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리 대학>에서 진행하는 순무김치 만들기
사회적경제센터
이 과정에서 나는 청년들이 스스로 몸을 다시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경쟁에 치이고 닫힌 몸에서 협동하는 몸으로, 내일의 낙오 공포에 찌든 몸에서 오늘의 만남이 주는 기쁨을 즐기는 몸으로, 타인을 배제하고 기피하는 몸에서 타인과 교류하고 공감하는 몸으로 말이다. 이 몸만들기가 한두 해 쌓이자 2030 청년은 마을을 상상하기 시하는 새로운 몸이 되어갔으며 고향 근처로 돌아가 정주하거나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을 집중 왕래하면서 자기 고용의 일자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더불어 먹고 사는 길이 있으며 이게 나의 행복이라고 깨단한 체험을 또래 청년들에게 쏙쏙 알아먹게 전파하는 OO은대학의 청년들을 보면서 나는 작년 말부터 그들과 같이 지난 경험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OO은대학의 (1) 표준 모판(모델) 보급과 (2) 2030 주체 양성(술래학과) 그리고 (3) 준비된 시니어들과 합동으로 더 많은 시민들에게 마을만들기의 직접적 상상력을 복원하는 1박2일 프로그램(마을출장대학) 등.
이런 노력들이 각 지역의 마을만들기를 준비하는 지역단체와 만나고 지방정부와 만난다면 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겠다 싶다. 이를테면 2030 중심의 OO은대학이 희망제작소의 '지혜로 여는 대학' 어른들과 SVPSeoul의 멘토들과 만난다면 서울의 마을만들기가 난제이긴 하나 미제로 남지는 않겠다는 작은 확신이 든다. 이들 어른들이 사는 각 동네에서 OO은대학 청년들의 방문과 시도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역의 문화공동체 재생과 청년의 몸만들기'라는 주제의식을 OO은대학의 프레임워크이자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할 때마다 초심을 상기시켜주는 푯대를 하나 들자면 E.F.슈마허의 다음 이야기다. 그의 책 <굿워크>는 OO은대학 청년 기획자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며 "坊坊曲曲 Social Quiz OO은대학"의 표준 지침을 만들어가는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언제나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제 경험으로 보자면 작고, 간단하고, 자본이 적게 들며, 비폭력적인 기술 혹은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갖춘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개인이건 공동체이건 자기 힘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기술은 보다 인간적이고 생태적이며, 화석연료에도 덜 의존하는 생활양식을 낳게 되고, 여기서 나온 생활양식은 거대하고 복잡하며 자본이 많이 들고 폭력적인 기술로 생긴 생활양식보다 인간이 지난 현실적 욕구에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위의 지침이나 기준이 마음에 안 든다면 다른 지침이라도 제시해야 합니다. 지침이 없으면 대안을 찾는 일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바라기는 OO은대학과 또 이보다 먼저 다양하게 방방곡곡에서 독창적인 모판을 만들고 분양하는 2030 청년 매개자․촉진자의 미숙하고 낯선 출현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공공 정책이 제때에 나와서 적기에 서로를 만나는 일이다. 나는 그때가 지금 여기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전국의 주요 도시라고 본다. 마을만들기는 한꺼번에 이뤄지지 않지만 지역에서 마을을 상상하며 몸만들기를 시작한 청년들에겐 한번 몸을 바꿀 때 한꺼번에 여기저기를 동시에 바꾸는 폭이 클수록 일관성과 지속성의 깊이도 같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면서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서울의 대표 이미지와 축제는 가당한가? 사리에 맞게 한다면 가당하다. 무엇이 사리일까? 서울의 지역마다 문화공동체 재생을 목표로 하는 마을만들기의 다양한 시도들이 교차하고 누적되고 시너지를 낼 때, 그래서 서울 곳곳에 문화의 개천이 흐르고 만나서 시민 중심의 문화창조활동이 거점별로 거리와 골목길로 연결될 때, 시민들이 스스로 단수가 아닌 복수의 서울 대표 이미지와 축제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이것이 창조문화도시 서울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을 갖게 되는, 이전과 다른 진정한 신성장 동력이자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종휘 편집위원 (OO은 대학 2연구소장, whee212@oouniv.org)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누리집(www.center4se.org)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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