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중인 MBC 노조가 22일 여의도 본사 로비에 김재철 사장 구속하라는 피켓을 내걸었다. 노조는 이날 김재철 사장과 무용가 J씨가 수억 원대 아파트 3채를 공동 구입해 전세 관리까지 함께 했다는 내용을 추가로 폭로하며 부동산투기 의혹과 함께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았다.
남소연
한겨울 추위를 뚫고 시작했던 MBC 노조의 파업이 봄을 건너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슈털어주는남자(이털남) 103회에는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MBC PD 두 명이 출연했다. <나는 가수다>를 만들었던 이병혁 예능국 PD, <푸른밤...>을 만들고 있는 하정민 라디오국 PD다.
이들은 이털남을 통해 파업 기간중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과 젊은 PD로서 느낀 소회를 털어놓았다. 스튜디오에는 자주 웃음소리가 퍼졌지만 이들은 어서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 방송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반드시 "이기고" 돌아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아래는 이털남 103회 '나 파업 이렇게 해요'에 출연한 두 PD 인터뷰 전문이다.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오마이TV에서 이털남 듣기이털남: MBC노조가 파업 들어간 1월 30일, 동장군이 맹위 떨치던 엄동설한에 파업에 들어갔다. 봄을 넘어 여름을 향해 가는 지금도 MBC 노조의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넉 달 가까운 파업 기간 동안 MBC노조 조합원들은 어떻게 지내왔을까. 현업에서 떨어져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늘은 MBC조합원들의 파업 속 일상, 그 일상의 틈새에서 배어나오는 조합원들의 고뇌를 들여다 보도록 하겠다. 제 옆에는 두 명의 MBC 조합원이 나와있다. 예능국의 이병혁 PD.
"계획 대로 프로그램 할 수 없어 너무 안타깝다"이병혁: 안녕하십니까
이털남: 그리고 라디오 국의 하정민 PD.
하정민: 안녕하십니까.
이털남: 고생이 많으신데 하나하나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이PD는 입사 몇 년 차인가?
이병혁: 2004년 겨울에 입사했으니 일한 걸로 하면 8년 차다.
이털남: 방송계 용어인 입봉, 조연출 끝내고 독립했나?
이병혁: 조연출 딱지 떼고 연출하는 걸 입봉이라 하면, 이제 2년이 조금 더 됐다.
이털남: 파업 전 연출 프로그램은?
이병혁: 2년간 잘 안된 건 말씀 안 드리고(웃음) 작년에 <나는 가수다> 시즌1을 선배님 밑에서 같이 했다.
이털남: 그걸 제작하다 파업에 동참한 건가?
이병혁: 그게 종료되는 시점과 파업 시작되는 시점이 맞아 떨어졌다.
이털남: 하PD는 파업 전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했는가?
하정민: 심야 라디오, 푸른밤을 만들었다.
이털남: 하PD 입사는 언제인가?
하정민: 2007년도 12월, 일하는 기간은 5년 정도 됐다
이털남: 입봉 했나?
하정민: 라디오국은 조금 빠르다. 저희는 입봉이란 표현도 쓰지만 조연출에서 연출이 된다고 해서 조자 떼기라고 하는데(웃음) 작년 5월에 그걸 처음 했다. 정상적으로 일을 했으면 조자 떼기 1년차 (웃음)
이병혁: 어감이(웃음)
이털남: 어감이 썩 좋진 않다(웃음) 하PD가 신참일 때 시선집중PD도 했고 저는 출연해서 서로 갈구는 사이였다(웃음) 갈궜다는 건 농담이고 하PD가 새벽에 배고픈 제 위장을 많이 달래줬다. 어디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와서(웃음)
하정민: 선배가 아침에 오실 때마다 씹을 거 없냐, 이러면서 들어온다(웃음) 굉장히 표정도 안 좋으시더라, 안 좋으실 때는(웃음)
이털남: 제 표정이 뭐가(웃음)
하정민: 게스트 비위를 맞추고 그런 애교를 떠는 게 제 임무이기도 했기에 항상 아침에 탄수화물을 준비해놓고 표정이 안 좋다 싶으면...(웃음)
이털남: 아무튼 역대 시선집중 AD 가운데 가장 먹을 거 공급을 잘했던 ...(웃음) 파업한 지 넉 달이 다 되간다. 프로그램 제작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나.
