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통한 MB정권의 민간인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서 2일 오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공공운수연맹 소속 사찰 대상 노조 대표자들이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앞에서 이명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우성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대학생 7명이 청와대 인근에서 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전원 연행된 것에 이어, 불법사찰의 피해 당사자인 방송사 노조와 공공기관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와 사회 원로들도 사태 책임을 묻는 비상시국회의 개최를 예정하고 있어 비판의 화살이 청와대를 향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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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연맹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국기문란 사찰게이트, MB가 주범이다", "불법사찰 몸통 이명박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배석규는 충성심이 높다', '김인규는 자중시켜야 한다'는 방송사 사찰 문건의 내용을 언급하며 "누구를 상대로 건의하는 것인가?, 방송사 사장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사찰내용의 보고 대상자로 지목했다. 이어 "모든 게 다 밝혀졌는데 무엇을 부인한단 말인가, 이 대통령은 국민을 바보로 아나"라며 개입 의혹을 부인한 청와대의 해명을 비판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련 문건에는 배석규 현 YTN 사장과 관련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 평가하며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건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김인규 KBS 사장과 관련해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하는 문건도 공개됐다.
이는 정부가 각 방송사 사장에 의도적으로 정권에 충성하는 인사를 임명하려 했다는 방송장악 논란을 뒷받침 하는 내용으로 충격을 던졌다. 그밖에도 사찰 문건에 노조와 사측이 벌이는 각종 소송에 항소 여부를 건의하고, 주요 보직에 친정부적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내용들을 담는 등 사찰이 곧 방송장악을 위한 조치로 이어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청와대가 개입된 불법사찰은 단지 사찰만 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노조를 어떻게 탄압하고 방송을 어떻게 장악할 지 공직까지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찰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자 검찰을 시켜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불법자금으로 관련자의 입막음을 시도했다"며 "이는 국기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을 파괴한 행위"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