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로타리에 즐비하게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이정민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다시 LPG값 올라가는 거 아닙니까. 선거 때라서 그런지 매달 오르던 LPG값이 이번 달에는 오르지 않았거든요."4월 13일 오전 11시. 파주시 금촌동 로터리에서 늘비하게 줄 서 있던 택시들이 보인다. 파주시 법인택시 종사자인 K씨(56·문산읍 당동리)가 속상해 죽겠다고 푸념을 터뜨렸다. 최근 그칠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유가는 자가용을 소유한 시민들이나 택시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영업용 차량 운수 종사자들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파주 지역에서는 현재 LPG가 1리터 당 1164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사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 3, 4월에는 인상되지 않았다. 하지만,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총선이 지났으니 LPG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파주시에는 8개의 택시 사업체가 있으며 약 200여 대의 택시가 영업 중이다. 택시 노동자 숫자는 500여 명(예비기사 포함)으로 추정된다. 또한, 개인택시 사업자 400여 명을 포함하면 약 1000여 명이 택시 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택시 운송업에 종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한다.
"가끔 회사에서 교육을 받는데, 공익 운수종사자로서 안전운행이나, 친절서비스, 직업의식등을 강조합니다. 근데, 이거 진짜 웃기는 애깁니다. 요즘 택시 손님요? 승차할 때 인사 아무리 해도 안 받습니다. 손님이 승차 한 후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물어도 대답도 없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요즘 택시 타는 사람들 전화 하면서 타거든요."(B씨·43·운정신도시)금촌동 구 주공단지에 거주하고 있다는 법인택시 종사자 S씨(57)는 "그동안 시민들의 발 역할을 열심히 해 왔지만 그 역할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 혜택을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정부나 지자체는 물론, 시민들에게 격려나 위로는 고사하고 멸시나 천대를 받고 있어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나이도 있고 딱히 할 만 한 타 직종의 직업을 얼른 선택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택시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LPG 요금은 오르고, 요금은 싸지고...택시 종사자들이 안전운행과 서비스는 뒷전이고 불친절하다고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택시기사 또한, 부양 가족이 있다. 책임질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다. 법인택시 종사자들은 물론 개인택시 사업자들까지도 택시가 생계수단이 안 된다고 푸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택시종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다. 파주 개인택시를 모는 L씨(54)는 이렇게 말했다.
"파주시 택시요금은 3년 전 택시요금을 파주시(당시 류화선 시장)에서 조정을 할 당시 도농 복합형 요금에서 서울택시 요금(기본요금 2400원)보다도 싼 도시형 요금(기본요금 2300원, 거리요금 35m 증가)으로 책정됐습니다. 10년 전 택시요금보다 더 싸게 책정 됐습니다. 10년 전 LPG요금이 350원일 때 문산터미널에서 금촌역까지 손님을 모시고 오면 1만 원의 요금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가스요금이 1200원에 육박해요. 요새 금촌에서 문산까지는 8000원 요금이 나오거든요. 말하자면 10년 전보다 가스요금은 3배 이상, 사납금도 당시보다 엄청 올랐는데 택시요금은 인하된 것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총선도 끝났으니 LPG 요금이 또 오르지 않겠어요?"금촉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법인택시기사 L씨(59)는 "법인택시기사는 대물·대인 사고 발생 시 경찰에 신고된다"며 "사고 처리가 되면 개인택시 면허를 받을 수 있는 무사고 기록이 무산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빚이라도 내 사고 처리를 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기존의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었던 개인택시 사업자 면허를 재산권 행세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개인택시 면허를 따봤자 먹고 살기가 법인택시나 개인택시나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돈벌이도 안 되지만, 딱히 다른 일을 찾기도 쉽지 않아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택시운전기사들. 이들에게 이번 제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조금이나마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파주>에도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 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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