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상복' 터진 구청장유종필 관악구청장(사진 왼쪽)은 지난 3월 13일 서울시 자치구로서는 처음으로 다산연구소가 선정한 다산목민대상(본상)을 수상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13일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이 시상한 다산목민대상은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을 기려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엄격히 실사해 평가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관악구와 부산 해운대구 그리고 충남 서천군이 수상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불과 며칠 전에 따끈따끈 상 받은 '자랑질'을 누가 말리리.
"실사단이 암행감찰까지 하면서 세게 조사하더라. 서울 자치구에서 다산목민대상 받기는 처음이다. 지방에선 예산으로 특색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예산이 한정된) 서울 자치구는 사업으로 상 받기 어렵다. 아무튼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도서관'으로 격려를 많이 받았고, 이를 벤치마킹한 자치단체도 30여 곳이나 된다."- 그런데 전국 및 서울시로부터 관악구가 받은 사업평가와 수상 실적을 보면, 첫해인 2010년은 21개 사업/11억 원이었는데, 2011년은 17개 사업/6억 3천만 원이더라. "사업평가의 성적은 좋은데 서울시의 인센티브 사업 규모가 2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어들어서 그렇다."
자랑은 길게, 해명은 짧게! 단순 명쾌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다소 과장되었다. 예를 들어, 관악구청이 연거푸 수상한 서울시의 그물망 복지사업 시상금은 1억5천만 원(2010년)에서 8천만 원(2011년)으로 줄었다. 그러나 옥외광고물 개선사업 등의 시상금은 큰 변화가 없었다.
- 교육혁신특구 사업 중에서 '서울대를 활용한 평생교육도시 건설' 사업은 흥미로운 정책이던데 잘되고 있나? "관악구는 2004년 서울시에서 최초로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어 관내에 평생학습관이 있다. 제가 구청장이 되어서는 '학관협력사업'을 구축했다. 서울대와 연계한 관악시민대학·시민대학원 등이 있고, 서울대 미술관·박물관·도서관·규장각에서 하는 강의는 관악구와 서울시의 예산 지원으로 저렴하게 하는데 수준이 높고 인기가 많다. 서울대와 남부순환도로 변에 있는 평생학습관에서 연간 80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데 인터넷에서 모집하면 즉시 차버린다. 그 밖에도 서울대 체육관에서 하는 건강프로그램, 서울대 사범대에서 운영하는 초중등 학생을 위한 관악영재교육원도 있다. 과학과 수학을 중심으로 물리학 교실·공학 캠프 등이 운용된다."
"임기 내 '관악벤처밸리' 기반 조성에 역점"유 구청장은 '상상력과 창의력만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하지만 구민들은 당장 주거환경 개선 같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로 구정을 평가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만 중시하다간, 구민들에게서 '도서관이 밥 먹여 주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도서관 사업은 궤도에 올라 순항 중이다. 교육 사업은 '175교육지원센터'를 성공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역점을 두는 것은 임기 내에 가칭 '관악벤처밸리' 조성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관악구는 전형적 주거지역이라서 산업시설이 없다. 구로구나 은평구는 군부대 이전 등으로 빈 땅이 많은데 우리는 빈 땅도 없다. 그래서 남부순환로 변에 도시 공간구조를 개편해 도시계획상 '지구중심'에서 '지역중심'으로, 준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할 계획이다.그리고 작년에 공을 들여 낙성대 주변 연구단지를 2배 이상 늘리는 지구단위 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에서 통과되었다. 삼성 R&D센터(지하 4층, 지상 10층)가 2014년에 준공되면 연구원들이 들어와 3000명 정도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다. 그러면 IT, BT, NT 같은 첨단산업과 연계하는 가칭 '관악벤처밸리'의 기반이 조성되는데 이것은 선거공약이었다." - 구청 단위에서 일자리 늘리기가 가능한가?"사실 구청에선 '일자리다운 일자리'를 만들기가 어렵다. 관내에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세스넷'(유승삼 이사장)이라고 있다. 여기와 연계해 창업보육작업을 하고 있다. 또 구청 안에 '일자리사업과'가 있어 강당에서 매년 구인구직 취업박람회를 개최한다.
