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아이들 책에 사인해 줄 말조차 없었어요"

[현장] 대한문 앞 분향소 시민상주단으로 분향객 맞은 '더 작가'

등록 2012.05.05 15:11수정 2012.05.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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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살인이다. 학살을 멈춰라! 대통령이 책임져라!
해고는 살인이다.학살을 멈춰라! 대통령이 책임져라! 이명옥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는 사회원로·정치·사회·문화·예술·법조계·학생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시민상주로 분향객을 맞이하고 있다. 4일은 '더 작가'(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작가 모임, 이하 '더 작가')의 박효미·김하은(동화작가)·이현·공진아·김해원·정해왕·최덕규(그림책 작가)씨가 시민상주로 분향객을 맞았다.

더 작가 회원들 어린이 책 작가들인 더 작가 회원들이 시민상주를 하고 있다.
더 작가 회원들어린이 책 작가들인 더 작가 회원들이 시민상주를 하고 있다.이명옥

"더 작가 회원들은 평택에서 어린이들과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와락'에서 책읽기와 만들기 등의 행사를 함께 하고 있어요. 

제가 22번째 희생자 소식을 들은 건 남쪽에서 꽃구경을 하던 때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면서도 참 불편한 마음입니다. 저희가  오늘 상주를 맡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자격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22분이 돌아가시는 동안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이나 또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를 헤아려봤나 이번에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저희가 지난해에 희망버스 행사를 할 때 부산에 내려가서 해고노동자들 가정에 책을 보내는 행사를 했습니다. 그때 쌍용노동자들 아이들한테도 책을 보냈는데 가슴 아팠던 것은 엄마 아버지가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이 많았던 거예요. 저희가 책에 사인을 하는데 뭐라고 쓸 말이 없는 거예요. 그 아이들한테 희망을 이야기해 줄 수 도 없고, '이 책 엄마와 재미있게 읽어' 이렇게 써 줄 수도 없고...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들을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다는 거죠. 

해고는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뿌리째 뽑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이 사회가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이 참 가슴이 아프고요. 우리가 흔히 가정을 지키자 그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 싸움은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싸움이 아니라 이 싸움이야말로 가정을 지키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싸움인 것 같습니다.

더 작가는 앞으로도 쌍용차와 함께 싸움을 계속 할 것이고요. 그리고 저희가 와락에 가서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특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나눠드린 노란 종이쪽지에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주시면 아이들과 행사할 때 쓰겠습니다."

"해고는 삶을 송두리째 뽑는 것... 우리 아이들 지키는 싸움"


4일 문화제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
4일 문화제문화제에 참석한 시민이명옥

'더 작가'는 동화와 그림책 작가들의 모임이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동화책과 더불어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더 작가' 회원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한다. 용산참사 현장에 함께 했고. 희망버스 행사에서는 1000여 권의 책을 해고노동자 자녀들에게 보내는 행사를 진행했다.

'더 작가'의 작품집인 <박순미 미용실>(한겨레 아이들 펴냄) 인세를 평화박물관에 기부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정신을 지닌 작가들이다. 현재는 심리치유센터 '와락' 행사 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더 작가' 회원들은 여러 가지 희망의 말이 담긴 배지를 만들어 분향을 온 시민들이 가져 갈 수 있도록 했다.


희망의  말이 담긴 배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쌍용차를 알리고 싶어 만든 배지
희망의 말이 담긴 배지더 많은 시민들에게 쌍용차를 알리고 싶어 만든 배지이명옥

"100개 정도 만드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더군요 하지만 분향오신 분들이 배지를 보면서 한 번 더 분향소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들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화제에 참석중인  시민들 비없세 김소연 씨 사회로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문화제에 참석중인 시민들비없세 김소연 씨 사회로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이명옥

1일 상주를 담당했던 고등학생은 "주말에 분향소를 들리지 못했더니 마음이 불편하더라, 개교 기념일이어서 다시 분향소를 찾으니 마음이 편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더 밥'이라는 단체는 쌍용차 희생자 소식을 듣고 한 끼 밥값을 모아 비정규직이나 해고노동자를 후원하려 만든 직장인 모임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원직복직 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상주단은 단체나 개인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시민상주단은 이런 일을 해요
시민상주단은 쌍용차 문제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함께 분향소를 지키고 사회적으로 더 널리 알리는 일을 합니다.

[시민상주단이 하는 일]
- 분향소에서 상복을 입고 일반 분향 참배객을 맞이한다.
- 상주단 참여 시간 중 점심시간에 시내 주요 장소에서 일인 시위를 진행한다.
- 분향소를 지키며 일어나는 일들을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린다.
- 매일 저녁 7시 진행하는 추모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알린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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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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