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판돈 500만원...조계종 스님들 호텔서 도박판"

[인터뷰] 승려들 억대도박 고발한 성호 스님... 조계종 "진상조사 중"

등록 2012.05.10 13:42수정 2012.05.10 20:30
0
원고료로 응원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지난 4월 한 지방의 호텔에서 억대 도박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당시 도박현장을 찍은 동영상의 일부.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지난 4월 한 지방의 호텔에서 억대 도박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당시 도박현장을 찍은 동영상의 일부.성호 스님 제공

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거액의 도박판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호 스님은 9일 오후 "T스님을 비롯한 승려 8명이 지난 4월 23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전남 장성의 한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술과 담배를 함께하며 수억 원에 이르는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교체 멤버까지 포함하면 도박 참가자는 10명 이상"

성호 스님은 1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도박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우리 사찰 대웅전에 놓여 있었다"며 "그것을 직접 보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해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박 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스님들은 중간에 교체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0명 이상"이라며 "여기에는 (조계종의 유력사찰인) J사 주지 T스님과 부주지 E스님, 담양 Y사의 M스님, S스님 등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T스님과 E스님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옹립한 종단 실세이고, M스님은 조계종  수행자 중에서 내로라 하는 분"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밤새 도박을 벌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도박 판돈은 신도들이 시주낸 것을 횡령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도박자금 출처와 관련해도 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T스님은 불교계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조계종 중앙종회의 의원이다. 성호 스님의 지적처럼 조계종 고위직에 속하는 인사다. 그는 2010년 3월 J사 주지로 임명됐지만 지난 5일 건강을 이유로 J사를 떠났다. 실제로는 조계종 호법부가 '억대 밤샘 도박' 진상조사에 나서자 서둘러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성호 스님은 "조계종에서는 말로만 진상조사해서 징계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옹립한 최측근들인데 어떻게 징계할 수 있겠냐?"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검찰에서 신속하게 조사해서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도박 관련자들을 전부 소환해서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며 "그래야 종단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선다"고 검찰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조계종 "진상조사중... 자체 법령에 따라 징계 내릴 계획"

이에 대해 김용구 조계종 홍보팀장은 "(성호 스님이) 검찰에 고발하기 전인 지난주에 호법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검찰 고발과 별개로 자체 법령에 따라 종단에서 징계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종단 내부 일은 종단 내부 자정 차원에서 (종단에서)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종단 차원에서 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종단에서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관련 부분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징계수위와 관련해 "내부에서 승려 자격을 정지할 수 있고 조계종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팀장은 고발장을 접수한 성호 스님과 관련해 "성호 스님의 문제제기는 순수하지 않다"며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괴문서를 유포시킨 사람으로 지목받은 사람이고 종단에서 승려 자격을 제적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성호 스님과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도박 동영상을 보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해"

- 어떻게 억대 도박을 고발하게 됐나?
"<미디어붓다>와 <불교닷컴> 기사를 보고 고발하려고 생각했다. <미디어붓다>의 경우 도박 현장 사진까지 게재했는데 나중에 뺐더라."

- 도박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직접 입수해서 고발하게 된 것 아닌가?
"내가 입수한 것은 아니다. 누가 우리 절 대웅전에다 동영상(USB)을 갖다 놨더라. 그렇지 않아도 고발하려고 했는데 그걸 보고 고발하게 된 것이다. 조계종 스님 중에 나 아니면 고발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부처님이 나한테 준 것 같다. 종단과 사회를 정화시키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중요한 것이 나한테 오겠나?"

- 당시 도박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찍은 것인가?
"그렇다. 도박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찍어서 보냈다."

- 동영상을 직접 봤을 텐데. 
"다 봤다. 그것을 검찰에 제출했다. 종로경찰서는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접 수사해 달라고 어제(9일) 오후 3시에 고발장을 넣었다."

