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아파트 전경.
선대식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안정적인 주거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 현실은 안정적인 주거와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 절반가량은 2년마다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같은 곳에서 계속 거주하려면 얼마나 돈이 더 필요한지를 가지고 머리를 싸매야 한다.
집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이 주거의 목적보다는 대표적인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오면서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오른다면 얼마나 더 오를지) 노심초사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서 집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보니, 좀 더 좋은 지역의 좋은 집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집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집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지방-수도권-강남 등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평생을 집 문제에 얽매여 살게 된다. 집 없는 사람들은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평생의 목표가 되고, 집이 있더라도 '강남' 진입이 또다시 목표로 설정된다. 다른 삶의 가치를 추구할 겨를은 사라진다. 월급을 모아서는 노년이 되어서야 집 한 채 장만할 수 있을 정도이다 보니, 결국 무리하게 빚을 끌어다가 집을 사게 되고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남은 평생을 빚 갚는데 전전긍긍해야 한다. 이 정도 되면 주객이 전도되어 사람을 위해 집이 있는 게 아니라 집 때문에 사람이 사는 모습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모습을 행복한 삶의 모습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이렇게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부동산이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어져 왔고, 시장에 맡기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주거권(주거안정의 권리)보다는 시장의 논리가 앞서왔던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부동산이라는 것이 자본과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들의 안정적인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을 단순히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주거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부동산 정책 또한 시장논리, 부동산 활성화가 아닌 주거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주택의 기본 개념을 소유가 아니라 주거(권)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거권이라는 개념은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어져야 한다. 보통 우리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안정의 권리를 당연한 권리로서 생각하고 있지는 못하다. 주거안정의 권리라는 것은 돈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권리로 되어온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단순한 정부의 혜택,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는 개념을 넘어서는 주거권 개념의 확대가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전환기에 이미 접어든 상황이다. 일반적인 소득으로는 번듯한 집 한 채 장만하기란 불가능할 만큼 집값은 비싸고, 빚을 내서 집을 사기가 불가능할 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전과 같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재연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람들은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반적인 부동산에 대한 큰 방향의 전환은 어떤 식으로든 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때에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시장논리가 아닌 주거권 개념의 회복과 확장에서 시작될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총선을 앞두고 제출되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주거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여전히 부동산 부양과 시장논리에 집착하는 새누리당
집 문제로 원채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 보니 여야 할 것 없이 공공임대주택 건설, 전세자금 경감 대책 등을 공약하고 있다. 각종 개발 공약들이 남발되었던 2008년 총선과는 대조적으로 모든 정당들이 '주거복지'를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이 시대착오적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뉴타운 공약과 각종 토건공약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새누리당(이전 한나라당) 역시 공공임대주택 건설, 저소득층 전세자금 이자경감 등을 공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각종 규제철폐와 시장논리, 부동산 부양 등으로 주택문제를 대해오던 새누리당은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주거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논리와 집값 부양에 집착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경우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120만호 공급(공공임대비율 10~12%)을 공약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세제혜택 등을 통해 집을 많이 소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집을 살 수 있도록 하여 임대주택으로 내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전세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늘리고 의무는 줄이는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면 주택을 소유하려는 수요가 살아나 임대주택 공급도 늘어나게 되어 전세난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정책의 실효성을 떠나 이러한 인식에서는 주택의 소유문제, 부동산을 통한 부익부빈익빈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의식을 찾을 수 없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이전부터 제기해 왔던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새누리당은 소극적인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안은 전월세 가격 급등지역에 한에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여론에 밀려 형식적인 도입만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로 든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보다 전월세 상승률이 3배 이상이 되면 그 지역에 한해 1년간 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정하여 소비자물가상승률의 3배 이상 전월세 가격이 오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보다 전월세 가격이 3배 이상 오르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¹.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는 않지만 새누리당의 부동산 부양에 대한 집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울 21일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주택구입용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² 부분도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여러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정치권에서 신중히 하겠지만 DTI 부분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³.
결국 이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보다는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받게 해서라도 부동산 거품 부양을 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부양해야 경기도 살아나고 임대시장도 활성화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 동안의 새누리당(이전의 한나라당)의 행적을 봤을 때 이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당내에 상당수 있을 것이다. 치솟는 집값을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편에서 아무리 부분적인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전반적으로는 새누리당은 부분적으로는 서민주거 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논리를 내세우고 있고, 집값을 부양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어 보인다. 주택시장의 새로운 변화에 맞는 주거개념의 변화나 주거권의 확립문제 보다는 어려움이 발생하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시혜적 복지의 개념에 머물러 있다.
