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이 지난달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거부한 파문이 두 기관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파국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 왼쪽은 경기도의회, 오른쪽은 경기도교육청 청사.
김한영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이 지난달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거부한 사태가 두 기관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파국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6일부터 경기도의회 제265회 임시회가 시작되면서 양측의 입장이 충돌해 빚어진 결과다.
경기도의회가 김상곤 교육감의 본회의 공개사과를 강력히 압박하자 김 교육감은 교육행정질문이 예정됐던 지난 7, 8일 이틀 동안 본회의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맞서 경기도의회는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해 파행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기(6~16일)에 당장 시급한 교육관련 의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교육정책 추진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임시회에 올해 1차 추경예산안을 비롯해 각종 조례개정안과 동의안 등 모두 21개 의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특히 내년 3월 광명·안산·의정부 지역 고교평준화 시행을 위한 '경기도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학교군 설정 동의안'은 지난달 임시회에서 처리가 연기됐던 안건으로, 이번 임시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고교평준화는 무산될 공산이 크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전년도 3월 말까지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의안 처리가 보류될 경우 경기도교육청은 이달 중 해당 지역에 대한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고시할 수 없어 내년 고교평준화 시행은 불가능하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경기도의회는 김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제정, 혁신학교 정책 등을 지원하며 그동안 경기도교육청과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기관 파국 위기,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의 새해업무보고 거부 '발단' 그런 두 기관이 어쩌다 파국의 위기를 맞은 것일까. 이번 파행사태는 배갑상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의 의회 새해 업무보고 거부가 발단이 됐다. 의회 회의록을 보면 배 감사관은 지난달 9일 경기도의회 임시회 교육위원회에서 "이재삼 교육의원에게 감사방해와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 의원의 공식사과가 없으면 업무보고를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격앙된 경기도의회는 의회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규정, 즉각 교육감의 사과와 인사조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이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경기도의회의 불만은 증폭됐고, 이번 임시회가 시작되자 교육감의 공식사과를 강력히 압박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이 빚어졌다.
허재안(민주. 성남2) 의장은 임시회 첫날인 지난 6일 본회의에 앞서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의 업무보고 거부는 의회에 대한 도전이자 오만방자한 행위"라며 "김 교육감은 사과는 물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교육감이 임시회 개회 전 허 의장을 만나 유감표명을 했지만 본회의장에서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발생한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의 교육위 업무보고 거부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상곤 교육감의 본회의 공개사과를 강력히 압박하자 김 교육감은 교육행정질문이 예정됐던 지난 7, 8일 이틀 동안 본회의 출석을 거부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10일 경기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교육행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하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김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의 올해 1차 추경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만 하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에 허 의장은 발끈했고, 본회의 산회 후 정기열(안양4) 민주통합당 대표와 정재영(성남8) 새누리당 대표를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다.
논의결과 대응수위는 '강경 모드'로 바뀌었다. 교육행정 질문 첫날인 7일, 2차 본회의에서도 김 교육감이 사과와 인사조치 등의 대책을 밝히지 않으면 경기도교육청을 배제하고 본회의를 진행하기로 방침을 세운 뒤 이를 경기도교육청에 통보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날 2차 본회의 시작 전에 터졌다. 김 교육감이 의회 운영위원장인 정기열 민주통합당 대표를 통해 "교육행정 질문 마지막 날인 8일 3차 본회의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한 상황에서 허 의장이 '7일 사과'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허 의장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이진석 부교육감에게 "어차피 사과를 할 거면 오늘 해라, 만약 김 교육감이 오늘도 사과를 하지 않으면 김 교육감은 물론 경기도교육청 간부들을 본회의장에서 모두 퇴장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통보했다.
당시 김 교육감은 본회의 출석을 위해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교육감으로부터 허 의장의 '강경 메시지'를 전달받고 자존심이 상한 김 교육감은 차를 돌려 경기도교육청으로 되돌아갔다. 이 때문에 이날 교육행정 질문 의사일정은 파행됐다.
이에 허 의장도 의회 자존심을 걸고 강수로 맞섰다. 그는 "김 교육감의 의회 경시를 묵과할 수 없다"며 "김 교육감의 공식사과가 있을 때까지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모든 의사일정을 취소한다"고 선언한 뒤 본회의장에서 부교육감 등 간부 공무원 5명을 퇴장시켰다.