- 동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가 종단을 위해 순교를 할 각오로 살신성인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총무원에서 자정과 쇄신을 위한 1000일 기도회를 하는데 그것은 다 쇼다. 진정한 자정과 쇄신을 해야겠다는 급박한 심정으로 고발하게 됐다."

- 조계종 쪽에서는 "불법으로 촬영했으면 실정법 위반이다"라고 하던데.
"모르겠다. 내가 알 바도 아니다. 내부에서 권력암투가 벌어져 도박현장을 찍어 나한테 보낸 것이다. 현장에서 도박하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찍겠나? 종단 내부에서 항상 이권을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이다."

 조계종 승려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장면. 한 스님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조계종 승려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장면. 한 스님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성호 스님 제공

"이런 비리는 총무원 차원에서 고발했어야"

- 동영상에 아는 스님들이 많았나?
"서너 명 정도는 알고 나머지는 모르는 스님들이다."

- 도박을 벌였던 스님들은 누구인가?
"J사 주지 T스님, 부주지 E스님, 담양 Y사 M스님, S스님 등이다. 나머지 6명은 모르는 스님들이다."

- J사는 조계종에서 가장 중요한 절이고, T스님은 종단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 아닌가.
"J사의 T스님은 종단의 국회의원격인 중앙종회 의원이다. 총무원장도 꼼짝 못할 정도로 종단의 실세다. T스님이 중국으로 나갔다는 말도 있다. 총무원에서 도망가도록 방조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비리가 있으면 총무원 차원에서 고발했어야 했다."

- T스님뿐만 아니라 E스님이나 M스님도 종단에서 권위가 있는 분들 아닌가?
"T스님과 E스님은 종단 권력의 정점에 있다. 최고위층이다. 이명박 정권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정도 되는 인사들이다. 두 스님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그 논공행상으로 J사 주지와 부주지로 임명한 것이다. J사는 한국불교의 1번지 아닌가. M스님은 조계종 수행자 중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밤새 도박하고 있었으니."

- 도박을 한 스님은 총 몇명이나 되나?
"10명 정도 될 것이다. 중간에 멤버들이 교체되고 했으니 총 10명이 넘을 수도 있다."

- 스님들의 도박행위는 호법부에서 처리하는데 호법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T스님을 조사한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처리 못할 것이다. 처리할 수가 없다. 말만 (조사해서 징계한다고) 하지 실제로는 못한다."

- 왜 처리를 못한다는 것인가?
"그들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옹립한 최측근들이다. 서로 얽혀 있는데 어떻게 징계할 수 있나?"

- 조계종 앞 1인시위 때문에 T스님과 갈등이 있지 않았나?
"갈등이 아니라 T스님이 1인시위를 하는 나를 두들겨 팼다. 3주간 입원했다."

- 조계종 쪽에서는 스님이 멸빈됐다고 하던데.
"멸빈이 아니다. 제적돼 있다가 다시 공권정지 5년을 내렸다. 이것은 부관참시다. 하지만 1심에서 징계 무효가 떨어졌다. 국가에서 나를 스님으로 인정한 거나 다름없다."

"시주를 도둑질해서 도박판을 벌인 것"

- 도박 판돈은 얼마나 되나?
"동영상을 보면 5만 원권이 쌓여 있는 게 보인다. 그걸 보고 추산한 것이다. 13시간 동안 도박을 했는데 1회 판돈이 500만 원이다. 1시간에 20판(회)만 돌아가도 판돈이 1억 원이고, 전체 판돈은 10억 원이 넘는다."

- 그런데 판돈은 어디서 난 것인가?
"신도들이 시주낸 것을 도둑질한 거라고 봐야 한다. J사에서 횡령한 돈일 것이다. 자금 출처와 관련해서도 고발해야 한다. 도둑질이 아니면 어디서 돈이 나겠나? 스님들이 돈벌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 가라(가짜) 장부를 만들어 돈을 빼내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길 바라나?
"검찰에서 신속하게 조사해서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박 관련자들을 소환해서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종단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선다."
#조계종 승려 억대 도박 사건 #성호 스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