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이 참 많네...그런데 '우리집'은 어디에?

대학로 연우소극장 연극 '서울사람들'

등록 2012.03.16 11:07수정 2012.03.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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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극 서울사람들 중. 저마다의 꿈을 갖고 서울로 모여든 여섯남녀가 고시원 옥상에서 밤의 서울하늘에 감탄하는 장면. 왼쪽부터 람이(고영민), 준희(김희연), 다정(한송희), 경호(권동호), 설련(김미선), 건감(신창주)

연극 서울사람들 중. 저마다의 꿈을 갖고 서울로 모여든 여섯남녀가 고시원 옥상에서 밤의 서울하늘에 감탄하는 장면. 왼쪽부터 람이(고영민), 준희(김희연), 다정(한송희), 경호(권동호), 설련(김미선), 건감(신창주) ⓒ 문성식 기자


그대들은 서울 밤의 야경을 보았는가? 밤을 비추이는 불빛들 사이로 저마다 다른 모습의 건물들이 있다. 그 중에 고시원이라는 곳도 있다.

고시원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알다시피 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몸만 누울 정도의 작은 방에서 책과 씨름하며 기거하는 곳이다. 원래는 그러한 용도이다.


그런데 많은 수의 고시원은 방을 아주 저렴하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묵는 곳으로 그 용도가 변하였다. 시골에서 상경하여 처음 방을 쓰는 사람, 사업에 망한 사람, 갈 곳이 없어 잠시 묵는 사람 등 고시원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러한 저마다의 삶을 표현한 연극이 지금 공연중이다. 연우소극장에서 3월 9일부터 4월 1일까지 공연되는 창작집단 LAS의 연극<서울사람들>(한송희 작, 이기쁨 연출)은 서울사람들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사실 진정성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무엇이 진정성이냐 따지기 전에 우선 그냥 이 연극을 들여다보자. 고시원에 사는 주인공 여섯 명은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사업이 망해 서울로 올라와 택시기사를 하는 전라도 남자 건감(신창주 역), 취업준비로 시끄러운 소리를 절대 못 참는 강원도 여자 준희(김희연 역), 등록금 때문에 야간 알바로 잠이 부족한 제주도 남자 람이(고영민 역), 팔꿈치 부상으로 평생 해오던 야구를 못하게 된 충청도 남자 경호(권동호 역), 연변에서 돈을 벌러 왔지만 힘에 겨운 설련(김미선 역), 예쁜 것들에 휘감겨 일하고 싶어 서울의 백화점에 취직한 경상도 여자 다정(한송희 역). 이 팔도에서 모인 여섯 명은 택시기사 건감만 빼고는 모두 이십대이다.

각자의 목표를 위해 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또한 한 번쯤 겪어본 문제를 그려내기 때문에, 또한 무척 좁은 고시원이라는 극 중 공간을 실제로 좁은 연극 무대에서 아주 가까이 보여주기 때문에 연극 중반쯤엔 보는 것에도 지친다.


a  고시원에서 돈이 없어졌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싸움이 벌어졌다.

고시원에서 돈이 없어졌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싸움이 벌어졌다. ⓒ 문성식 기자


왜? 모름지기 예술이라는 것은 좀 신성한 맛도 있고, 꿈꾸게도 하고, 쉬게도 하고 편해야 되는 것 아닌가? 작은 공간에서 이 연극은 무척 소리친다. 실제로 소리 지르는 대사가 많단 말이다. 삶이 힘들겠지만, 싸울 일도 소리칠 일도 많지만 서울사람들이 모두 이러한가.

실제 삶이 힘들면 좀 예쁘고 좋은 것, 고급스러운 것 오히려 그런 것을 동경하게 되는 것 아닌가. 왜 TV 드라마가 럭셔리 초호화 배경을 한 것이 인기이고, 또 제아무리 서민 가정을 그렸어도 정말로 실제의 서민가정 거실 크기에 비해서 두 배 세 배쯤은 되겠냐는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 그래도 주인공들이 저마다 힘듦을 이겨내고, 또 삭막하던 고시원 생활에서 남녀커플이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한 단계 나아가는 모습에 그래도 마음이 누그러진다.

참, 좋은게 좋은거라고 좋게 봐주고 싶다. 젊은 연극쟁이들이 풀어내고 싶은 주제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모습이 그래도 예쁘게 보인다. 다소 시골스런 제목이라 고향이나 시골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상상을 하며 보게 되지만, 아니면 오히려 도시적인 서울을 상상하면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이 '서울'이라고 하는 것은 꿈을 펼칠 수 있는 누구나 동경하는 그러한 밀집의 장소를 의미하리라.

그러한 꿈을 가진 청년들이 꿈을 가진 서울로 모여든, 아니 서울에 지금 있는 사람들, 즉 서울 사람들을 그려낸 것이다. 이것이 진정성이 아니고 무엇이랴. 고시원 각 방의 생활모습, 옥상에서 쉬는 모습 싸우는 모습, 또 각자의 일터에서 겪는 고충을 손전등 하나로 비추어 그려내며 효율적이고 집중감 있는 무대 구성을 하였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야말로 사실적이다. 지금 이 연극이 가식일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잖은가.

2011/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예술인력사업 선정 세번째 이야기 <서울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었던지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렇다고 꼭 서울사람들만 보시라거나 뭐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창작집단 LAS의 연극 <서울사람들>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3월 9일부터 4월 1일까지 공연된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과 기념촬영 시간도 가진다.

a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과 기념사진 한컷!!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과 기념사진 한컷!! ⓒ 문성식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연극 서울사람들 #창작집단 LAS #연우소극장 #한송희 #이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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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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