평생 먹어보지도 못하는 신선로 같은 음식을 한식의 세계화라 부르짖는 것 보다는 국수의 세계화가 어쩌면 더 현명할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누들로드 - 국수따라 방방곡곡
김미영 지음,
브레인스토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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