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도감>
진선출판사
여섯뿔가시거미는 거미줄을 치지 않고 젤 뭉치를 외줄의 거미줄 끝에 매달아 먹잇감이 보이면 철퇴마냥 돌려 사냥을 한다.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잡이거미(깡충거미)나 농발거미 역시 거미줄을 치지 않고 파리나 바퀴벌레 등을 찾아다니다가 먹잇감이 보이면 살금살금 다가가 잽싸게 달려들어 낚아챈다.
조릿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거미는 낮표스라소니거미일 가능성이 많다. 이 거미는 조릿대 잎을 접어 그물을 치고 그 안에 알을 낳은 후 옆에서 지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냇가 풀숲에서 볼 수 있는 거미는 황닷거미일 수 있다. 이 거미는 거미줄을 치지 않고 냇가 풀숲에 살며 곤충이나 물고기 등을 사냥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미줄을 치는 거미들이 모두 방사형의 거미줄만 치지 않고, 방사형의 거미줄을 치는 거미라고 모두 수직으로만 치지 않는다. 갈거미는 수평으로 방사형의 거미줄을 친다. 이런지라 씨앗을 맺을 때 널리 퍼지기 유리하도록 꽃대를 한껏 키우는 민들레처럼 다양한 거미들의 저마다 다른 특성들을 알고 있으면, 관찰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생태관찰의 길로 야무지게 안내하는 길잡이 책그런데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이런 생태적 특성을 알고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자연도감>은 민들레나 거미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의 생태적 특성을 알려줌과 동시에 그 특성에 따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은 '떠나기 전에'라는 제목으로 자연을 접하는 자세를 비롯하여 자연을 관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곤충류와 그밖의 벌레, 조류, 포유류, 파충류 및 양서류, 어류 및 조개류, 식물로 나누어 각각에 맞는 관찰방법들과 주의할 점 등을 알려준다.
자연생태관련 출판인들과 저자(연구자)들에 의하면, 아쉽게도 우리나라 동식물 연구에 일본 자료의 의존도는 현재 매우 높다고 한다. 이 책도 일본인이 썼다. 그러나 (출판사에 의하면) 옮기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실정에 맞게 일부를 빼거나 더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교부의 <한국동식물도감>이나 이창복의 <원색 대한식물도감> 등을 비롯한 여러 권의 동·식물 관련 책들을 참고로 우리 현실에 맞게 생물명도 정리했다고 한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동·식물이 다른 만큼 일본의 원서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우리 현실에 맞게 더하거나 고친 것이다. 그래서 활용도가 높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각 식물에 모여드는 곤충, 새의 여러 가지 발 모양, 바람에 날아가는 씨와 튀어서 퍼지는 씨,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버섯이나 죽은 나무에 나는 버섯 등, 이야기마다 세밀화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책 속 세밀화 덕분에 이름을 몰라 정리하지 못한 사진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점 또한 이 책의 장점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