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자대에 들어갈 아들과 함께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정애
그 흔한 모델하우스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또, 주식이나 펀드는커녕 복권조차 사 본 적이 없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비교적 수월하게 집을 마련했다고 들었다. 몇 채를 분양받아 억대의 프리미엄을 주고 팔아, 돈벌이하기도 한단다.
솔직히 옛날에 살던 집 바로 옆 부천 상동 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줄도 몰랐다. 내 일에 미쳐서 정신없이 강의 들으러 다니고 강의를 하다 보니, 부동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지금 사는 집을 살 때도 1억 원대의 프리미엄을 주고 샀다. 그때 받은 대출금을 갚느라고 아직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독서 토론 강사로 활동하여 받은 강사료는 기껏해야 시간당 3만 원 내외다. 1시간 강의를 위해서는 그 몇 배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수업 준비부터 학생, 학부모 관리까지. 3개월 단위로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수강생이 떨어지면 바로 폐강이다.
학부모 공개 수업에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기 종료시점마다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해야 한다. 여기서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1년마다 하는 재계약이 불투명해진다. 이런 살얼음판을 딛는 듯한 생활을 10년 이상 해 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래도 내가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3개월짜리 인생(?)을 10년 이상 버텨왔으니 말이다.
1시간을 강의하기 위해서는 온 집안에 신문과 책 등을 늘어놓고 강의안을 짜낸다. 그 모습을 아들은 보고 자랐다. 한 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학생들이 활동한 자료를 걷어와서, 상황을 체크하며 밤을 새워가며 평가서를 썼던 모습도 지켜보았다.
집에서도 수업의 연장 선상에 있는 나를 보고 아들은 "엄마는 수업하는 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많다"며 "그만 하고 밥 달라"고 푸념했었다. 아들이 군대에 가서 했던 첫 마디가 "군에 오니, 제시간에 밥이 딱딱 나와 좋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 주는 친동생이 한 말도 내내 잊혀 지지 않는다. "언니는 몇 군데를 장돌뱅이처럼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데 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수입이 적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들은 엄마의 생활을 지켜보며 돈을 버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군에 가서도 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밴 것 같다. 한 짝 잃어버린 장갑을 버리지 못하고, 휴가 때 집에 가져온 '짝 잃은 장갑'을 보고 나는 울었다. 아들은 "두툼한 방한용 장갑이 아까워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