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지난 4월 한 지방의 호텔에서 억대 도박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당시 도박현장을 찍은 동영상의 일부.
성호 스님 제공
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거액의 도박판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호 스님은 9일 오후 "T스님을 비롯한 승려 8명이 지난 4월 23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전남 장성의 한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술과 담배를 함께하며 수억 원에 이르는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교체 멤버까지 포함하면 도박 참가자는 10명 이상"성호 스님은 1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도박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우리 사찰 대웅전에 놓여 있었다"며 "그것을 직접 보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해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박 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스님들은 중간에 교체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0명 이상"이라며 "여기에는 (조계종의 유력사찰인) J사 주지 T스님과 부주지 E스님, 담양 Y사의 M스님, S스님 등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T스님과 E스님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옹립한 종단 실세이고, M스님은 조계종 수행자 중에서 내로라 하는 분"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밤새 도박을 벌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도박 판돈은 신도들이 시주낸 것을 횡령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도박자금 출처와 관련해도 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T스님은 불교계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조계종 중앙종회의 의원이다. 성호 스님의 지적처럼 조계종 고위직에 속하는 인사다. 그는 2010년 3월 J사 주지로 임명됐지만 지난 5일 건강을 이유로 J사를 떠났다. 실제로는 조계종 호법부가 '억대 밤샘 도박' 진상조사에 나서자 서둘러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성호 스님은 "조계종에서는 말로만 진상조사해서 징계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옹립한 최측근들인데 어떻게 징계할 수 있겠냐?"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검찰에서 신속하게 조사해서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도박 관련자들을 전부 소환해서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며 "그래야 종단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선다"고 검찰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조계종 "진상조사중... 자체 법령에 따라 징계 내릴 계획"이에 대해 김용구 조계종 홍보팀장은 "(성호 스님이) 검찰에 고발하기 전인 지난주에 호법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검찰 고발과 별개로 자체 법령에 따라 종단에서 징계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종단 내부 일은 종단 내부 자정 차원에서 (종단에서)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종단 차원에서 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종단에서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관련 부분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징계수위와 관련해 "내부에서 승려 자격을 정지할 수 있고 조계종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팀장은 고발장을 접수한 성호 스님과 관련해 "성호 스님의 문제제기는 순수하지 않다"며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괴문서를 유포시킨 사람으로 지목받은 사람이고 종단에서 승려 자격을 제적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성호 스님과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도박 동영상을 보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해"- 어떻게 억대 도박을 고발하게 됐나?"<미디어붓다>와 <불교닷컴> 기사를 보고 고발하려고 생각했다. <미디어붓다>의 경우 도박 현장 사진까지 게재했는데 나중에 뺐더라."
- 도박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직접 입수해서 고발하게 된 것 아닌가?"내가 입수한 것은 아니다. 누가 우리 절 대웅전에다 동영상(USB)을 갖다 놨더라. 그렇지 않아도 고발하려고 했는데 그걸 보고 고발하게 된 것이다. 조계종 스님 중에 나 아니면 고발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부처님이 나한테 준 것 같다. 종단과 사회를 정화시키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중요한 것이 나한테 오겠나?"
- 당시 도박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찍은 것인가? "그렇다. 도박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찍어서 보냈다."
- 동영상을 직접 봤을 텐데. "다 봤다. 그것을 검찰에 제출했다. 종로경찰서는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접 수사해 달라고 어제(9일) 오후 3시에 고발장을 넣었다."
- 동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가 종단을 위해 순교를 할 각오로 살신성인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총무원에서 자정과 쇄신을 위한 1000일 기도회를 하는데 그것은 다 쇼다. 진정한 자정과 쇄신을 해야겠다는 급박한 심정으로 고발하게 됐다."
- 조계종 쪽에서는 "불법으로 촬영했으면 실정법 위반이다"라고 하던데. "모르겠다. 내가 알 바도 아니다. 내부에서 권력암투가 벌어져 도박현장을 찍어 나한테 보낸 것이다. 현장에서 도박하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찍겠나? 종단 내부에서 항상 이권을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