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무조건 좋다? 모르고 하면 '독'

[서평] 산악인 의사 3명의 진심 어린 충고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등록 2012.04.22 16:53수정 2012.04.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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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5일 북한산
지난 4월 15일 북한산김현자

지난 일요일(4월 15일) 오전 10시 무렵 북한산 한 등산로의 모습이다. 경남 합천 지역이 27도까지 오르고 전국 대부분의 지방이 20도를 넘은 이날, 내가 산행한 북한산 한 구간에는 늦은 오후까지 봄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모처럼의 화창한 봄날 일요일이라 그런지, 누군가에게 이끌려 나들이 삼아 나온 듯한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이는 하루였다.

등산은 걸을 수만 있다면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때문에 등산을 권하는 사람들도, 누군가 권하면 선뜻 따라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고, 등산 덕분에 훨씬 건강해졌다는 사람들도 많다. 때문에 국민 대표운동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최근 산림청이 19세 이상 국민 37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월 1회 이상 산행을 한다는 1500만 명, 1991년 11.7%에 불과했던 등산인구가 2006년에는 39.7%, 2010년에는 40.6%까지 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등산인구인 것이다.

여하간 등산은 여러모로 좋은 운동이다. 심장과 폐의 기능을 좋게 하는가 하면 관절의 유연성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좋다. 또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러나 이는 등산을 제대로 할 때의 이야기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시작하니까 나도 덩달아 시작했다가 도리어 병을 악화시키는가 하면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23일에 눈앞에서 목격한 산행 사고.비교적 쉬운 코스라 초보자들도 많이 가는 북한산 승가사~사모바위(비봉능선) 구간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2011년 4월 23일에 눈앞에서 목격한 산행 사고.비교적 쉬운 코스라 초보자들도 많이 가는 북한산 승가사~사모바위(비봉능선) 구간에서 일어난 사고였다.김현자

소방방재청 통계를 보면 2008년 구조 활동 실적 중 산악사고 건수는 6870명으로 전년대비 26.7% 증가했다. 이는 사고종별 평균 증가율 9.1%보다 3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등산 인구 증가만큼 산악사고도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타박상이나 골절상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산악사고 중에는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적지 않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3년(2008~2010)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96건을 분석한 결과 심장 돌연사는 41.6%, 추락사는 29.1% 등으로 나타났다.
-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본문에서

지난 일요일, 장갑을 끼지 않고 산행을 했다. 장갑을 끼려고 했으나 배낭에는 한겨울에만 끼는 손가락 끝이 막힌 장갑만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장갑을 벗는 것이 번거로워서 장갑을 끼지 않았다. 결국 왼손 손등에 작은 상처를 입어 3일 동안 물이 닿을 때마다 쓰라렸다. 장갑을 미리 준비했다면, 봄꽃 찍는 것보다 안전한 산행에 신경을 썼더라면 손등의 상처는 입지 않았으리라.

사실 맨손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생각하기에 따라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가파른 곳과 바위를 오르며 손을 짚거나, 바위나 나무뿌리 등을 잡아야 할 때마다 흙이 묻을까 신경 쓰다가 한 순간 발을 헛딛으며 몸이 갸우뚱했던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운이 좋아 별일이 없었다는 생각까지 드는 한편 준비 부족이 부끄럽기만 하다.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비타북스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비타북스 펴냄)는 산악인 의사 3명이 국민 대표운동으로 자리매김한 등산의 모든 것을 해부, '우리 몸을 살리는 등산 VS 우리 몸을 해치는 등산'을 조목조목 설명한 책이다.
책이 다루고 있는 것들은 지난주 나의 경우처럼 사소한 준비부족이나,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당연한 듯 따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것들, 등산을 오래했다는 사람들조차 잘 모르고 있거나 미처 알려지지 않은 것들, 나이나 질병에 따른 적절한 등산, 적절한 등산 장비 선택부터 올바른 사용, 응급처치나 조난 시 대처법 등, 등산 관련 모든 것들이다.

책을 읽다가 산행 모임 카페도 운영하고 산행을 직접 이끌고 있는 친구와 산행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주변 사람 몇몇에게 책을 권했더니 "요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걸 이용해 돈 벌려고 적당히 쓴 책 아냐?"라고 묻는 사람도, "등산을 십 년 넘게 했는데 읽을 게 뭐가 있겠어?" 하는 사람도 있다.


