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와 물아일체의 상태를 이루고 있는 양말.
김지현
나의 마감은 '밤'을 동반한다. 새벽같이 출근해 아침부터 주야장천 마감을 해도, 마감은 한밤을 지나 꼭 다음날 새벽에야 끝나기 때문이다. 꼬박 하루를 새야 하는데, 그동안 끈적이는 양말과 기름진 머리칼은 조용히 찾아와 내 몸의 일부가 된다.
아침에 신은 뽀송한 양말은 슬리퍼를 신었음에도 조금씩 식은땀을 머금더니, 결국 약간의 끈적임을 동반하며 내 발에 피부처럼 차지게 붙는다. 쉽게 벗을 수도 없다. 나조차도 그 미묘한 향을 견딜 수 없는데…. 주변 사람들은 오죽할까. 찝찝함을 꾹 누르고 그냥 책상 밑으로 깊숙이 발을 감추는 방법밖에 없다.
기름진 머리칼 또한 마감과 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묘한 변화. 분명 아침에 드라이와 왁스의 도움을 받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머리칼은 마감의 기세에 눌려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두피와 밀착해 기름지게 변한다. 깊은 밤, 머리칼은 그렇게 겸손을 깨닫는다.
관절의 신음, 적당히 찾아오는 그 소리마감 도중, 나도 모르게 공황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어울리는 단어나, 신선한 문장과 같은, 원고에 꼭 필요한 뭔가가 떠오르지 않을 때다. 생각날 듯, 나지 않을 듯…. 한참 동안 초조함에 빠지곤 한다.
이럴 때, 비틀어 내는 관절의 신음소리는 모든 초조함을 날려준다. 마감이라는 치열한 싸움 속, 한동안 외면받고 의자와 책상에 고정됐던 목과 다리와 허리는 비틀고 꺾어줄 때, 자신이 여기 있음을 증명한다. 키보드 위에서 원고를 쏟아내며 고생하던 손가락은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길 원하며 꺾임과 동시에 아득한 신음을 내뱉는다.
'뚝, 똑, 딱, 뚜두둑.' 온몸을 울리는 관절의 신음은 온몸에 시원함을 더하며 꽉 막힌 머릿속을 뚫어낸다. 하지만 마감 도중 몇 번밖에 쓰지 못하는 '필살기'. 자주 꺾으면 쾌감도, 재미도, 감동도 없고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저 아프기만 하다.
다음 마감까지 내 몸에 남아 있을 야식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