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북아현 강제철거 중간’ 수요촛불문화제가 열리던 지난 7일, 북아현 1-2 구역에 사는 세입자 심씨의 집에 철거업체 직원이 문을 따고 들어와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 예고’장을 놓고 갔다.
전민성
구럼비 바위, 용산, 북아현에는 ▲ 삼성과 대림이라는 건설사 ▲ 많은 불합리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강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 ▲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제주에서 정부·대림·삼성이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기 시작하던 지난 7일,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는 강제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5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그리고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던 북아현 1-3구역과 접해있는 북아현 1-2구역에서는 이 구역의 철거업체 직원이 임의로 한 세입자의 집을 주인이 없는 사이 잠긴 문을 따고 들어와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 공고'를 놓고 간 일이 있었다.
4층 연립주택 지하에 살고 있는 어머니 조아무개(74)와 아들 심아무개(48)씨는 차상위계층으로 두 사람 모두 장애인이다.
몇년 전 중풍으로 중환자실에 있다 나온 어머니 조씨는 거동을 못하고, 아들 심씨는 대학졸업 직후 취업도 안 한 상태에서 당한 큰 교통사고로 공황장애를 앓아 혼자서는 버스조차 탈 수 없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심씨는 현재까지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현재 식사며 생활전반을 복지관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지난 겨울 내내 철거업체 직원은 집을 방문해 '돈을 얹어 줄테니 집부터 계약을 하라'고 종용했고, 엄동설한에 집을 알아보러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허약한 체질의 아들은 상대적으로 몸집이 있는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어야 해서 언덕에 있는 집을 구할 수 없었고, 장애인 택시에 의지해 복지관에서 물리치료를 해야 하는 어머니는 골목 안쪽의 집도 구할 수 없었다.
임대주택을 받으려고 신청을 했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 수급자가 되면 임대주택 1순위가 되지만, 그것도 현재는 어렵다. 직장에서 받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장애를 얻은 큰 아들이 수급자 신청 시 필요한 금융동의서에 서명하는 것을 극구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철거업체 직원은 "일단 나가라, 전동휠체어를 사면 되지 않느냐"는 말만 늘어놓으며 이사를 강요했다.
이제 이곳의 시공사인 'D건설'와 철거업체 'W미래로'는 명도소송을 끝내고, '합법'의 이름으로 이들을 집에서 몰아 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주인이 없는 사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함부로 문을 따고 들어와 '강제집행 공고'를 붙인 것이었다.
"문을 무엇으로 열었는지 모르겠는데, 오후 6시가 넘어 들어오려고 열쇠를 쓰려니까 열쇠가 잘 들어가지 않더라구요. 한두 시간 밖에서 문을 열려고 씨름을 하다가 겨우 들어왔어요."
아직도 심씨가 살고 있는 1-2구역 골목에는 교회의 목사님을 포함한 세 분의 세입자들과 7명의 집 주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심씨는 철거업체가 우선 세입자들에 대한 강제집행을 동시에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