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김종길
계곡 좌우로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첩첩 포개진 산자락, 울창한 숲,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흐르는 흰 물줄기가 강렬하다. 싱그러운 초록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열다 어느새 귀를, 코를, 나중에는 입마저 벌리게 되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길은 계곡을 아래에 두고 산허리를 구불구불 돌아간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가 싶으면 이내 그늘이 가려 주고, 계곡 물소리가 단조롭다 여겨지면 새소리가 중간 중간 화음을 넣는다.
'국립공원 구역'이라고 새긴 바위에 잠시 눈을 내어주고 대원교를 건너면 계곡은 넓어진다. 예전 이 일대는 노영호 부대와 이영회 부대 등 경남도당 소속의 빨치산들이 활동했던 주요 근거지 중의 하나로 '노루목 사건'이라 하여 이곳 협곡에서 군경들이 포위당해 많은 희생을 치른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1998년 여름에는 기습 폭우로 불과 서너 시간 만에 이곳 골짜기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던 아픔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