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 가는 길조망 바위에 오르고 있다.
포도원등산선교회
숲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았나 보다. 봄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렇게 오고 있다. 서서히 언 땅을 녹이고 나무들은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면서 봄을 움 틔우고 있다. 봄의 기미가 감지된다. 흐린 날씨에도 숲길 걷는 사람들 모습은 그 빛깔이 다채롭다. 색을 입은 등산복들의 움직임이 밋밋하고 앙상한 산 빛에 색을 입힌다.
숲에 드니 계곡물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우리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 쉬다 반복하며 다시 걷는다. 잠시 앉아 쉬는 동안 가져온 간식들을 꺼내놓고 먹는 즐거움도 크다. 막간을 이용해 자기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갈수록 산길은 점점 가파르고 숨이 차다. 산 조릿대 길로 이어지고 바위를 오른다. 좁은 산죽 길을 오르고 오르다가 싸락눈이 휘날린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 내려오는 싸락눈이 머리 위에도 길에서도 머리 위에도 옷에도 길 위에도 내려앉았다.
금정산은 재미있다. 지리산만큼은 고도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제법 산이 우뚝한 데다 산 들머리도 많고 표정이 풍부해서 다채롭다. 금정산을 수없이 오르내렸건만 언제 와도 좋다. 이 길은 처음 걷는 길이다. 산죽 길 이어지다 높은 조망바위에 다다랐다. 제법 탁 트인 조망에 가슴이 뻥 뚫린 듯 상쾌해진다. 잠시 바위 위에서 망중한, 계속 오르막길 이어진다.
웅산(雄山)은 설레고, 장산(壯山)은 헐떡이고, 육산(肉山)은 숨차고, 악산(惡山)은 어질하고, 고산(高山)은 앙다물려 지고, 야산(野山)은 허둥댄다'지만, 그 어떤 산이건 산은 산, 힘들지 않은 산은 없다. 어느 산이나 더 힘들거나 덜 힘들거나 조금 차이가 있을 뿐 힘들게 오른다. 가끔 맞닥뜨리는 사람들에게 함박웃음과 함께 전도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