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한 대학교 졸업식에서 학생이 학사모와 가운을 입고 졸업식장을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유성호
다들 대학에 가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자로서 사회생활을 할 때 겪는 여러 가지 차별 대우 때문에 전문대 졸업장을 원했다. 지금의 내 삶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졸업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나름 졸업장이 절박했다.
전문대 야간반에는 나처럼 낮에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나이도 많고 나보다 훨씬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형님들도 꽤 있었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으로부터 "사위 될 사람이 대학 졸업장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 입학한 경우도 있었다.
졸업하는 날, 서로가 서로를 많이 위로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대학 졸업장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인증서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다. 또한, 그것을 얻기 위해 남모르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도 많다.
수업 참여가 어려운 상황 뻔히 알면서...최근 김연아 선수의 대학 생활과 교생 실습이 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김연아 선수는 체육 특기생으로 고려대에 입학한 후 대회를 준비하느라 1, 2학년 때는 학교에 잘 나가지 않았고, 외국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고려대 학칙에 의하면 '국내외의 중요한 훈련 및 경기 참가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출석 인정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김연아 선수는 1학년과 2학년 생활 모두를 '국내외의 중요한 훈련 및 경기 참가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수업'에 빠진 상태에서 스케이트만 탔다. 선수 생활을 잠정 중단한 3학년과 4학년 생활 역시 김연아의 바쁜 일정 때문에 수업 참여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나는 김연아 선수가 학칙을 어기면서까지 고려대 졸업장을 받는 반칙을 저지르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남의 논문을 복사해 박사 학위를 받는 나라, 건물 지어 준 재벌 회장에게 명예 '철학 박사' 정도는 우습게 내 주는 나라에서 김연아 선수 같은 대 스타가 수업 좀 많이 빠졌다고 졸업장 하나 못 받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다만, 내가 이처럼 길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유는 김연아 선수에게 대학 졸업장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서다.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 종목에서 김연아 선수가 이뤄놓은 성과는 이미 눈부시다. 당연히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도 없다. 그런 그에게 대학 졸업장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기에 수업 참여 자체가 어려운 걸 뻔히 알면서도 대학에 입학했을까. 게다가 늘 '부득이한 경우'를 두고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쳐주는 그런 학교 생활을 해야 했을까.
만약 그가 체육교육을 하고자 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