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팟캐스트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를 통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고백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두해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소환조사를 앞둔 장 전 주무관은 "검찰에서 '진술서를 미리 내면 수사를 빨리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내지 않았다"며 "그동안 다 밝힌 내용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수사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먼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을 지시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무관의 소환조사가 끝나면 검찰은 '잠적설'까지 나돌고 있는 최 전 행정관 등 '윗선'을 향할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7월 7일 오전 최종석 전 행정관이 나에게 (민간인 사찰을 맡았던) 점검1팀의 모든 컴퓨터와 진경락 과장의 컴퓨터를 한강에 버리든 부수는 물리적으로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곳이 청와대였다는 것이다. 2010년 7월 검찰에서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해 벌인 '1차수사' 결과를 뒤집는 증언이기도 했다. 당시 사법처리는 '국무총리실선'에서는 끝났다. 당시 사법처리된 이인규(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기획총괄과장), 원충연(점검팀 조사관), 장진수(주무관)만 사법처리됐는데, 이들은 모두 '국무총리실' 소속 인사들이었다.
검찰은 당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대포론을 건넸고, 이 대포폰을 사용했던 이가 이영호 전 비서관이었다는 '중요한 실마리'를 확인했다.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남아 있던 문건과 업무수첩 등에서 'B·H(청와대) 하명'이라는 메모 등이 발견됐다.
이러한 실마리들은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지시의 '윗선'이 어디인지를 짐작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방문수사하는 데 그쳤다.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신분을 헤아렸을 때 '특혜'에 가까운 대우였다. 이영호 전 비서관도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최 전 행정관과 함께 무혐의 처리됐다.
그런데 장 전 주무관의 폭로는 당시 검찰수사가 '몸통은 보호하고 깃털만 잡은 수사'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지시 의혹에 청와대가 연루돼 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청와대 개입 흔적들'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최 전 행정관은 '증거인멸 청와대 지시' 폭로를 막으려고 그에게 '돈'과 '대기업 취업'을 제안했고(2010년 10월), 포항 출신의 공인노무사 A씨는 "이영호 비서관이 마련한 것인데 걱정하지 말고 쓰라"며 2000만 원을 건넸다(2011년 8월).
게다가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인규 전 지원관의 후임을 통해 5000만 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넸고(2011년 4월), 최종석 전 행정관이 변호사 수임료(성공보수)조로 1500만 원을 건넸다(2010년 8월)는 주장까지 나왔다.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이인규 전 지원관과 진경락 전 과장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2010년 9월께).
증거인멸 지시의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영호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 소속이고, 5000만 원을 마련했다는 장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이다. 금일봉을 전달했다는 임 전 실장은 이 전 지원관이나 진 전 과장과 고용노동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없다.
'장진수-최종석 대화록'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월 18일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을 만나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 청와대 지시를 폭로하면) 여기에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고 재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민정수석실도,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통사정조로 "자네 방식대로 가면 우리가 여태까지 그어왔던 선들이 다 무너지고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도 했다.
이러한 '사실'과 '정황'은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데 이어 '윗선폭로'를 작심한 장 전 주무관을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회유했음을 뒷받침한다. 특히 1차수사 때 '윗선'으로 결론난 진경락 전 과장이 법원의 유죄판결에도 "나는 증거인멸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박영준 전 차관 "현 정권에 부담... 안타깝다"
문제는 증거인멸 지시의 '윗선'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로 인해 현재까지 '윗선'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사는 이영호 전 비서관이다. 그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신설과 운영에 깊숙히 개입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전 비서관이 혼자서 증거인멸과 회유를 기획하고, 실행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윗선'으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거론한다. 박 전 차관은 MB정부의 권력실세이자 '영포라인'의 핵심인물이다. 그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 근무하면서 권력유지 차원에서 '민간인사찰'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지시' 등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주축이 '영포라인'이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을 부추긴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될 때는 청와대에서 물러나 있을 때이고, 2009년 1월 총리실로 복귀한 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직속으로 있었다"고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박 전 차관은 "국무총리실에 복귀했을 때 일각에서는 저에게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맡으라고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내 관할이 전혀 아니었다, 들어오는 투서들을 이첩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차관은 "(이번 일은) 이영호 전 비서관이 오버했다"고 일갈한 뒤, "노동계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어그레시브(aggresive, 공격적)하다"며 "하지만 그는 선진국민연대 출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차관은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으니 진실이 다 드러나지 않겠느냐?"라며 "다만 (이 사건이) 현 정권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고 착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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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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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수사'로 망신살 뻗친 검찰, 이번엔 윗선' 밝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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