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책 <진실유포죄>와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는 박경신 교수
조정훈
"허위사실유포죄는 위헌일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기준을 명백히 위반한다. 왜냐하면 포장만 허위사실유포죄일 뿐, 실제로는 정부의 비리에 대한 진실한 고발과 비판을 처벌하는 진실유포죄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위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국가는 유일하게 우리나라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최근 자신이 펴낸 <진실유포죄>(다산초당)에서 '허위사실유포죄'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국사회를 이렇게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 전도사'로 통하는 박 교수는 '인터넷법클리닉' 사이트를 통해 누리꾼들과 독립예술가를 위한 저작권 및 명예훼손 등의 무료법률상담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블로그에 <검열자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실제 성기 사진을 보여주며 음란물심의기준에 관해 논평했다는 이유로 음란물 유포죄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허위사실유포죄는 가장 심각한 진실유포죄"<진실유포죄>는 전체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사람들의 소통을 제약하는 규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2장에서는 시간, 방법, 장소, 매체를 제약하는 규제들을 다룬다. 3장에서는 소통을 규제하는 주체, 4장에서는 사생활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성찰했다.
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표현의 자유가 많이 억압됐다고 느낀 사례들로 PD수첩, 미네르바, 언론소비자주권연대(언소주)의 형사처벌 등을 들었다. 그리고 그때 인용됐던 명예훼손죄, 업무방해죄, 허위사실유포죄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들이 '진실유포죄'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죄'들이 "사상을 통제하고 검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것.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과 관련해 여러 차례 피고인 쪽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던 박 교수는 "이 법(죄)들이 모두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가장 심각한 '진실유포죄'로 지금은 위헌판정을 받은 허위사실유포죄를 들었다. "미네르바는 자신이 쓴 280개의 글 중에서 단 2개만 틀렸는데 허위사실유포죄로 100일을 감옥에 있었다"며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것은 모르겠는데 진실을 말하지 말라는 것은 잘못된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모욕죄가 있어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표명하는 걸 막는 것도 진실유포죄라고 주장했다. 또 노동자들이 일을 못하겠다는 것, 소비자들이 물건 못 사겠다는 것도 집단으로 하면 업주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시하고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도 진실유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모욕죄는 무한정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혐오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모욕은 대접의 기대치와 실제 대접받는 것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그런데 그것을 형사처벌하려고 하니 결국에는 대접의 기대치가 높은, 즉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을 위한 법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혐오죄'라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일종의 차별금지법인데 장애인,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사회적 약자 등을 보호하는 혐오죄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사법 시스템이 공정해야 표현의 자유 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