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위로 날아간 MB실세 3인방

[정치 톺아보기] '멘토'는 '멘붕'되고... 박영준·이상득은?

등록 2012.05.01 15:34수정 2012.05.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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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에서 '멘붕'으로!"

지난 4월 24일자 <경향신문> 만평(김용민 화백)의 주제다. 어떤 언설도 MB(이명박) 정권 실세 중의 실세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영욕을 이처럼 극적으로 표현하진 못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수감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수감됐다. 유성호

최시중 전 위원장은 MB(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중의 멘토'였다. 그는 고향(영일-포항) 후배 MB를 일찌감치 대통령감으로 지목해 후견했다. 그는 또한 '형님'(이상득 의원)의 50년 지기다. 형님을 지칭하는 '영일 대군'에 빗대어 '방통 대군'으로 통했다. 그와 친구인 '상득이' 그리고 MB의 삼각관계는 다음과 같은 그의 어투에서 잘 드러난다(관련 기사 - 폭탄 맞은 MB 멘토들... '명박산성' 무너진다)

"1970년대 중반쯤에 상득이가 현대 다니는 똘똘한 동생이 있다고 해서 만났지. 정말 보니까 아주 명석해. 그래서 될 놈이다, 이렇게 생각했고. 본격적으로 우리가 꿈을 꾸기 시작한 건 (MB가) 1992년 전국구 의원으로 출마한 뒤라고. 그때부터 우리가 꿈을 꾸고 준비를 한 셈이지."

그런 그가 개발사업자로부터 '검은 돈' 수억 원을 받아 대선 여론조사로 썼다고 실토한지 1주일만인 지난달 30일 밤에 구속 수감되었다. 대통령의 형님에 이어 멘토까지 돈봉투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멘티'이자 동생인 MB로서는 '멘붕'(멘탈 붕괴 : 실생활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쓰는 신조어)일 수밖에.

위기에 대처하는 수법도 비슷한 '50년 지기'

두 사람은 50년 지기답게 위기에 대처하는 수법도 비슷하게 노회했다. 특히 '검은 돈'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면 대개 부인하거나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밝히겠다고 말하는 것이 먼저인데, 검찰 수사에서 입증할 돈의 '입구'는 물론 '출구'까지 미리 밝혀 버렸으니 검찰의 수고를 덜어준 셈이다.


최시중씨는 처음 의혹이 불거지자 기자들에게 "중학교 후배한테서 개인적 입장에서 돈을 받았다"고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 "㈜파이시티(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명목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2007년 한국갤럽 회장으로 있으면서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에서 일했는데, 당시 대선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청와대 압박용'으로 비치자 다음날에는 "여기저기에 보태서 내 일상에 썼다"(중앙일보)고 두루뭉술하게 피해갔다.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는 돈의 사용처에 대해 "유구무언"이라고 답했다. 그는 돈을 받은 당시 '자연인' 신분이었다. 공소시효가 5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피해가면서도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로 보였다.


그는 또 검찰 조사를 앞두고 대형병원에 심장혈관 수술을 예약하는 등 구속을 피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파이시티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8억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30일 구속 수감되었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대가성'의 입증 여부였다. 검은 돈을 받은 당시 최시중 전 위원장은 '자연인' 신분이었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의 구룡포중학교 후배이자 브로커인 이아무개씨의 운전기사 최아무개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보낸 협박편지를 공개하며,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대가성'을 강조했다.

'시청에 말씀 좀 잘 해달라는 돈'이라는 협박편지

운전기사 최씨는 지난해 12월 브로커 이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넨 거액의 현금을 찍은 사진과 함께 '합의금'을 요구하는 편지를 담은 등기우편을 최 전 위원장에게 내용증명으로 보내 이씨로부터 '입막음용' 돈을 뜯어냈다. 주목할 것은 협박 편지의 내용이다.

검찰이 밝힌 편지에는 '그 돈의 성격을 잘 아시겠지만, 시청에 말씀 좀 잘 해달라는 돈인 걸 알지 않느냐. 8억원의 현금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명박 시장의 '멘토'로서 그런 문제를 이 시장에게 직접 청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편지 내용대로 8억원이 '시청에 말씀 좀 잘 해달라'는 대가였다면, 그 돈은 이명박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준 것이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유성호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 '시청에 말씀 좀 잘 해달라는 돈'을 받은 것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실세는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이다. 그는 '형님의 남자'이자 'MB의 남자'이다.

