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켜주는 불상과 노거수
정만진
복련(覆蓮), 팔각대좌, 상호, 나발(螺髮), 육계, 납의(衲衣), 통견(通肩),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보주(寶珠). 어려운 한자어로 된 불교 용어들이 답사자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어떤 것들은 괄호 안에 한자를 밝혀두기도 했지만, 확실한 불교 신자이거나 이 방면에 상당한 지식을 가진 답사자가 아니면 그것도 대체로 소용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낱말들의 뜻을 모르고서는 안내판의 글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을 헛되게 이 자리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며 답사여행을 하는 보람이 없다.
첫 문장을 단어 하나하나 따져가며 읽어본다. 복련(覆蓮)은 '뒤집어질 복(覆)'에 '연꽃 연(蓮)'이고, 팔각대좌는 한자를 밝혀놓지는 않았지만 아마 '여덟 팔(八)', '모서리 각(角)', '클 대(大)', '자리 좌(座)'일 것이다. 상호(相好)는 부처의 아름다운 용모(좁은 뜻으로는 '얼굴')를 뜻하는 불교 용어이고, '소라(小螺)'와 '머리카락[髮]'의 뜻이 결합한 나발(螺髮)은 소라 모양으로 휘말린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가리킨다.
육계(肉髻)는 부처님의 머리 위에 상투처럼 솟아있는 살을 말한다. 따라서 '복련이 새겨진 팔각대좌 위에 앉은 이 불상은 상호가 넓고 나발이며 육계가 봉긋 솟아 있다'는 안내판의 문장은 대략 '연꽃이 새겨져 있는 팔각형의 큰 받침대 위에 앉아 있는 이 불상은 얼굴이 넓고, 소라 모양으로 휘감긴 머리카락에, 정수리에는 상투처럼 톡 살이 튀어 올라와 있다' 정도로 읽으면 되겠다.
둘째 문장도 단어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읽는다. 납의(衲衣)는 '기워 입은 스님의 옷', 통견(通肩)은 '어깨로 통한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은 '왼손은 배꼽 부위에 대고 오른손은 펴서 땅을 가리키는, 악귀를 쫓는 부처님의 자세'라는 뜻이다. 즉, '납의는 통견인데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으며, 왼손바닥 위에 보주(寶珠)를 들고 있다'는 안내판의 문장은 '어깨에 걸쳐진 옷은 기운 자국이 뚜렷한데, 손바닥에 구슬을 얹은 부처님의 왼손은 배꼽 부위에 닿아 있고, 오른손은 땅에 닿아 있어 악귀를 쫓는다는 자세를 보여준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