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남소연
최시중씨의 검은돈 사건 내용이 범죄 영화류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강남 룸살롱 술판 사건은 B급 성인영화 소재로나 제격일 정도로 저속하고, 파렴치하다.
이 사건을 보면, 자살 사망한 장자연씨의 그 참혹했던 경험이 상류층 사회의 술판에서는 일상적인 것인 게 분명하다. 곽승준씨와 이재현 CJ 회장이 여성 연예인들과 벌인 술판의 하루 저녁 술값이 무려 수천만 원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술판을 벌였던 때가 장자연씨가 소속 기획사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강요받고 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으로 크게 쟁점이 된 이후의 일이었다.
이 엽기적인 술판 내막은 경찰의 정보보고 문건에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이 회장이 룸살롱에 곽 위원장을 대동하고 신인 연예인이 포함된 5~10여 명의 접대부를 동석시켜 술을 마셨다"는 내용도 있고, 그 자리에서 접대했던 연예인들이 경찰에서 그 내용을 진술하기도 했으며, 경찰에서 그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룸살롱 업주는 "앞으로 연예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곽승준씨의 이러한 파렴치 행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었으나, 그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청와대는 이를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엠비(MB) 정권의 도덕적 실체다.
이명박 정권 핵심들의 추악한 모습은 최시중, 곽승준 정도가 아니다. 이미 줄을 이어 터져 나왔다.
'영일대군' 이상득·'왕 비서관' 박영준... 줄줄이 '의혹''영일대군' '상왕' 등으로 불리어 온 이상득 의원도 지금 검찰 소환을 기다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의 보좌관인 박배수씨가 SLS그룹 구명 로비를 위해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고, 뇌물로 받은 돈을 의원실 직원을 통해 자금세탁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 여비서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의문의 7억 원'이 들통 났다.
이 의원은 자신의 장롱 속에 간직한 7억 원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 그즈음 인터넷에는 "그의 장롱이 얼마나 크기에 7억 원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가"라는 조롱의 글이 나돌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의원은 삼화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하여 구명 로비의 대상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측근이었고,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을 때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왕 비서관'이라고 불렸고,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에는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이번 '최시중 검은돈 사건'에 함께 이름이 등장하고, 함께 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61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최시중 박영준 등에게 건넸다고 주장해온 이아무개 전 파이시티 대표가 인허가 청탁 대가로 박영준 전 차관에게 중간 대리인을 통해 거액이 건너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왕 비서관' '왕 차관' 박영준 전 차관은 이번 건 말고도 불법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CNK(씨앤케이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에도 주요 인물로 연루돼 있다. 그리고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지만,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청탁 명목으로 46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인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국회의장도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비서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치욕을 겪으면서 국회의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청와대나 정부에 입성했던 이 대통령의 측근들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로비명목으로 현금 7천만 원을 받고 특가법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008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선 뒤 강압 조치와 더욱 드세지는 방송 현장의 저항이처럼 난장판이 되어버린 이 대통령 주변인데도, 그 권력이 심어놓은 방송 친위대와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방송계에는 정권 친위대가 총선 뒤 더욱 힘을 얻은 듯 해직, 정직, 인사 조치, 조직 개편 등 강압 조치들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이에 저항하는 일선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