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권우성
이런 문제 제기도 있었다.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문제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지침이 되레 일선 학교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인권조례에 위배되지 않는 한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인권조례를 보면,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의 소지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되지만(12조 6항), 교육활동과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수렴한 학교 규정을 만들어 규제할 수 있다(15조 3항)고 명시돼 있다.
"아침 등교 직후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합하고 하교할 때 나눠주는데, 불법입니까?""안 됩니다." "반 아이들과 학부모들 다수가 동의해서 만든 학급 내 규정인데도 안 됩니까?""자발적으로 참여할 수는 있지만, 일괄적으로 모두 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그럼 100% 동의하지 않는다면 학급 내 규정 자체가 있으나마나잖습니까.""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방식이 아닌, 교육적 지도나 징계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언뜻 들으면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쾌한 답변이다. 그러나 질문을 던진 교사는 수업시간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을 융통성 있게 제어하려다 보면 조례와 일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하소연하는 것인데, 마치 내용을 잘 모르거나 조례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교사라며 나무라는 것처럼 들린다.
자녀에게 휴대전화를 마련해 준 학부모들과, 심지어 한시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들조차 대부분이 주머니에 들어있으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마당에 교실에서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게 과연 그들의 명쾌한 답변대로 '불법'일까. 많은 교사들은 차라리 아이들에게 개별 사물함을 마련해주고, 도난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수합해 보관하고, 점심시간과 하교 시에 배포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교사를 귀찮게 만드는 잡무다. 그런데도 그러한 수고를 기꺼이 감내하려는 건 휴대전화가 수업에 얼마나 심각한 방해가 되는지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조례대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규정을 만들었다면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수는 없는 걸까.
제정 자체에 몽니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인권조례를 정착시키기 위한 교육청의 눈물겨운 노력을 폄훼하는 교사는 없다. 다만, 방식이, 거칠게 말해서,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너무 조급하다. 조례라는 '법'을 무기로, 해설서를 배포하는 등 학교장과 학생부장을 정점으로 하여 일사불란하게 행동지침을 하향식으로 주입하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촌스럽다.
말하자면,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걸 두고 사유재산권 침해 운운하는 건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교육 방식 치고는 우스꽝스럽다는 거다. 외려 그 문제를 두고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토론하고 정하고 승복하는 일련의 과정이, 설령 인권조례에 명시된 조항과 다소 어긋나더라도 더 교육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은 제도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이다인권조례의 적용에 있어 이른바 '융통성'을 허용하면 결국엔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이끌려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은 철저히 묵살되고, 관행에 찌든 교사의 입장이 그대로 관철될 것이라는 우려, 분명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해답이 있다.
교육은 제도가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의 공감과 자발적 실천 의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인권조례는 그 취지와는 무관하게 교사들에게 또 하나의 잡무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모든 걸 인권조례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다. 요컨대, 제도로서 사람을 통제하기보다 사람이 자발적으로 제도에 공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족 하나. 올해 광주광역시교육청 3대 역점 추진 과제 중 교원 업무 경감이 빠지고, 민주인권교육 강화가 새로 추가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업무 경감 사안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교육적인 주제이지만, 교사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추진 과제에 따른 수많은 업무가 쏟아질 테고, 이 역시 학생부장의 몫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학생부장들의 업무 과중이야.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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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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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방해하는 휴대전화... 일괄 관리가 '불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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