하정민: 당연히. 라디오는 특히 매일 생방을 해서 청취자들과 친밀감도 저 나름 있었고, 스텝과도 매일 회의해서 매일 뭘 만들었는데 이게 갑자기 어느 날 뚝 끊어지니 오는 상실감도 있었다. 워낙 라디오는 청취자와 소통이 잘 돼서 실시간으로 문자 주고받는다. 그 이후 청취자 몇 분께서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빨리 돌아오라 말씀해주신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특히나 저는 이제 막 시작해서 배워가는 단계라, 갑자기 끊어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
이털남: 오가는 중에 하PD가 만들던 프로그램을 라디오에서 듣는 경우는 없나?
하정민: 프로그램 듣고 있으면...제가 만들었다고 더 잘 만들 거라 생각은 안 하지만(웃음) 제가 만든 틀, 기획, 계획했던 것, 봄에는 뭘 하자 그런 게 있었는데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작가님들과 가끔 통화하면 이거 하기로 했잖아요, 이런 얘기 하면 맘이 아파서...
이털남: 일부러 안 듣는 건가?
하정민: 그 시간에 듣기가 힘들었다. 술자리가 더 많기도 하고요(웃음)
이털남: 무슨 심정인지 대충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PD는 어떤가? 나가수 시즌2 시작했는데 종종 보시나?
이병혁: 본다.
이털남: 느낌이 어떤가.
이병혁: 잘됐으면 좋겠다 싶다.
이털남: 저 제작현장에 내가 있었다면 이런 상상은 안 해보나?
이병혁: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웃음)
이털남: (웃음) 어떤 근거로 그렇게 자신하는 건가? (웃음)
이병혁: 제가 잘 한다, 이런 얘기가 아니다. 예능 프로는 손이 많이 가는, 인력이 많이 필요한 프로다. 나가수 정도의 사이즈가 되면 절대적으로 인이 있어야 제대로 된 퀄리티가 나온다. 지금 연출하는 그 선배가 엄청나게 뛰어난 분이지만 절대적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안타깝다.
이털남: 쓸데없는 질문인 것 알지만 언제쯤 돌아가서 프로그램 제작을 할 수 있을까.
하정민: ....(웃음)
이털남: 대답을 못하신다
이병혁: 하... 이것 참...
하정민: 정말 매일 같이 저희 사이에서는 정보가 쏟아진다. 누가 누굴 만났다더라, 뭐가 얘기가 됐다더라. 그런데 추측만 난무하지 오가는 소문 중 실제로 제가 본 게 없다. 이제 그런 추측, 소문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사실 언제 끝나냐는 질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지라 지겹다(웃음)
이병혁: 예능피디들은 특성상 농담하는 거 좋아하는데, 특성상, 야 오늘 혹시 동영상 나온 거 없니? 동영상 발견된 거 없다디? 이런 얘기 하고 있다.
이털남: 무슨 동영상?
이병혁: 부적절한 동영상, 이런 거.
이털남: 이번 파업 초기 전철역에서 라디오국 조합원을 만난 적 있다. 어딜 가다가 갑자기 시커먼 사람이 제 앞을 가로 막아서 보니까, 저도 MBC 출연 오래 해서...
하정민: 그 사람들 입장에선 누가 더 시커맸을까 (웃음)
이털남: 하정민 PD(웃음) 후환을 좀 두려워하셔야 됩니다 (웃음) 아무튼 가로막고 보니까 라디오 PD, 일반적으로 거리 선전전을 돌리러 나왔을 때 만난 거다. 제가 그런 말을 했다. MBC는 파업을 꼭 겨울에 하더라, 이상하게 가장 힘든 계절에 파업을 해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그 겨울이 지나서 봄이 됐다. 여름이 되기 전에 끝나지 않아야 하지 않나.
