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소풍이 이토록 즐거웠을까

[등산선교회] 창원 천주산(해발638.8m) 사전답사 산행

등록 2012.04.11 10:07수정 2012.04.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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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천주산. 약동하는 봄~.
창원 천주산. 약동하는 봄~.이명화

 창원 천주산. 샛노란 생강꽃도 피었어라~.
창원 천주산. 샛노란 생강꽃도 피었어라~.이명화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T.S.엘리엇 시 <황무지> 가운데)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죽은 듯 잠든 땅을 봄비로 적시며 뿌리를 뒤흔들면 기적처럼 나무들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부산스레 봄을 열기 바쁜 계절. 바야흐로 봄. 봄. 봄소식, 꽃소식에 꽃이 좋다는 명소마다 상춘객들 발걸음이 이어지는 계절이다. 봄을 맨 먼저 알리는 매화꽃도 피어 지천이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꽃, 벚꽃이 앞을 다투어 봄을 알린다. 진해군항제도 끝났건만 늦게 핀 벚꽃이 지금 한창이란다.


며칠 전엔 산책로에 서 있는 목련이 날씨가 조금 풀리자 활짝 피었다 싶었는데 갑작스런 돌풍에 꽃잎이 찢어지고 검고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것을 보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던가. 우리네 고단한 지상의 삶 속에서 꽃이 있기에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아름다운 꽃은 또 짧은 찰나의 아름다움이기에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 시나브로 꽃의 계절. 꽃샘추위의 시샘까지 있어 더욱 애틋한 4월이다.

 창원 천주산
창원 천주산등산선교회

 창원 천주산
창원 천주산등산선교회

창녕 화왕산과 거제 대금산, 창원 천주산. 진달래 명산도 많다. 4월 정기산행(포도원선교회)은 창원 천주산. 사전 답사산행을 나섰다. 지금쯤 진달래꽃이 피었을까. 꽃샘추위의 시샘으로 봄이 늦게 당도했지만 어느새 산수유, 매화, 개나리, 목련꽃, 벚꽃이 예서제서 제 존재를 드러내며 봄소식을 알리기에 바쁘고 전국은 진해군항제를 시작으로 봄꽃 축제 소식도 번져간다.

4월 7일(토) 오전 8시. 답사산행에 동참한 사람들(14명)과 함께 12인승 교회 승합차 한 대와 등산선교회장 차에 합승해 8시 20분에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북창원IC를 통과해 달천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오전 9시다. 달천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 들머리에 선다.

등산길은 계속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겨울 내내 앙상했던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라 연한 새순을 내밀고 있고 봄꽃이 듬성듬성 피어 봄이 번져가고 있다. 산수유도, 생강꽃도 무채색의 숲을 노란 물감을 엎질러 놓은 것처럼 숲에 빛깔을 입히고 있다. 봄을 품은 진달래꽃봉오리들은 아직 새침하게 단단한 봉오리만 내밀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지천에 붉은 노을처럼, 꽃불처럼 꽃불 번져가겠지. 낮게 피어 있는 야생화들도 눈길을 잡아끈다.

 창원 천주산. 우리들의 소풍 산행.
창원 천주산. 우리들의 소풍 산행.등산선교회

달천고개(함안경계)는 제법 넓은 안부다. 잠시 여기 앉아 배낭에 넣어온 간식을 꺼내 먹으며 잠시 휴식하고 다시 올라간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느릿느릿 걷는 걸음에 오르막길도 가볍다. 점점 경사도가 높아지는가 싶더니 저만치 천주산 정상이 보인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나?! 꽃구경하며 얘기하며 느릿느릿 올라온 등산길. 뒷동산 산보하듯 정상에 올랐다.


창원 천주산(해발 638.8m)은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단다. 주봉우리는 용지봉(龍地峰). 창원시와 마산시, 함안군 3개시와 군을 품은 산으로, 진달래 명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동요 <고향의 봄>(이원수 작곡)의 창작 배경지이기도 하단다. 천주산 인근에는 마금산 온천과 주남저수지도 있어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끓는다. 천주산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천천히 내려가는 길. 따뜻한 봄볕에 여기 저기 쑥, 돋나물 등 봄나물도 돋아있어 그냥 갈 수 없는 여자들의 발걸음을 매번 붙잡았다. 봄나물을 그냥 두고 가면 간첩?! 손으로 뜯고 칼로 캐고 봉지봉지 담았다. 천주산 높은 꼭대기에 돋은 쑥은 그야말로 무공해리라.


 창원 천주산. 점심 식사 후 즐거운 한때.
창원 천주산. 점심 식사 후 즐거운 한때.이명화

천주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일렀던 까닭에 정상 주변에서 도시락을 먹지 않고 하산 길에서 적당한 장소를 골라 앉았다. 둥글게 둘러앉아 가져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는 시간. 조촐한 인원에 한 덩어리로 모여앉아 먹는 산중 점심은 꿀맛보다 더 달다.

봄볕이 축복처럼 내리는 산중 넓은 공터에 모여앉아 가지각색의 반찬과 간식과 도시락을 펼쳐놓으니 호텔 뷔페가 따로 없다. 아니다. 숲속 자연식탁에서 먹는 달디 단 맛난 식사를 어찌 거기에 비교할 수 있을까.