혹시 이들처럼 선입견을 가질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들에 대해 대략 설명하면, 저자 3명 모두 대학 시절부터 등산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사람들로 이중, 정덕환은 엄홍길 대장의 주치의로 해외 원정에 동참한 이력을 지닌 이른바 '산악인 의사'다. 나머지 두 사람도 해외원정에 동참하거나 해외원정을 이끈 이력을 지녔다.

이런지라 책 속 내용들은 우리의 등산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거나 실질적인 것들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에 '체력 소모를 줄이는 효과적인 보행법'이나 '등산의 피곤함을 줄이는 호흡법'처럼 등산을 오래 한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 전문적인 내용들까지 있다. 그러기에 앞으로 등산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물론 등산을 할 만큼 했다는 사람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스틱을 사용할 때는 지면을 스틱으로 누르는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스틱이 손목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줄임) 오르막길을 오를 때 등산용 스틱을 뒷사람에게 늘어뜨려 잡고 올라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스틱의 연결 부위 조임쇠가 빠져버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줄임) 스틱의 길이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않은 채 사용하면 오히려 허리와 팔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등산용 스틱은 허리를 곧게 펴고 어깨를 살짝 낮춘 상태에서 가장 편했을 때의 길이로 맞추어야 한다. 때문에 사용자의 신장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데 대체로 팔꿈치를 구부려 팔의 내각이 90도 정도가 되게 했을 때가 알맞다. - 본문에서

척추와 무릎 등에 전해지는 몸무게의 하중을 분산시켜 무리를 줄여주는 효과가 부각되면서 최근 2~3년 스틱(등산용 지팡이)을 사용하는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하지만 스틱 사용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이견이 부딪치는 등산 장비 중 하나로 장점 못지않게 단점 또한 많다.

사실 그간 스틱의 장점만 지나치게 부각된 면도 없잖아 있는데 이밖에도 ▲ 무분별한 사용과 지나친 의존으로 하체 근력 강화와 유산소 운동효과를 감소시키는가 하면 ▲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팔목 등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 넘어지면서 몸과 스틱이 분리되지 않아 탈골 등 다른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 어설프게 짚었다가 나동그라져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다치게 하는가 하면 ▲ 끝이 뾰족해 무기가 될 수도 있는 스틱으로 자신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을 상해할 수 있고 ▲ 자연을 훼손하거나 ▲ 낙뢰 시 위험을 자초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5일 산행 중 책 속 내용을 비교하며 스틱 사용자들을 눈여겨봤는데, 높이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대로 조절한 사람들보다 많았다. 대부분 높게 짚고 있었는데, 심지어는 가슴 높이까지 올린 후 마치 스키를 타듯 하며 뒷사람들을 위협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이나 스틱으로 땅을 차며 뒤로 젖히는 바람에 뒷사람이 그를 피하다가 넘어져 시비가 붙은 경우도 발생했다.

책에 의하면 관절이 튼튼한 청·장년층은 한두 시간의 산행이나 반나절 정도의 산행에서는 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또한 다른 계절에 비해 낙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름철에는 접어서 배낭에 넣고 다니는 정도로도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장점만 믿지 말고 단점도 고려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대로 사용해야겠다.

또한 스틱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값싼 제품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안전과 관계되는 장비인 만큼 가격보다 질을 우선해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낮아도 산은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있어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만 한다.
낮아도 산은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있어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만 한다.김현자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하는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고산 준봉의 정상에 오른 산악인 엄홍길씨가 소년 시절부터 수도 없이 올라 '어머니 산'이라고 부르는 도봉산을 신중하게 내려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눈 감고도 오르내릴 산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진지하게 손을 내저었다. 어제의 산이 오늘과 다르고 산은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이므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산을 경외하는 마음 자세는 등산 사고를 줄이는 기본자세일 터이다. - 본문에서

'산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산을 만나야 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것으로, 인상 깊게 읽은 부분 중 하나다. 아마도 앞으로 산행을 하는 동안 늘 떠오를 것 같다. 산을 좋아해 자주 가지만 정작 제대로 된 산행을 모르는 분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지속적인 산행을 위해 소개하며.

덧붙이는 글 |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정덕환·안재용·윤현구 씀, 비타북스 펴냄, 2011년 4월, 1만3000원


덧붙이는 글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정덕환·안재용·윤현구 씀, 비타북스 펴냄, 2011년 4월, 1만3000원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 산악인 의사가 말하는 내 몸을 살리는 건강 등산법

안재용.윤현구.정덕환 지음,
비타북스, 2011


#등산 #산행 #엄홍길 #스틱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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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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