자존심 상한 김 교육감, 의회 출석 안 해경기도의회의 이런 조치에 반발한 김 교육감은 입장을 밝히기로 한 8일에도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3차 본회의 역시 파행됐다. 허 의장은 "김 교육감이 본회의에 출석해 사과하고 의사일정을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김 교육감은 응하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당분간 의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파행사태가 빚어진 뒤 양측은 성명전으로 다시 격돌했다. 상대의 최고 책임자를 정조준해 공세를 폈다. 경기도교육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허 의장의 교육감 공식사과와 감사관 인사조치 요구는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독선에 가까운 권위주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또 "이번 사안은 이재삼 교육의원의 감사 방해와 감사관에 대한 명예훼손성 본회의 신상발언을 사과 받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의회는 교육의원이 관련된 사안의 발생 연유나 전후 맥락에 대해 조사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감사관의 교육위 업무보고 거부는 해프닝성 사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육감이 허 의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8일 유감표명을 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뤄진 본회의장 교육청 간부 퇴장조치는 폭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이 지난달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거부한 파문이 두 기관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파국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경기도의회 제264회 임시회 본회의 모습.
경기도의회 제공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도 성명을 내고 "김 교육감이 불참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는 오만방자한 행동을 보였다"면서 "이는 1200만 도민의 대의기관인 경기도의회 존재를 부정하는 명백한 도전행위"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파행사태는 경기도의회의 강경한 대응과 경기도교육청의 유연하지 못한 감정적 맞대응이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김 교육감이 8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상황에서 허 의장의 성급한 '7일 사과' 압박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의장은 "김 교육감에 대한 본회의 사과요구는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다"면서 "김 교육감이 8일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의장단 논의를 거쳐 어차피 사과를 하기로 했으면 하루 앞당겨 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의장은 "그러나 김 교육감은 이틀 동안 사유서 제출도 없이 본회의 출석을 거부했고, 8일 본회의가 끝날 무렵 나와서 사과 한마디하고 모든 것을 정상화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도 거부했다"면서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의사일정 중단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육감은 1차 본회의 때부터 세 차례나 사과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거부한 것인데도, 대변인은 감사관의 업무보고 거부는 해프닝이고, 간부 퇴장조치는 폭거라고 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파행사태 해법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풀어 정상화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사태해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경기도교육청 "임시회 회기 중 도의회에 대한 업무 정상적 진행"정기열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대표는 "문제가 잘 풀릴 수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파행사태가 발생해 도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다수당 대표로서 책임감을 갖고 빠른 시일 안에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누구보다 이번 파행사태가 하루속히 수습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경기도의회에 제출돼 있는 1차 추경예산안과 고교평준화 관련 동의안 등 당장 시급한 의안들이 이번 임시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주요 교육정책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이홍동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경기도교육청은 도의회 의장의 지나친 요구와 조치로 발생한 의회 파행상황이 빨리 정상화돼 시급한 교육현안이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교육청 간부들은 이번 임시회 회기 중 도의회에 대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이재삼 교육의원 반박..."곧 법적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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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갑상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이 지난달 9일 경기도의회 임시회 교육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거부하며 감사방해 당사자로 지목한 이재삼(경기3) 교육의원은 최근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곧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김상곤 교육감의 북유럽 방문 중에 경기도교육청 예산부서 업무추진비 감사로 논란이 일어 일부 언론에 잇따라 핵심 부서간의 권력다툼으로 보도가 됐었다"며 "그래서 같은 달 26~27일쯤 한 간부 공무원 소개로 한차례 배 감사관을 만나 외부에서 보기에 모양이 좋지 않으니 교육감이 귀국한 후 감사를 진행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배 감사관이 그대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면서 "김 교육감의 혁신교육 이미지에 대한 손상을 우려해 교육의원 신분을 떠나 개인적으로 제안한 것인데, 이 내용이 감사중단 압력과 감사방해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경기도교육청 배 감사관은 교육위에서 내가 여러 차례 감사중단을 요청하고 3개월째 감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만약 내가 감사중단 압력을 넣고, 지속적으로 감사를 방해했다면 권한남용과 업무방해로 고발해야 옳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사실관계가 잘못된 주장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업무보고 거부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라며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 8일 경기도교육청 대변인 성명조차 나 때문에 문제가 된 것처럼 발표한 것을 보고 법적대응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경기도교육청 감사관과 대변인은 내가 3개월 동안 감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월 7일 열린 264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이 본 의원이 감사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묘사된 두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는 등 고의적으로 본 의원을 SNS를 통해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언론에 오르내린 본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달라"고 자청하면서 "경기도교육청 공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의원을 공격한 진상을 조사하고, 조사결과 책임질 일이 있으면 법적 처벌은 물론 의원직 사퇴 등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의원의 여러 차례 감사중단 요청과 감사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한 배 감사관에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편, 속기록에 따르면 배 감사관은 지난달 9일 교육위에서 "작년 10월 24일 예산담당관실 업무추진비 감사로 시작된 분란에도 감사를 원만히 마쳤다"며 "그동안 이재삼 부위원장으로부터 감사를 중단하라는 여러 번의 요청과 핍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의원의 제 개인에 대한 사적 모욕이 계속되고, 감사업무 방해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이 의원의 해명과 공식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감사관으로서 의회에 대한 업무보고를 할 수 없다"고 거부해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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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도교육청 '우호관계' 파국위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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