이병혁: 얼마 전에 2주, 3주 전쯤, 전 조합원 다 모이세요 기념촬영하겠습니다-
이털남: 기념촬영?
이병혁: 복장은 요즘 더우니 반팔로 와주세요- 이렇게 연락이 왔다. 많이 유명한 사진이 있다. 처음 MBC 앞에서 눈이 내려 쌓인 공간에서 조합원들이 찍은 사진. 초반에 찍은. 그런데 거기에 대비되게 반팔티 입고 신록이 푸르고, 그 두 가지를 대조해서 보면 재미있지 않나...
이털남: 사실 웃으면서 할 얘기가 결코 아닌데... 그나저나 조합원도 사람이다. 사람은 지치게 마련이다. 이성보다 심정이 앞설 때도 많다. 지치고 힘들 때 많지 않나. 이PD 어떤가.
이병혁: 예능 프로그램은 굉장히 빡세다. 초반 한 달은 엄청 좋았다. (이털남: 일에서 해방됐다?) 처음 한 달은 이곳이 천국이구나(웃음) 다른 조합원들에게 좀 미안하고 생각 없어 보일 수 있는데... 그런데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못 놀겠더라.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하는구나 느끼고 있다.
"한때 선배였던 분인데... 저라면 정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이털남: 하PD는 어떤가?
하정민: 정말 공감한다. 처음에 저는 좋았다. 늦게 일어나고 집회 나갔다가 들어와서 친구들 만나서 파업 중이니 술도 여기저기 사주시고 좋았다. 그런데 제일 힘든 점은... 매일매일 힘들지만 제일 힘든 건... 누구 하나를 굉장히 미워하며, 그 기분을 유지하며 버티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누구를 사랑하며 100일을 버티기도 힘든데 누굴 미워하며 그 사람의, 너무너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근데 왜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 어떤 열등감 같은 게 자꾸 온다. 그런 상태에서 100일 이상을 버티는 건 몸도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가장 많이 힘든 일이다.
이털남: 그 미워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애청자들이 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파업 속 일상으로 들어가보자. 어떻게 지내는지. 파업의 겉모습은 집회하고 유인물 나눠주고 구호 제창하는 딱딱한 것이다. 파업 속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은 게 오늘 방송 컨셉이다. 집회라는 공식 행사를 빼고 어떻게 지내나.
하정민: 사실 잘 모르겠다. 100일간 어떻게 지내는지 생각해보니. 기억에 남은 건 몇 군데 술자리. 초반에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힘들었다(웃음)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요즘 취미 가 퍼즐 맞추기. 그런 것들 조립하기. 부수고 다시 조립하고. 이러면 시간이 잘 간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러면서 버티고 있다. 처음에는 모처럼 생긴 시간이니까 음악의 역사를 공부해야겠다 해서 책도 사고 책도 좀 많이 읽어야겠다 해서 교양 서적도 사놓고 음반도 구해놓고 했다. 사실 다른 일을 고정적으로 하면서 취미로 해야 하는데 이것만 주로 하니 잘 안된다. 그래서 책도 산더미처럼 쌓아만 놓고 앞에만 보다가 말았다. 분명히 저희 조합원 중 의미 있는 시간 보내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관리를 못하고 있다
이털남: 책, 음반이 오히려 손에 안 잡힌다- 여유가 있으니 그런 게 될 것 같은데, 시간적 여유만 있고 맘의 여유가 없는 거 아닌가
하정민: 그런 셈이다
이털남: 이PD는?
이병혁: 요즘 요통이 생겼다.
