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도 논 것 같지가 않다면...이렇게 해보세요

[서평] 한경애의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등록 2012.05.20 13:05수정 2012.05.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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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어제는 무엇을 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말해봐."라고 했을 때, "어제는 놀았어. 지금도 놀고 있고, 앞으로도 놀 예정이야."라고 우리는 대답하지 못한다.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등 확실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들에겐 '놀이'는 사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놀이'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진정한 '놀이'의 의미를 알면 매일 놀 수 있는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경애의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는 지속적으로 놀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놀이'에 대해서 우리에게 말해준다.


새해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우리는 새해 달력을 벽에 건다. 그리곤 우리는 차근차근 달력을 넘기며 빨간 날을 훑어본다. 추석이나 설날의 연휴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공휴일이 주말에 겹쳐져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만약 연휴기간이 짧거나 공휴일이 주말에 겹쳐져 있으면 우리는 실망한다.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등 놀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빨간 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잠시라도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놀이하기를 원하고 있다.
 
  "놀이는 주어진 놀잇감, 일시적으로 갈증을 잠재우는 자극적인 콜라가 아니다. 놀이는 일상을 새롭게 바꾸고 즐거운 리듬을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무늬. 우리 안에서 샘솟아 삶을 메마르지 않게 하는 능력이 되어야 한다."(<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p.66-67)


그러나 주말이나 공휴일에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등 우리가 흔히 논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진정한 '놀이'가 아니다. 저자가 말했듯이 '놀이'라는 것은 일상을 새롭게 바꾸는 일인데, 주말이나 공휴일에 흔히 하는 놀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는 놀이를 반복하게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달력을 들고 빨간 날을 찾을지 모른다. 이번 해는 빨간 날이 116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순수한 즐거움으로 하는 활동, 무엇이건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놀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놀이는 가장 지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이다."(<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p.75)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을 새롭게 바꾸는 진정한 '놀이'를 해야만 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진정한 '놀이'는 '무엇이건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다. 가수들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무대에 오른다.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연습하며 녹음하는 그들의 일상도 음악을 즐기기에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무엇이건 그 자체로 즐기는' 가수들의 무대가 진정한 '놀이'의 무대임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단지 '즐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놀이'하는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엿보았다. 저자는 이제 우리들에게 외친다. '놀고 싶으면 즐겨라!'라고.

  "놀이는 무엇보다도 규칙을 넘나들고 변신시키는 '규칙의 놀이'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고정되는 순간 다른 틈새를 만들어 돌파하라."(<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p.97)

저자는 또한 진정한 '놀이'는 '규칙의 놀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보면 우리의 일상은 반복되는 삶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제 규칙이라는 고정된 것에 새로운 규칙이라는 틈새를 만들어 돌파해 보는 '놀이'를 해야 한다. 많이 팔아 많은 이윤을 남기는 시장의 규칙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과 물건을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시장의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놀이'라는 것은 놀이공원이나 노래방에서 돈을 쓰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 우리의 일상을 뒤흔드는 매력을 가진 인간의 삶, 그 자체였다. 앞에서 보았듯이 한경애의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는 진정한 의미의 '놀이'가 가진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양한 예를 통해 슬며시 우리에게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로 살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제시해 준다. 매일 우리는 '놀이'를 할 수 있다고 속삭이면서.


누군가가 "어제는 무엇을 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말해봐."라고 했을 때, "어제는 놀았어. 지금도 놀고 있고, 앞으로도 놀 예정이야."라고 우리는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제 우리는 '놀이'라는 행동을 통해 "어제는 놀았어. 지금도 놀고 있고, 앞으로도 놀 예정이야."라고 대답만 하면 된다.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 이제 베짱이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한경애 지음,
그린비, 2007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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