민주통합당, 최소한의 주거수준 확보
민주통합당 역시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료 보조제도 등을 공약하고 있다. 현황진단에 있어 "주거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전하며,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주거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 과정에서 공동공약을 발표하면서 토건중심 경제 개혁,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새누리당과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세부적인 정책을 봤을 때, 새누리당의 안과 비교해 눈에 뛰는 것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거복지라는 것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서서 전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또한 주거복지가 여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만드는데 기본적인 것이라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해소하는 것은 기본적인 국가의 역할이 될 것이다. 나아가 최저주거기준 역시 상향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주거의 질보다는 수치상의 부동산 가격, 전월세가격 상승률 등에 주택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를 주택정책의 주요한 지표가 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주통합당은 민간임대주택을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임대료를 보조해주고, 지역별로 적정한 임대료가 얼마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살고 있지 않은 임대용 주택을 모두 등록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복지정책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거복지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임대료 지원 등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역시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민주통합당은 급격한 주거비 인상에 대한 대책으로 지역별 세입자 협의회 결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세입자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면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복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틀을 만든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한계 역시 존재한다. 주거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적극적인 정책이나 주거권 개념의 확대 등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주거권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수준 확보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복지를 최저생활 수준의 보장이 아니라 사람이 사회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제도를 만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주거권의 개념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거권의 확대를 위해서는 주택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구조(주택소유 구조의 문제 등) 개혁 등이 필요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주거문화를 소유개념에서 거주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택소유 구조의 문제해결 등의 종합적인 계획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통합진보당, "국가가 집 걱정 책임진다!"
통합진보당 역시 다른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임대주택 공급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료 지원 등을 공약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는 공동 공약을 발표한 만큼 유사한 지점 역시 많다.
하지만 차이 역시 존재한다. 우선 통합진보당은 주택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자가 주택 추진정책을 전환해야 주거복지를 실현 할 수 있다고 밝히며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집 걱정이 없도록 주거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방향의 연장선상에서 통합진보당은 주거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소유구조 개선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공공임대 주택 확보에 있어 임대주택, 대지소유와 건물소유를 분리한 주택, 부동산가격상승 등으로 인해 발생할 미래부동산 소득 환수를 전제한 주택 등 전체 또는 일부소유권을 사회가 공익적으로 소유하는 사회주택을 제시하며 최대한 사회적 소유를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통합진보당은 토지주택 공개념 실현을 위한 정책들을 제한하고 있다. 2주택이상 소유한 가구에게는 주택담보대출 신규대출과 만기연장을 금지해 다주택 소유를 억제하며 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대출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진보당은 토지개발권 공유제를 주장하고 있다. 토지개발권 공유제는 국공유지 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보장되는 토지소유권의 절대성으로 인해 토지소유자의 노력이 수반되지도 않은(토지 용도변경, 개발 호재 등) 수익까지 개인이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렇게 토지소유자가 노력 없이 얻게 되는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주거기본법 제정을 통해 주거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며 주거권 확립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점도 진일보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통합진보당은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데 있어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전월세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방도로 지역별 세입자 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의 경우 더욱 적극적이다.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대표자 회의 권한 강화를 통해 실질적 임차인 자치를 이루어 낸다는 방안이다. 관리비 산정 및 집행 결과, 관리업체선정 등에 대한 감사, 의결에 임차인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재개발 사업에 있어서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기구를 설치하고, 세입자대표의 조합원 자격부여 등 세입자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통합진보당의 공약들은 주거권의 회복과 강화, 주택소유 구조 등의 사회제도 개혁, 국민들의 적극적인 의사 참여 구조 마련 등의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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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대부분을 집 문제로 머리를 싸매야 하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각종 개발 공약이 난무하던 2008년 총선과 비교해 지금의 총선에서는 모든 정치권에서 주거복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이는 긍정적일 측면이지만 그만큼 서민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와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점점 커져가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와 이명박 정부가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써도 오르지 않는 집값은 조만간 부동산 시장의 큰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에게 주거란 무엇인지를 놓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를 해야 할 때이다. 그 방향은 주거권을 확대하는 것이 될 것이다. 주거복지라는 개념이 단순히 저소득층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다양한 사회정치적 활동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또한 주거권은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기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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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미주>
1>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부동산 통계산정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와 전월세(주택임차료)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 보다 전년동월대비 기준 3배 이상 오른 적은 없음.
2>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간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한 것. 만약 총부채상환비율이 50%이고, 연간 소득이 3,000만원이라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500만원(3,000만원×0.5)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규모가 제한.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면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됨.
3> 황우여 원내대표(중앙선대위 부위원장)는 3월 27일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대대적 부동산규제 완화를 주장.
***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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