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I '망각기계 I 황호걸' 아카이브 피그먼트 프린트 140×100cm 2006. 고3에 죽은 황호걸. 그의 유족은 당시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돌아온 건 협박과 회유뿐이었다
김형순
학고재 신관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훼손한 것이 아니라 긴 세월 속에서 저절로 망가진 영정사진을 찍은 가로세로 100cm 이상인 작품을 17점을 만날 수 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보기에 섬뜩하다. 갑자기 광주영령의 죽음과 그날의 학살 장면이 연상된다.
'황호걸'은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면에 바로 보인다. 사진 속 주인공은 당시 고3학생이었다. 그는 광주가 계엄령을 맞자 도청에서 시신 닦는 자원봉사를 한다. 그러다가 관이 모자라, 이를 구하려 화순으로 버스를 타고 가다 그곳에 매복하고 있던 계엄군의 총탄을 맞아 즉사한다. 그 당시 사망자 평균연령이 27.5세, 꽃다운 나이다.
사실 서울이 고향인 노순택은 광주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초등학교 다닐 때 소식 빠른 친구가 "전라도에 간첩이 내려와서 칼로 여자들 젖가슴을 베어내고 아주 난리가 났다더라"고 들었을 뿐, 그가 광주를 가 본 건 성인이 된 후였다.
민주화 빚진 수혜자로, 살아남은 자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