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권우성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차별해소 관련법에 대해 ▲정규직에 지급하는 현금과 현물을 비정규직에도 똑같이 지급하는 내용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고용 전면 폐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내하도급(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중에서 '사내하도급 보호' 내용이 가장 관심을 끕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3일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전국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기본적인 근로조건 보장, 복리후생시설 이용에 편의제공, 직업능력 개발 기회 제공 등에 대한 규정 신설로 정규직과 차별 없는 근로여건을 만들어 가급적 사내하도급 증가를 줄여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정규직과 차별 없는 근로여건'을 만들겠다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정규직화와 임금, 고용보장을 제외하고 차별을 없앤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 보호법안'이 하청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곧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 보호법'이 베일을 벗고 그 실체를 드러낼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었던 김성식 의원이 발의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의 내용을 보면 새누리당 법안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성식 의원이 입법 발의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은 ▲사내하도급 계약시 근로자 수와 업무내용, 대금(임금 포함)의 구체적 내역 서면계약 의무화 ▲차별금지 조항 위반시 고용노동부 시정명령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적정 임금 및 근로조건 보장 ▲고용안정 ▲직업능력개발 및 평가에 관한 사항 등입니다.
당시 김성식 의원은 이 법안의 목적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의 개선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사내하도급 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해 계약을 해지할 때에는 30일 전에 알리도록 하고, 노동조합의 활동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또 그는 "업체가 변경될 때는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임금 및 복리후생, 상여금 등과 동등한 수준에서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차별받지 않도록 적절한 도급대금을 보장하고, 신규채용 시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요약하면 원청회사의 적정한 도급 계약을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적정한 임금과 근로조건, 고용안정을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사내하도급 보호법안' 그 내용은?유감스럽게도 원청회사에 '적정한 도급 계약을 맺으라'는 권고 내용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고용이 보장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노리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목적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합법도급으로 둔갑하는 것입니다.
국내법상에는 '사내하도급'이라는 명시적 문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사내하도급'이라는 용어를 법률로 명시해 '근로자파견'과 '사내하도급'이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인 것처럼 규정함으로써 파견법의 고용의제와 의무 조항을 피해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법안의 제2장 사내하도급계약의 내용에 나와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수, 업무내용, 장소, 기간, 노동시간 등 10개 항목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에서 대법원이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이러한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내용입니다.
즉, 이 법안대로라면 현대자동차와 120개 사내하청 업체들이 맺은 도급계약서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킨다면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관여하더라도 '합법' 사내하도급이지 '불법' 근로자파견이 아니라는 법적인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 법의 16조 도급운영상의 의무에서도 "원사업주는 수급사업주의 인사노무관리권한과 책임을 존중하고 이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작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급사업주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바지사장'의 권한을 존중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협조를 얻으면 된다는 이 조항 역시 대법원에서 인정한 사내하도급의 불법파견 증거들을 모두 합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사내하도급 보호법? 불법파견 은폐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