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위탁관리업체 대표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에게 건넨 1억원 수표의 성격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해당 수표
심규상
수표 1억 원과 백화점 상품권 100만 원을 수수한 이유를 놓고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위탁관리업체로 재선정되기 위한 로비 자금이라는 주장인 반면 돈을 건넨 아파트위탁관리업체 대표는 묵시적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3000세대가 넘는 대전 유성구 소재 모 아파트의 입주자대표 회장 A씨는 지난 4월 26일 저녁 열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현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대표인 B씨로부터 아파트 관리 재계약 부탁과 함께 수표 1억 원과 모 백화점 상품권 1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월 26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A씨는 다음 날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일부 동 대표 및 변호사 사무실 등과 상의했고, 지난 3월 6일 이를 되돌려줬다고 밝혔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수표 건네며 난방공사 재조사 결의 요구" 논란은 아파트위탁관리업체 B대표가 돈을 건넨 이유다. A씨는 "현 관리업체 대표가 당시 재계약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년 전 모 업체가 벌인 아파트 지역난방공사의 부실공사 여부를 밝히기 위한 감리비용(감사비용)이라며 1억 원짜리 수표와 100만 원어치 백화점 상품권(10만 원권 10매)을 건넸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입주회의에서 부실공사 여부를 밝히기 위한 재조사 결의만 해달라고 했다. 너무 황당해서 '5억 원을 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A 회장은 아파트 지역난방공사를 벌인 업체가 아파트위탁관리업을 병행하고 있는 점을 들어 아파트 재계약은 물론 경쟁업체의 비위사실을 밝히려는 의도를 갖고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처음부터 금품을 받을 의사가 없었고, 오히려 증빙자료를 남기기 위해 받았다가 되돌려 줬다는 주장이다.
관리업체 대표 "만날 때마다 의혹 제기.. 못들은 척할 수 없었다" 반면 B대표는 이날 입주자대표회의 자리에서 "입주자대표회장이 만날 때마다 아파트 지역난방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해 이를 해소해 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여 준 것으로 뇌물이 아니다"며 "수표는 회사 자금이 아닌 내 개인 돈으로 '부실공사 여부를 규명하는 데 써 달라'고 사용처를 명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뇌물이라면 수표에 사인을 하고 내 개인통장에서 빼서 줬겠냐"며 관련 통장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B대표는 또 "A회장이 1억을 받아 주머니에 챙기고는 5억 원을 더 달라고 해 당장은 안 되고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후 1억 원을 되돌려 줘 요구한 5억 원을 안 줘서 되돌려 준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B대표는 백화점 상품권과 관련해서도 "A회장이 '해외여행은 어디로 가는 게 좋겠냐'고 물어와 어쩔 수 없이 상품권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회장이 만날 때마다 아파트 지역난방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고, 해외여행 행선지를 상의해와 이를 못 들은 척 할 수 없어 묵시적 요구로 받아들여 금품을 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회장은 "과거 동대표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아파트 지역난방 공사가 5년이나 늦어져 수십억 원의 주민 손실액이 생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난방공사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없고, 단 한 번도 언급한 일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A회장의 부부 해외여행 언급 건에 대해서는 "B대표가 지난 해 가을경부터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수차례 제안해 오히려 이를 거절했다. 내가 먼저 해외여행 행선지를 상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자대표회의, 현 관리업체 재계약 결정... 대표회장 "이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