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한국 공연 예정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결국 음반은 플레이어에서 몇 번 돌아가다가 시기를 알 수 없는 시점부터 방구석에 처박혀 먼지를 맞고 있다. 기억나는 멜로디는 심장수술을 앞 둔 아버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썼다는 곡 '말문이 막혀(Speechless)' 정도다. 밤에 장거리 운전을 할 때 가끔 '형편 없는 로맨스(Bad Romance)'를 듣기도 했다(졸음 쫓기에 이만한 곡이 없다).
감사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모르나, 교회 덕분에 레이디 가가에 폭발적 관심을 쏟게 됐다. 장하준 교수의 책이 '불온서적'으로 지정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아쉽게도 내 책은 제목에 '불온'이 들어갔는데도 금서로 지정되지 않았다). 어쨌든 가가 관련 문서를 탐독하고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다.
레이디 가가를 잘 알기 전까지는 교회의 공연반대 운동을 보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가 전문가'가 된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공연을 해도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바람직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안다. 하지만 혈압을 올리시기에 앞서 이 글을 차분히 읽어주시기 바란다.
그는 '다름 인정하기'의 전도사일 뿐 앞서 가가 공연 반대운동이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이번 내한공연의 주제는 '태어난 대로(Born This Way)'다. 이것은 가가의 최근 음반 제목이기도 하고, 그녀가 2011년 하버드대학 버크먼 센터, ('천재 장학금'이라 불리는) 맥아더 장학재단 등과 공동설립한 재단 이름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가의 활동이 '사탄의 궤계'라면, 하버드 대학과 맥아더 재단에도 같은 혐의를 써야 마땅하다.
'태어난 대로' 음반과 재단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동성애만이 아니다. 가가와 그녀의 재단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학교폭력이다. 교회도 교내폭력이 한국사회를 괴롭히는 심각한 문제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가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이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따돌림의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폭력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가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 나는 오히려 교회의 반감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표출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자'고 제안하는 가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레이디 가가의 한국공연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가의 공연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연 중 피 흘리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해서 폭력을 찬양한다거나 '피의 예식'을 치렀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식이면, 공연 중 스승 머리에 샴푸를 끼얹고 셔츠를 찢고 넥타이를 자른 백남준은 스승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둘도 없는 패륜아가 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논란이 된 가가의 공연은 2009년 MTV 비디오음악 시상식 무대였다. 여기서 가가는 남자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는 희생자로 출연했다. 교회는 이 부분을 '폭력을 조장'하고 '반 기독교적 사탄의 의식'을 거행한 것으로 보았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남성들의 폭력에 의해 희생되어 가는 여성의 참담함을 보았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 차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의 해석을 교인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들의 판단능력을 모욕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이다.
교계가 공연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동성애를 찬양하고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자를 '그저 그렇게 태어난(Born This Way) 사람들'이니 받아들이자고 말할 뿐이다.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을 '반대'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 그들을 따돌리며 괴롭히란 말인가?
동성애가 기독교에서 복잡한 논쟁거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 동성애자에게 돌을 던지고 조롱할 것 같은가, 그들과 함께 하며 위로하시겠는가.
한국교회가 레이디 가가에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 한국 교회가 레이디 가가에 긴장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그녀는 교회가 외면해 온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레이디 가가는 널리 알려진 박애주의자다. 2010년 전국 공연에서는 특별 좌석표를 팔아 노숙자 돕기 기금을 마련했고, 팬들에게 집 없는 사람 돕기 캠페인을 벌여 3만 시간이 넘는 자원봉사 시간을 확보했다. 3년 반에 달하는 시간이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는 공연과 인터넷 상점 수익금 50만 불(5억원)을 재건사업에 보탰고, 일본 재난을 위해서는150만 불(15억원) 이상의 구호기금을 마련했다. 가가가 신디 로퍼와 손잡고 시작한 에이즈 예방과 치료 캠페인에서는 무려 1억 6천만 불(1600억원) 이상을 모았다.
성경 마태복음에는 예수 따르기를 갈망하는 청년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예수에게 와서 방법을 묻자, 예수는 '계명을 지키라'고 답변한다. 청년은 계명이 가르치는 바를 따르며 살고 있다고 답하고, 그 이외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다시 묻는다. 예수는 근사한 교회를 지으라거나 부자정당에 투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네가 온전하고자 할진대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마태복음 19:20)
한국 교회에서 재정의 10% 이상을 사회봉사와 구제에 쓰는 교회는 10군데 중 3곳에 지나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