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본관 앞에 자리 잡은 작은 천막 하나. 자본과 권력 앞에서 너무나 초라하다.
이광수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는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고등교육법(시간강사법)을 통과시키고 지난 1월 26일 공포했다. 그에 따라 시간강사의 시급이 1만 원씩 늘어났다. 그렇지만 사립대학에서는 차액을 국고로 보전해달라며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또 계약 기간은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 법적으로는 교원이 되었지만, 교원이 누리는 법적 권리는 모두 배제하여 교원 아닌 교원이 되었다. 이 교원 아닌 교원은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연금법상에서 제외되고, 해고가 되는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할 권리도 없다.
교수회의 참석이나 교과 과정 결정, 방학 중 강사료, 연구비 등에서도 제외될 것이기 때문에 이전의 시간강사와 아무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교원이라는 껍데기만 뒤집어 쓴 치욕스런 법적 지위다.
그런데 정부는 왜 느닷없이 이런 법안을 만들었을까? 문제의 시발은 국회 앞 천막 농성으로 대표되는 시간강사의 법적 교원 지위 회복 투쟁에 있다. 당시는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가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한 지 1500일을 넘긴 시점이다. 이 농성은 많은 시민의 양심을 울렸고, 급기야는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기까지 했다.
그 사이 시간강사 세 분이 자살을 해 투쟁은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교원으로서 일을 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라는 그들의 피맺힌 절규를 정부가 마냥 외면하기엔 곤란한 지점까지 왔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만들어 낸 것이 이 법안이다.
앞으로 어떤 대학이 교수를 채용하려 하겠는가 그런데 정부로서는 법정 교원을 충원하면 돈이 많이 드는데다가, 사립 대학과의 알력이 커져 우군을 잃을 공산이 크고, 많은 시간강사를 재갈 물릴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교원 지위를 회복시켜서는 안 되는 입장이다. 그래서 시간강사에게 교원 자격을 주고 교원 충원률을 올리겠다는 꼼수를 발동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권장 법정 교수 충원률을 61%로 해놓았다. 그래서 각 대학은 법정 교수 충원율 밖의 교수는 시간강사로 쓴다. 현재 전국 대학의 정규 교원 충원률은 평균 55%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법안에 의거하여 2013년부터는 시간강사의 강의 9시간을 충원률 20% 이내에서 법정 교수 1인을 임용한 것으로 쳐준다. 그러면 앞으로 어느 대학이 교수를 뽑겠는가?
9시간을 강의하는 강사 1인이면 교수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데 정신이 돌지 않고서야 강사 대신 교수를 채용할 대학은 없을 것이다. 현재 교수와 강사는 급여 차이는 보통 10에서 15배, 심하면 20배 정도 난다. 주당 9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교수가 연봉 1억을 받으면 강사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시간강사들의 투쟁,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