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상의 식자재도소매업 진출 의혹을 낳고 있는 인천 삼산동의 달인식자재마트
김갑봉
인천 북부지역과 인근 부천지역 중소상인들의 명운이 걸려 있는 중소기업청의 최종 판결이 임박했다. 중기청은 이르면 21일 중 인천 삼산동에 있는 달인식자재마트가 개인사업자인지 대상자본인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삼산동 달인식자재마트는 지난해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이 중부식자재를 인수한 뒤 신규 입점한 곳이다. 대상이 도소매업에 진출하자 인천도매유통연합회와 삼산동상인대책위는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8월 일시정지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상은 올 1월 폐업신고를 했다. 이후 달인식자재마트가 이를 인수해 개인사업자로 등록했고 중기청에 사업조정 철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도매유통연합회와 삼산동대책위는 '억 단위 물건값 외상'과 '15억원대 부지 무상임대', '대상독점 물품공급', '중부식자재와 달인식자재 간 친인척 관계' 등을 근거로 달인식자재마트는 개인대표는 '바지사장'일 뿐 여전히 대상자본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지역 중소상인들은 달인식자재마트가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달인식자재마트와 대상 측은 '외상값 영업 후 지급', '콘크리트포장 조건 1년 무상임대', '인수계약 전 친인척관계 몰랐다'를 거론하며 개인 업체라는 입장이다.
달인식자재마트가 등록 후 사업조정 철회를 요청하자 중기청은 달인식자재마트와 대상 측에 달인식자재마트가 개인업체임을 입증할 수 있는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4·11 총선 전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던 중기청은 총선 후 일 주일 넘도록 발표를 유보하다가 최근 업체 측에 추가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를 근거로 21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중기청의 이런 입장과는 상관없이 달인식자재마트는 19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중기청이 공식적인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는 일시정지가 유효하지만 무시됐다. 삼산동대책위 상인들이 중기청에 항의를 했지만 중기청은 '강제사항'이 아니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범석 삼산동대책위원장은 "법이 있으면 뭘 합니까? 지키지 않으면 그만인 법"이라고 한 뒤 "중기청에 항의를 했더니 그 사람들도 8개월 넘게 장사 못했다면서 오히려 업체 측을 편들어준다. 결정이 있기 전 일시정지가 유효하다는 것은 중기청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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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삼산대책위와 인천도매유통연합회를 비롯한 중소상인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중기청의 결정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대상과 씨제이의 식자재도소매업 진출에 맞서 전국대책위를 구성해 투쟁하고 있는 인천, 원주, 부산, 울산, 진주, 광주, 전주, 익산, 군산, 대전, 청주 등 국내 11개 지역 식자재 중소상인들도 이번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앞서 4월 1일 여의도에서 상경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대상·씨제이(CJ) 식자재 도소매업 진출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집회를 열어 중소상인 시장을 침탈하는 재벌과 이를 비호하는 친재벌 정치세력을 강하게 성토한 뒤 대기업의 중소상인영역 진출을 막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삼산동 사안은 단순히 삼산동 상인의 문제가 아니다. 영업개시 전 확인된 사실이지만 달인식자재마트 소매가격이 지역식자재업체들의 도매가격보다 더 싸다. 3개월이면 삼산동 상인 다 무너지고, 6개월이면 부평시장 내 식자재상인까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뿐이 아니다. 인천에서 발생한 일이 국내 10개 지역에서 고스란히 재현될 것이다. 중기청의 합리적인 판단과 더불어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주 실장의 분석처럼 사태는 부평시장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달인식자재마트 영업개시와 더불어 배포한 광고전단을 본 부평종합시장상인회 이상복 부회장은 "삼산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 가격과 물량이면 부평시장도 무너지게 돼 있다"고 한 뒤 "부평종합시장상인회와 깡시장상인회, 유통상인연합회도 힘을 보태 대책위에 함께하기로 했다. 투쟁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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