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측근'들의 몰락, 근데 왠지 찜찜하다

[정연주의 증언77] 최시중이 만든 '방송사 친위대', 이건 어쩔 건가

등록 2012.04.25 20:36수정 2012.04.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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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의 각종 비리와 도덕 마비 증세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검은 돈거래', 그리고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재현 CJ 회장 사이에 있었다는 '엽기적인 강남 술판' 사건을 보면, 이 정도의 인물들에게 나라의 주요한 정책과 운명이 맡겨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참으로 추하고 지저분한 MB 측근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권우성

그런 가운데 최시중씨를 비롯한 이명박 권력이 심어놓은 방송사 친위세력들은 언론의 기본 기능이 거부되는 부끄러운 방송 현실을 타개하자며 저항하는 기자, 피디(PD), 아나운서들의 파업을 분쇄하기 위해 해직·정직·조직 파괴 등 온갖 강압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방송을 장악한 정권 친위세력들은 마치 자신들이 승리한 양 총선 뒤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리고 방송의 비정상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의 새 권력은 지금의 방송조건이 정치적으로 절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세상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추악하고 비정상적인 일들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최시중씨의 '검은 돈거래' 사건을 보면 권력, 음모, 협박, 거짓, 배신, 거액의 검은돈 거래 등, 살인만 빼고는 범죄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안고 있다.

최시중.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지난 4년 이명박 정권 동안 방송을 완전하게 장악한 방송대통령. 나의 KBS 사장 해임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악연이 있었던 인물. 그가 거액의 현금 보따리를 건네받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고, 그 사진 때문에 2억 원이라는 거액을 입막음용으로 주었다니, 음험한 범죄영화 도입 부분의 한 장면으로 부족함이 없겠다.

그는 "돈을 받은 일 없다"는 말을 하루에 뒤집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도망갈 궁리, 마지막 발악 같은 모습이다. 한 때 무한권력자처럼 그렇게도 오만하고, 위압적이었던 모습 위로 추악한 모습이 포개진다.

곽승준-CJ 회장의 엽기적 술판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남소연
최시중씨의 검은돈 사건 내용이 범죄 영화류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강남 룸살롱 술판 사건은 B급 성인영화 소재로나 제격일 정도로 저속하고, 파렴치하다.
이 사건을 보면, 자살 사망한 장자연씨의 그 참혹했던 경험이 상류층 사회의 술판에서는 일상적인 것인 게 분명하다. 곽승준씨와 이재현 CJ 회장이 여성 연예인들과 벌인 술판의 하루 저녁 술값이 무려 수천만 원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술판을 벌였던 때가 장자연씨가 소속 기획사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강요받고 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으로 크게 쟁점이 된 이후의 일이었다.

이 엽기적인 술판 내막은 경찰의 정보보고 문건에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이 회장이 룸살롱에 곽 위원장을 대동하고 신인 연예인이 포함된 5~10여 명의 접대부를 동석시켜 술을 마셨다"는 내용도 있고, 그 자리에서 접대했던 연예인들이 경찰에서 그 내용을 진술하기도 했으며, 경찰에서 그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룸살롱 업주는 "앞으로 연예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곽승준씨의 이러한 파렴치 행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었으나, 그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청와대는 이를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엠비(MB) 정권의 도덕적 실체다.

이명박 정권 핵심들의 추악한 모습은 최시중, 곽승준 정도가 아니다. 이미 줄을 이어 터져 나왔다.

'영일대군' 이상득·'왕 비서관' 박영준... 줄줄이 '의혹'

'영일대군' '상왕' 등으로 불리어 온 이상득 의원도 지금 검찰 소환을 기다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의 보좌관인 박배수씨가 SLS그룹 구명 로비를 위해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고, 뇌물로 받은 돈을 의원실 직원을 통해 자금세탁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 여비서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의문의 7억 원'이 들통 났다.