또 해외 도서관에 가보니 미국에는 '잡(job) 인포메이션' 코너가 있더라. 도서관은 잘 나가는 사람들보다 구직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그래서 도서관에 일자리를 알선하는 '잡 오아시스'를 설치했다. 전문직업상담사 2명을 배치해 상담해주고, 직업 관련 도서 300여 권을 비치해 놓고 있는데 여기를 통해 일자리 구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 구청장은 바쁜 직업인 것 같다. '구청장 24시'는?"보통 오전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운동하러 간다. 관악산에 올라가기도 하고, 서울대 운동장에서 뛰기도 하고, 서울대 체육관에서 헬스나 수영 등등 그날그날 내키는 대로 한다. 나는 단체장 중에서 청사에 가장 늦게 오고 일찍 나가는 타입이다. 9시 전에 출근해 퇴근은 이변이 없는 한 6시 전에 한다. 늦게 오고 일찍 나가니 공무원들은 좋아하더라.(웃음) 그러나 구청장은 집에 누워 있어도 구청장이다. 휴가가 따로 없다. 피고용자가 아니기에, CEO는 집에 있든 뉴칼레도니아에 가 있든 CEO인 것이다."
- 집에서는 좋아하는가?"집에서는 이래도 좋아하고, 저래도 좋아한다."(웃음)
"저는 주민들이 포장마차에서 부르면 안 간다"- 평소 자신만의 주민과의 소통 방법이나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지?"매주 목요일에 '목요 동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날은 제가 동에 가서 새벽에 주민들과 같이 청소하고 여러 단체들과 회의를 하면서 '각본 없는 민원 청취'를 한다. 그 후엔 민원이 제기된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경로당,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집, 공부방 등 각종 복지시설과 수급자 가정에 가서 간담회를 갖고 민원을 청취한다. 작년 1년 동안 청취한 민원이 1천 건이 넘는데 그중 200여 건은 불가능한 것이고 800건은 처리했거나 처리 중이다.
구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발로 할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그런데 주민들은 보통 손발이 하는 일만 원한다. 머리를 써서 좋은 기획을 내고 가슴으로 현장에서 부딪쳐야 하는데 단체장들이 그렇게 길을 들인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친목회나 자율방범대 같은 각종 모임에서 와 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그런 데 찾아다니면 해야 할 일을 못한다. 관내에 동이 21개인데 각종 친목회만 1천 개 이상이다. 저는 구민들께 손발이 할 수 있는 동 단위 행사에는 안가겠다고 했다. 일부에선 반발도 있지만 지금은 많이들 이해한다."
- '구관'들이 친목회만 다녔던 모양이다."구관(전임 구청장)들을 비판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민선 구청장을 뽑은 지 17년이 되어 구관들이 많이 거쳐 갔다. 그런데 구관들이 필요한 곳을 다니지 않고 주로 표가 되는 곳 위주로 다닌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제가 관내 경로당 108개를 다 방문해 160회 간담회를 했다. 그런데 '경로당 생긴 이후로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 찾아오기는 처음'이라고 하는 곳이 많더라. 왜?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가는 곳만 가기 때문이다.
경로당도 천차만별인데 행사가 열리는 곳은 대개 규모가 큰 곳이다. 그런 경로당에는 없는 것 없이 다 있다. 거기 가서 '오래오래 사시라'고 덕담하는 것이 어르신들께 얼마나 보탬이 될까? 그래서 나는 '표'가 아닌 '일'을 중심으로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경로당 간담회 해보니 건의사항만 200개가 되는데 다 처리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우리 관악구에 초등학교 22개, 중학교 16개, 고등학교 17개가 있는데 다 방문해 학부모들과 100번 넘게 간담회를 했다. 학교도 역시 구청장이 온 것은 처음이란 곳이 한둘이 아닌데 그런 곳일수록 대개 열악했다. 왜? 정치인들은 주로 대로변에 있는 큰 학교를 가기 때문이다. 그런 데서 행사가 많으니까 그렇다."
- 취임사에서 "낮은 곳에서 시작하고 그늘진 곳을 살피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했던데 그 일환인가?"민간 복지시설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 구청장이나 국회의원들도 그렇지만, 중앙당 대표도 대통령도 큰 곳만 다니다 보니 맨날 가는 데만 간다.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방과후교실 공부방에 가보니 주위에서 '이런 데는 표가 안 된다'고 하더라. 표만 의식하면 가기 어렵지만 우리가 보살펴야 하는 곳이다.
그 대신 저는 주민들이 포장마차에서 부르면 안 간다. 표를 좇지 않고, 발로 뛰는 구정으로 일로써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제는 주민들도 '목요 동장'을 인정해준다. 과거에도 '1일 동장' 프로그램은 많았다. 어깨띠 두르고, 주민등록초본 떼어주고, 30분 만에 사진 찍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관내에 언덕이 많아 하루 종일 등산화 신고 돌아다닌다. 몸은 피곤하지만 보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