박 전 차관은 1994년부터 11년간 이상득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그러다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무보좌역으로 임명되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MB의 대선 경선캠프 역할을 했던 '안국포럼'에서 조직특보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 비서실 총괄조정팀장을 지낸 이명박 정부의 '창업 공신'이다. 그 덕분에 실세 중의 실세로 부상해 청와대에선 '왕비서관', 정부에서는 '왕차관'으로 통했다.

브로커 이씨가 건넨 돈을 중간에서 '세탁'해준 이아무개(59) 제이엔테크 회장은 이상득 의원의 지역 내 측근 경제인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차관에 대해 2일 오전 출석을 통보한 상황이다. 검찰이 지난 24일 박 전 차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 1주일만이다.

박 전 차관은 지난 총선 출마를 앞두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역대 정권에서) 사조직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구속됐지만 나는 감옥가기 싫었다"면서 "그래서 처음부터 엄청나게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그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의 최종 종착지는 '형님'?

검찰 수사의 최종 종착지는 '형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민들이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권력 4인방이 있는데, 서열 1위는 형님(이상득 의원)이고, 2위가 MB(이명박 대통령), 3위가 시중(최시중 전 위원장), 4위가 왕차관(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이라며 "이들 4인방이 형사처벌 대상이 돼 있는 만큼 검찰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들을 보고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가 열리면 우리 민주당은 법사위를 최강팀으로 구성해서 이명박 정부 4년의 비리를 추궁해 나갈 예정"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데 방점이 있지만, 권력 서열 1위를 대통령이 아닌 '형님'으로 꼽은 점이 이채롭다.

이국철(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의 폭로로 불거진 형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은 이 의원의 턱 밑에서 멈춘 상태다. 검찰은 이국철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해 이 의원의 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을 이 회장의 로비스트와 유동천(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돈을 건넨 이국철 회장과 유동천 회장 모두 "이상득 의원을 보고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서 박배수 보좌관이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과 함께, 여비서가 관리한 계좌에서도 의문의 7억원이 드러나자 이상득 의원은 지난 2월초 자신의 '차명계좌'라고 실토한 바 있다. '이국철 비자금 로비'와 무관함을 강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신의 불법(차명계좌)을 인정한 것이다.

차명계좌 개설은 실정법(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법 7조는 실명계좌 개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금융기관에만 지우고 있다. 이 냄새나는 돈의 출처를 밝히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그래서 차명계좌를 인정함으로써 처벌(벌금형)이 가벼운 공직자 재산신고법 위반 혐의만 안고 가는 '꼼수'를 쓴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별개로 보좌관 박배수씨가 200억 원 대의 은행 대출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수억 원을 챙긴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좌관 신분으로 거액 대출을 알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 대출의 배후에는 '형님'이 있다는 추론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가 '형님 게이트' 수사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만사형통' 이상득, '국립호텔' 신세지나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남소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형님' 앞에 줄을 서자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그때 권력의 생리를 잘 아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이상득 의원은 지금 동생이 권좌에 있을 때 '국립호텔' 입장권을 싸게 끊어서 다녀온 뒤에 사면복권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박근혜로든, 야당으로든 정권이 교체된 뒤에 비리의혹들이 불거지면 '형님'은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동생이 권좌에 있을 때 감옥에 몇 달 다녀오면 설령 정권이 교체된 뒤에 추가로 비리가 불거지더라도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이 고령인 형님을 또 다시 감옥에 보내라고 하겠냐."

'국립호텔'은 교도소를 말한다. 굳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동생이 대통령에 있을 때는 몇 달 있다가 나올 수 있지만, 정권이 바뀐 다음에 비리가 불거지면 몇 년은 살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비리 사실을 전제로 한 얘기다.

돌이켜보면 지난 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5년 단임제 대통령들은 너나없이 친인척과 측근들이 사법처리되는 수난을 겪었다. 차이가 있다면 군부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는 검찰권이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다음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 칼을 뽑은 반면에, 문민정부 때부터는 권력의 힘이 빠진 정권 말기에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수사했다는 점이 다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호가호위한 형제들과 본인이 사법처리 되었고,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본인이 수천억원의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각각 한보 비리와 최규선 게이트 등으로 아들들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 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로 측근과 부인이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권력의 사유화'와 대통령의 가족들이 자기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결과다. 그러나 임기말에 대통령의 멘토와 형님, 그리고 측근들까지 한꺼번에 교도소 담장 위에 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만든 집권 세력이 민주화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가 아니고 '이권'으로 뭉친 '이익 집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최시중 #박영준 #이상득 #불법사찰 은폐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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