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련의 정치도전, 민주통합당이 좌초시켰다

자기 당 후보 외면한 지역조직, 본선 때 야권단일후보 위해 뛸까?

등록 2012.03.23 21:21수정 2012.03.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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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단원갑 백혜련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안산단원갑 백혜련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남소연
검사에서 변호사로, 다시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했던 안산 단원갑 백혜련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의 노력은 40일 만에 끝났다. 야권단일후보 경선 과정 문제로 관악을 이정희 통합민주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재경선을 요구했던 단원갑 백혜련 후보도 사퇴했다.
하지만 단원갑의 경우 근본적 논란은 민주통합당 지역조직이 자초한 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기득권의 벽은 두꺼웠고, 지역 조직의 비협조와 저항에 정치신인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역 조직의 반발에 중앙의 지도력 또한 제 역할을 못하면서, 전략 공천됐던 후보자에게만 상처를 안긴 셈이다.

엄밀히 말해 백혜련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선 패배가 발표된 직후 3~4일에 불과했다. 그동안은 무늬만 민주통합당 후보였을 뿐 실무 조직의 뒷받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도움은커녕 거센 반발에 허우적대야 했다.

지역조직 돕지 않았던, '무늬만 민주통합당 후보'

지난달 13일 후보 신청을 마치고 28일 전략공천을 받을 때부터 민주당 지역조직의 반발은 매서웠다. 당원들은 4000명이 넘게 반대 서명운동 통해 낙하산 후보의 공천을 거부했다. 시도의원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까지 꾸려질 정도였다. 지역조직의 이 같은 태도는 도의원을 사퇴하고 출마한 고영인 후보가 공천받지 못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낙하산 후보라는 공격은 백혜련 후보에게 향했고 자리를 잡기도 전에 시련에 봉착해야 했다. 공천이 확정된 이후 고영인 후보는 백혜련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을 비난하며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천정배 의원이 4선을 하며 16년간 다져 놓은 탄탄한 민주통합당 조직은 백혜련 후보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17~18일 야권단일후보 경선이 치러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통합진보당은 조직을 최대한 동원하며 여론조사경선을 준비했지만 백 후보가 달리 준비할 방법은 없었다. 시도의원들이 합류해 준비를 도왔으나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것은 아니라고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전했다. 지역 기반이 약한 전략공천 후보에게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었다.

불안한 분위기를 느낀 당대표 등이 경선을 앞두고 지원유세를 펼쳤지만 지역 당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도리어 반발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 전략공천에 대한 불만이었다. 한 민주통합당 지지자는 "고영인 후보야 천정배 의원 보좌관 하면서 지역에서 많이 봤지만 백혜련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단원갑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경선 패배에 대해 "고영인 후보의 결심이 빨랐으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을 것인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동지가 기다려달라는데 우리가 백혜련 후보를 무조건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지 않나. 다들 전략공천 때문에 속상한 면도 있어 수수방관했던 게 사실이다. 천정배 의원도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하시니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 건지에 대한 판단이 안 섰다.


고영인 후보가 보름이 지나서야 경선 승복을 결정했는데, 이때는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설마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지겠나 생각했었다. 17~18일 경선이 치러질 때 다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정치신인 공천만 해놓고 방치한 지도부도 책임

 지난해 11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하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19대 총선 경기 안산단원갑에 출마한 백혜련 후보(왼쪽)가 지난 23일 오후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한명숙 대표와 손을 잡고 국회 당대표실에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하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19대 총선 경기 안산단원갑에 출마한 백혜련 후보(왼쪽)가 지난 23일 오후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한명숙 대표와 손을 잡고 국회 당대표실에 들어오고 있다.권우성

19일 여론조사 경선 과정에서 백혜련 후보가 3표 차로 패배한 결과가 나오면서 민주통합당 조직은 뒤늦게 허둥댔다. 민주통합당 쪽 인사들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지역에 도의원 1명에 시의원이 3명이다. 천정배 의원이 16년간 닦아온 텃밭인데 민주통합당 후보가 야권후보경선에서 지지율도 미약한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졌다는 게 말이 되나. 무소속으로 나와도 조직만 가동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지역이다. 너무 놀라서 다들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관악을 지역의 문자 논란에 이어 일부 전화가 지역구를 벗어났다는 표본 오류 논란이 생기면서 민주당 쪽은 재경선을 갈망했다. 도무지 패배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분위기였다. 지역조직이 전략공천 후보를 지원하지 않고 태업해 결국 후보 자리를 놓친 것에 대한 부담도 커보였다.

이와 관련 이정희 대표는 22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사실, 문제의 핵심은 안산 단원갑"이라며 "민주통합당과 우리가 협상대표 간의 공식 라인에서 확인해보면, '안산 단원갑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민주당의 주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지역 분위기도 비슷했다. 후미진 곳에 있던 선거사무소는 고영인 예비후보와 조성찬 예비후보가 있던 지역구 내 중심부 건물로 옮겨졌다. 시도의원들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의 발길도 분주해졌다.

야권단일후보, 민주통합당 조직이 제대로 지원할까?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21일 저녁 "중앙당에서 공천장을 주겠다는 언질을 받았다며 재경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공천장이 수여되자 경선불복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고 23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서울 관악을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백혜련 후보도 출마를 포기했다.

지역 당원들은 전략공천으로 지역을 무시한 낙하산 공천을 한 것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지역 기반이 약한 정치신인을 공천만 해놓고 방치한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백혜련 후보의 좌절은 결국 민주통합당 스스로가 초래한 셈이다.

이 때문에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됐다고 해도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통합당 후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민주통합당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국민참여당이 야권단일후보로 나섰다 패한 지난해 경남 김해을 재선거 때처럼 민주당의 적극적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통합당 쪽 인사들은 유시민 대표의 측근이기도 한 조성찬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백혜련 후보는 출마를 포기하며 야권단일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지역에서 영향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 조직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성하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성하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총선 #백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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