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모으니 약 서른 개비입니다. 이틀만 줍지 않아도 담배꽁초 천국이 됩니다
김동수
두 아이가 학생부로 끌려 왔다. 점심시간 운동장 뒤편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우다 딱 걸린 거다. 교복이 새뜻하고 아직 명찰이 가슴에 달려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이다. 규정상 이들은 담임교사에게 인계돼 자술서를 쓰고, 즉시 보호자에게 흡연 사실을 통보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거듭 적발되면 금연 동영상을 일과 중 의무적으로 시청하게 되며, 상습적이라고 판단되면 보호자와 함께 지역사회에 개설된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 아이들의 흡연 문제를 학교와 보호자,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학교 안팎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고작 흡연 정도의 문제에 지역사회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닭 한 마리 잡자고 소 잡는 칼을 쓰냐'는 핀잔이다. 고육지책일지언정 학교마다 아이들을 위한 흡연실이 따로 설치되는 마당에, 교육 주체들이 모두 나서라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긴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된 요즘, 아이들의 흡연 문제는 학교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기 일쑤다. 더욱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니코틴 측정기를 학년마다 설치해 흡연자를 찾아내 일벌백계하는 것이 학생부 업무의 전부라고 할 정도였는데, 워낙 흡연 학생 수가 많다보니 시나브로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며 손을 놓는 실정이다.
"우리 몇 대 맞으면 돼요?"... "매 맞으면 담배 끊을래?"
처벌 규정을 일러준 후, 담임교사에게 인계하기 전 지나가는 말로 그들에게 몇 가지 물었다. 아직 볼에 솜털이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이라,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고, 어떻게 담배를 구하며, 부모님은 알고 계시는지 등이 궁금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겁먹은 표정이 역력한 아이와는 달리 다른 한 아이는 다리를 꼬고 앉아 덤덤하게 대답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피웠고요. 돈만 건네주면 동네 형들이 담배는 알아서 구해다 줘요. 동네 형들 나이는 다 스물이 넘었으니 담배 사는 건 어렵지 않겠죠.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대충 알고 계실 거예요. 선생님이 전화해도 별로 놀라지 않으실걸요?" "선생님, 저는 얼마 전 처음 피웠어요. 갓 고등학교에 입학해 반 아이들과 서먹서먹했는데 친해지려고 몇몇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담배를 배우게 됐어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제가 혼나는 건 괜찮지만 부모님이 이걸 들으시면 엄청 충격을 받으실 거예요." 서로 어색한 학년 초, 두 아이는 담배로 끈끈한 우정을 맺게 됐지만, 하나는 '베테랑'이었고, 다른 한 명은 '초짜'였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께 흡연 사실을 즉시 알린다는 처벌 규정을 대하는 태도도 극과 극이었다. 부모님의 묵인 아래 족히 5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아이에게 학교의 처벌 규정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