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참관하러 온 당권파 당원들이 후속 조치안건 처리에 항의하자,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가 운영위 정회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공명정대한 과정을 통해 선출된 나는 합법적이고 당당하다. 문제투성이 진상보고서를 근거로 청년 비례 사퇴를 권고한 전국운영위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말이다. 하루 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총사퇴를 권고했지만 단호히 거부한 것이다.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사퇴 불가'를 얘기한 그는 시종일관 당당했다. 김 당선자는 "깨끗하고 정당하게 치러진 청년 비례대표 선거를 하루아침에 부정으로 낙인찍는 이유가 뭐냐. 수만 명의 당원과 청년 선거인단을 부정선거 당사자로 혐의 씌우는 이유가 뭐냐"고 강변했다. '부정 당사자'로 낙인 찍는 이유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통합진보당 운영위에서 당권파들은 "일부 세력을 내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조사위 조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의 주장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당선자의 '사퇴 거부'에 대해 비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부정·부실 선거임이 확실히 드러난 만큼 당 전체가 책임지자는 뜻에서 내린 운영위의 결정을 거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잘못이 없다'고 사퇴를 거부한다면, 윤금순 당선자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김재연의 기자회견은 당권파의 지시다. 이석기가 해야 할 기자회견을 대신 하는 셈"이라며 "이석기가 나왔다면 계파의 실세가 비난의 표적이 되고 반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테니 일종의 완충장치를 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당선자의 '사퇴 거부'는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의 뜻이라는 것이다.
당권파 "비례대표 사퇴는 진성당원제에 대한 쿠데타" 실제, 당권파는 운영위의 권고사항 '대표단 총 사퇴, 순위 경쟁 명부 비례대표(14명) 총 사퇴, 비대위 구성' 등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운영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당원의 투표로 결정해 선출된 비례대표가 사퇴하는 것은 진성당원제에 대한 정치적 쿠데타"라고 말했다.
운영위의 결정은 '권고안'으로 강제력이 없다. 당권파들이 끝까지 비례대표 사퇴를 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가능한 조처는 제명이다. 그러나 제명(출당조처) 조치를 해도 의원직은 유지하게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당선인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 했을 때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진 탈당 시에만 당사자의 비례대표 의원직이 상실되고, 비례대표 후순위가 승계하게 된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례대표 후보들이 권고를 받아줄 것이라 기대한다"라며 "(출당 조치에 대해) 아직 그렇게까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제명 등의 제재 조치가 가해지면 "당이 두 조각(당권파-비당권파) 날 수" 있고 "거기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게 통합진보당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