시간은 아직 낮 12시가 이제 조금 넘었을 뿐.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다. 넓은 풀밭에 둥글게 모여앉아 있으니 봄 소풍 나온 것 같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고 유쾌한 표정이다. 이런 소풍, 좋지 아니한가.

 창원 천주산. 즐거운 시간.
창원 천주산. 즐거운 시간.이명화

학창시절 소풍이 이렇게 즐거웠을까. 어림없다. 학교 소풍은 그다지 흥겨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키지 않아도 가야하는 강제성을 띤 소풍, 그저 그랬다.

그나마 학교 소풍 중에서 그래도 좋았던 소풍이었다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멋모르던 시절이었고, 부모님과 함께 갔던 학교 입학 후 첫 소풍이었다. 한결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는 소풍은 교회 소풍, 산상예배라 불렀던 소풍예배였다. 그것은 전교인 축제와 같았다. 많지 않은 시골 교회 전 성도들이 함께 야외에 나가서 숲 속에서 예배하고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그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아침엔 바람이 좀 쌀쌀하더니 산 속에선 오히려 포근하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고 온 누리에 따뜻한 온기로 내리고 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맛나게 점심 도시락을 먹고 과일도 먹고 차도 마시고 난 뒤에도 시간은 엿가락 늘여 놓은 듯 넉넉하니, 수건돌리기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모두들 장난기가 슬슬 발동을 하나보다.

 창원 천주산. 계곡 물소리.
창원 천주산. 계곡 물소리.이명화

회장과 산행대장이 모두들 빙 둘러 서게 해 놓고 두 팔을 펴고 한쪽 다리를 들고 오래오래 서 있기 대회를 한단다. 누가 오래 서 있을까. 이것쯤이야, 하고 양팔을 벌리고 한 쪽 다리는 뒤로 꺾은채 서 있어본다. 제법 오래 서 있다. 운동신경도 그리 둔한 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두 눈을 감고 서 있어야 한단다.

눈을 뜨고 서 있는 것과 눈 감은 채 서 있는 것은 보기보다 차이가 많이 났다. 에고~ 눈을 뜨고 서 있을 땐 꽤 잘 한다 생각했건만, 초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눈마저 감고 있으니 몸이 몇 초를 견디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무너지고 만다. 한바탕 웃음꽃이 팝콘 터지듯 퍼져나간다.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 있다.

내려가는 길엔 잣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잣나무 숲속에서 우리는 심호흡을 크게 하며 키톤치드를 흠씬 빨아들인다. 옆에선 명랑한 계곡 물소리 들려오고, 4월의 햇살과 봄기운을 만끽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걷는다. 진달래는 아직 만개하지 않았고 벚나무도 꽃망울을 달고 있지만 소풍 같은 산행 길 그저 즐겁기만 하다. 진영휴게소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교회로 향한다.

 창원 천주산. 잣나무 숲속 걸으며.
창원 천주산. 잣나무 숲속 걸으며.등산선교회

모처럼 빨리 끝난 산행. 넉넉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4월 사전답사 산행은 봄 소풍 이었다. 그다지 무리 없이 빨리 끝낸 산행. 뒷동산 산보하듯 걸었던 답사산행이었고 봄소식 알리는 꽃들이 예서제서 반겼다. 단단해 뵈던 천주산 진달래꽃봉오리도 정기 산행 때엔 온통 분홍빛 물감 엎질러 놓은 듯 활짝 피어 산야를 뒤덮겠다.

지금은 4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시인이 노래했듯이, 겨울 내내 침묵하던 땅 속에선 난리도 아니겠다. 얼어붙었던 땅은 봄비에 깨어 일어나고 나무들은 쉴 새 없이 수액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고 새순을 틔워내야 한다.

약동하는 자연의 활발하고 숨찬 그 소리가 온 누리에 들려오는 듯하다. 그 부지런한 봄이 얼마 안 있으면 붉은 피를 토한 듯, 꽃불 지펴놓은 듯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환하겠다. 그때,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도 읊어보련다. 그때까지, 안녕.

 창원 천주산. 산수유.
창원 천주산. 산수유.이명화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년 4월 7일(토) 맑음
2. 산행: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14명(사전답사)
3. 산행기점: 달천공원
4. 산행시간: 4시간 35분
5. 진행: 달천공원(9:25)-달천고개(10:30)-천주산 정상(11:10)-돌탑(헬기장 11:25)-점심식사 후 출발(12:30)-만남의 광장(12:55)-달천계곡 약수터(1:10)-달천공원(2:00)


덧붙이는 글 산행수첩
1. 일시: 2012년 4월 7일(토) 맑음
2. 산행: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14명(사전답사)
3. 산행기점: 달천공원
4. 산행시간: 4시간 35분
5. 진행: 달천공원(9:25)-달천고개(10:30)-천주산 정상(11:10)-돌탑(헬기장 11:25)-점심식사 후 출발(12:30)-만남의 광장(12:55)-달천계곡 약수터(1:10)-달천공원(2:00)
#창원 천주산 #등산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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