이 의원은 자신의 장롱 속에 간직한 7억 원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 그즈음 인터넷에는 "그의 장롱이 얼마나 크기에 7억 원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가"라는 조롱의 글이 나돌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의원은 삼화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하여 구명 로비의 대상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측근이었고,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을 때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왕 비서관'이라고 불렸고,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에는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이번 '최시중 검은돈 사건'에 함께 이름이 등장하고, 함께 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61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최시중 박영준 등에게 건넸다고 주장해온 이아무개 전 파이시티 대표가 인허가 청탁 대가로 박영준 전 차관에게 중간 대리인을 통해 거액이 건너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왕 비서관' '왕 차관' 박영준 전 차관은 이번 건 말고도 불법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CNK(씨앤케이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에도 주요 인물로 연루돼 있다. 그리고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지만,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청탁 명목으로 46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인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국회의장도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비서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치욕을 겪으면서 국회의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청와대나 정부에 입성했던 이 대통령의 측근들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로비명목으로 현금 7천만 원을 받고 특가법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008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선 뒤 강압 조치와 더욱 드세지는 방송 현장의 저항

이처럼 난장판이 되어버린 이 대통령 주변인데도, 그 권력이 심어놓은 방송 친위대와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방송계에는 정권 친위대가 총선 뒤 더욱 힘을 얻은 듯 해직, 정직, 인사 조치, 조직 개편 등 강압 조치들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이에 저항하는 일선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MBC 조직개편 규탄 기자회견에서 연보흠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MBC 조직개편 규탄 기자회견에서 연보흠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MBC 노동조합

KBS에서는 최경영 기자의 해임 이후 이에 분노한 간부 사원들이 보직을 사퇴하면서 파업에 동참했고, 입사 19~30년 경력의 고참 기자들도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새 노조의 아나운서 지회에서는 '해임되어야 할 자는 바로 김인규 사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기자협회, PD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등 10개 협회도 최경영 기자의 해임 결정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최 기자 해임 결정이 촉발이 되어 저항의 불길이 사방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KBS의 팀장 보직 간부들 22명은 24일 최경영 기자의 해임에 항의해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했다. 이들은 '보직을 내려놓고 파업에 동참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동료들의 줄징계가 파업으로 이어지고, 선후배들이 길바닥에 나 앉은 지 50일을 넘긴 이 서글픈 상황"에 대해 "회사의 중간 간부로서 참담함과 더불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공영방송 KBS의 중간 간부 본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이제부터 보직을 내려놓고 파업 중인 동료 선후배들과 뜻과 행동을 같이하려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같은 날, 입사 30년에서 19년까지의 고참 기자 37명도 "해고는 살인"이라며 회사의 최경영 기자 해임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점차 파국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모든 징계를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KBS 새노조의 아나운서 조합원들도 같은 날, '해임되어야 할 자는 김인규 사장이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회사를 떠날 사람은, 공영방송인으로 갖춰야 할 품위 유지를 위반한 사람은, 최경영 기자가 아니라 바로 김인규 사장 당신이라"고 지적하고, "우리는 김인규 사장 당신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MBC에도 최근의 조직 개편에 대해 기자, PD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24일 이번 개편안은 "MB 방송 체제의 완성"이라고 비판했다.

MBC 조합원들은 이에 앞서 라디오 본부의 '국' 강등,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의 통폐합, 영상편집부의 편집3부 전환 등 지난 20일 기습적으로 이뤄진 조직 개편을 '막가파식 개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시중씨의 몰락이 상징하는 이명박 정권의 붕괴에도, 그들이 방송사에 심어놓은 정권 친위대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새 권력도 정권 친위대와 지금의 방송조건이 필요한 터여서 아무 일 없는 듯 무시전략을 펴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방송도, 우리 사회도, 이 나라의 장래도 함께 망가지고 있다.
#정연주 #KBS #MBC #연대파업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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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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