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특보, 김경준 가짜편지 시인... 검찰 "의미 없다"

신명씨 주장 사실로... 이명박 대통령 동서 연루설도 재조명

등록 2012.05.29 18:19수정 2012.05.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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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통령 선거일 직전 터진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의 작성을 사주하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측에 전달했다고 지목된 인사들이 검찰 수사에서 '가짜 편지' 전달 사실을 시인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10월 세 차례에 걸쳐 심층보도한 BBK 가짜편지 전달의 실상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 관련기사 : 2007 대선 때 홍준표가 흔든 편지는 조작... 이명박 당선 위한 사기극에 MB 특보 개입

 

<중앙일보>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경희대 교직원인 양승덕씨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2007년 11월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의 요청으로 신명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그에게 전달해준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전 소환조사에선 신씨에게 편지를 대필하라고 지시한 적도, 김 총장에게 전달한 일도 없다고 부인해온 양씨가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연루 의혹을 부인해 온 김 총장도 검찰조사에서 "양 실장에게서 편지를 받아 당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명씨가 주장한 가짜편지 대필 의혹과 '신명→양승덕→김병진'이라는 편지 전달 과정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양씨는 신씨가 대학(경희대 치과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고, 김병진 총장은 경희대 교수 출신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였다.

 

양승덕 "홍준표 대표가 '가짜 아니냐'고 해 김병진이 화냈다"

 

BBK 가짜편지 지시 문건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BBK 김경준 기획 입국 편지 조작 사건의 편지조작 및 은폐와 관련된 5장의 ‘지시 문건’. 여기에는 '가짜 편지'를 쓴 신명씨에게 지시한 검찰 수사 대처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BBK 가짜편지 지시 문건오마이뉴스가 입수한 BBK 김경준 기획 입국 편지 조작 사건의 편지조작 및 은폐와 관련된 5장의 ‘지시 문건’. 여기에는 '가짜 편지'를 쓴 신명씨에게 지시한 검찰 수사 대처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김당
▲ BBK 가짜편지 지시 문건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BBK 김경준 기획 입국 편지 조작 사건의 편지조작 및 은폐와 관련된 5장의 ‘지시 문건’. 여기에는 '가짜 편지'를 쓴 신명씨에게 지시한 검찰 수사 대처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 김당

양씨는 검찰에서 "김 총장에게 '홍준표 전 대표가 어떻게 편지를 손에 넣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김 총장) 전달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며 "당시 홍 대표가 '이거 가짜 아니냐'고 해서, (김병진이) 화를 낸 적도 있다'고 김 총장이 언급했다"고 밝혔다. 양씨의 말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으로서 '가짜편지' 내용을 발표하며 '청와대와 여당(대통합민주신당)이 공모해 김경준씨를 입국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던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병진씨로부터 편지를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신명씨가 가짜편지 작성 사실을 폭로한 당시 가짜편지 입수 경위에 대해 '출근해 보니 책상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 누구로부터 전달받았는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양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홍 전 대표가 입수경로를 알면서도 숨긴 셈이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짜 편지 대필은)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명씨의 폭로 내용을 뒷받침하는 진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짜편지 대필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재조명되고 있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 대한적십자사 경상북도지사 회장이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인터뷰에서 신씨는 "(가짜편지와 관련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양승덕씨가 신 회장과 통화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면서 "그래서 김병진 총장 뒤에 신기옥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MB 동서 연루설 재조명... 검찰 "진술번복, 의미 없다"

 

신기옥 회장도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묻자 "나는 잘 모른다"면서 답변을 피했지만, "김병진 총장이라고 있으니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잘 안다"고 말했다. 자신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지만 누가 관련됐는지는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홍준표 전 대표나 신기옥 회장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검찰은 홍 전 대표나 신 회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양씨와 김 총장의 진술 번복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9일 "(양승덕씨의 진술 번복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서 가짜편지에 근거한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대선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검찰의 수사가 제한적인 이유는 검찰이 이미 이 사건과 관련된 결론을 내린 바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난 2008년 6월 한나라당의 기획입국설 수사의뢰와 통합신당이 한나라당 인사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치며 '김경준 입국에 여권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없고, 기획입국설 폭로 역시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애매한 결론을 낸 바 있다.

#검찰 #신명 #김경준 기획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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