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거부 운동을 벌여왔던 유윤종(25)씨는 이번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택했다. 교도소 입감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정민규
표준국어대사전은 감옥을 '죄인을 가두어 두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감옥은 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헐거운 법망을 피해 마땅히 가야 할 사람이 가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지만 보통의 경우는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의 신념도 징벌의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살인과 강도, 강간이 그렇듯 병역거부도 형벌의 대상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젊은이가 군대 '입소' 대신 교도소 '입감'을 선택했다.
지난해 대학서열과 입시경쟁을 거부하며 서울대 자퇴를 선택한 유윤종(25, 필명 공현)씨다. 애초 감옥 가기 좋은 날이란 게 있을 리 없지만 요즘 같은 봄이라면 더더군다나 그렇다. 4월의 주말은 그만큼 화창하고 아름다웠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에서 만난 유씨는 봄볕을 쬐러나온 여느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생활 한복과 아이폰이라는 생경한 조합 정도가 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독특함 정도였다. 길었던 머리카락마저 그는 수형생활에 불편할 것이라는 이유로 싹둑 잘랐다.
그는 병역 거부를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내놓은 대답이 "살아온 흐름에서 그게 제일 자연스러운 결정이었고 나다운 결정이었다"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연히 그가 바란 것은 징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대체 복무에 관한 논의는 결국 그의 청춘을 감옥으로 집어넣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평화와 공익,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모든 이야기를 전하지는 못하지만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간추려 정리했다. 애석하게도 그는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보지 못한다. 30일 오전 그는 검찰청에 출두해 교도소로 이송됐다.
-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병역거부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 듯하다. "어려운 질문이다. 특별한 결정적 이유는 없지만 군대 자체와 병역에 대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고민해 왔고 책도 이것저것 읽고 병역거부 소견서와 보고서 등을 보면서 병역 거부를 알게 됐다. 그 뒤로 고민하다 신체검사에서 1급이 나왔고 병역거부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살아온 흐름에서는 그게 제일 자연스러웠고 나다운 결정이었다."
- 그렇다 하더라도 원한 것이 징역은 아니었을 텐데?"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것을 기대했지만 헌번재판소의 부정적 판결 이후 3~4년 기다려봤자 달라질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현 정부에서 대체복무제 추진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 대체복무제는 추진됐던 적이 거의 없다. 김대중 정부 같은 경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부정적이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의지로 추진됐지만 국방부가 반대 입장이어서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이 안 되는 건 자연스러운 것 같긴 하다."
- 병역 거부를 말리는 사람들은 없었나?"친구들이든 부모님들이든 말리는 사람이야 많다. 부모님 같은 경우엔 사실 군대 가는 것도 불안해 했다. 그리고 자식이 교도소에 가는 게 마음이 얼마나 그렇겠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3년을 사귄 여자친구는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안 좋아한다."
"서울대 그만둔 게 무슨 벼슬도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