이털남: 왜
이병혁: 너무 많이 누워 있어서(웃음). 집회 마치고 돌아와서 술자리를 가는 게 아니면 책을 보자, 못 본 미드니 일드니 좀 보자, 누워서 다 하는데. 심지어 밥도 누워서 먹게 된다(웃음) 소파를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 든다(웃음)
이털남: 혼자 있다가는 외로워도 동료를 만나면 힘을 얻는데. 서로 격려하는 일은 없나. 술자리 빼고(웃음)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이병혁: 집회 현장에서 다 같이 모여서... 사실 윗사람 욕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만날 시간이 많아지니 선배들 욕도 좀 하고. 공공의 적도 있으니, 정말 모두가 공감하는 공공의 적을 욕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충전받는 기분도 좀 느끼고. 답답한 건 이 정도로 욕을 먹는 다는 사실. 한때 선배였던 분인데... 저라면 정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이털남: 김재철 사장을 말씀하시는데. 사장이기 전에 회사 선배 아닌가.
이병혁: 그랬다고 하더라.
하정민: 저희는 김재철 사장을 이전에 뵌 적은 없고 풍문으로 에피소드로만 접해서 알고 있다. 질문이 뭐로 힘을 내느냐고 말씀하셔서 생각이 난 게 있다. 저희 라디오국은 굉장히 수난의 역사가 있었다 1,2년동안.
이털남: 잘 알고 있다.
이병혁: 증인이 여기.
하정민: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그 안에 결집된 부분들이 있었다. 이대로 라디오 망가진다. 그런 부분은 선배들과 얘기하며 힘을 얻는다. 저희처럼 새파란 피디가 집회현장 안 가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 만큼 성실하게 조합원 일정을 소화하는 선배들도 계시고. 그런 부분들이 힘이 된다. 또 하나는 저희가 지금 젊은 라디오 피디들 위주로 해서, 우리가 이대로 있으면 자폐에 걸린 것 같이 한 사람 미워하는 건 너무 의미가 없지 않느냐, 하다가 뭐 좀 하자 해서. 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라디오학개론이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편승한(웃음) 사실 약간의 사심도 있다. 전국 대학생 여러분께 신청 받고, 전국 돌면서 라디오 피디 몇 명이 가서 저희가 알고 있고, 20대 통과한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얘기를 해주고.
이털남: 강좌인가?
하정민: 짧은 강의를, 어떻게 피디가 됐는지, 라디오 만드는 방법 등 10분, 15분 강의를 준비한다. 나머지 시간엔 모둠을 만들어서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저희는 그 친구들한테 라디오를 어떻게 듣는지 물어보고 대학생들은 어떻게 20대 보내야 하나, MBC 파업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오면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을 얘기해주고. 이렇게 하면서 사실 20대를 만나는 건 기쁘고, 힘이 되는 일이니(웃음)
이털민: 그렇게 말하니 하정민PD 나이가 40대 같다, 제가 나이를 알고 있는데 (웃음)
하정민: (웃음) 하여튼 그런 식으로 많이 위안을 받는다. 나가면 의식 있는 대학생들이 많이 온다. 지금 6,7월까지 예약이 다 찼다. 이미 6,7회 다녀왔다. 제일 멀리가 카이스트. 학교별로 신청을 받아서. 얼마 전 인하대도 다녀왔고. 계속 신청 받아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씩 가서 한다.
이털남: 예능국은 이런 계획이 없나? 사실 예능 프로가 시청률 가장 많이 나오는 프로 아닌가. 어떤 프로보다 시청률도 높고 관심도 많은데. 예능국 차원에서 모색한 적은 없나?
이병혁: 제가 아는 한 없다 (웃음) 예능 PD답게 그동안 못 논 걸 노는...어우 너무 당황스럽다, 이렇게 생산적인 활동 하신다니 (웃음)
이털남: 이 방송이 지금 국 간 갈등을 만들고 있나(웃음)
하정민: 사실 저희보다 예능, 드라마 쪽에 학생들이 관심이 많다. 기회가 되면 초빙 강사처럼 해서 같이.
"아버지와 안부 전화 하다가 다툴 뻔했다. 이 파업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