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저하" vs "문화 혜택"

엑스포 개최한 여수 학생들, 성적저하?

등록 2012.06.01 18:26수정 2012.06.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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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동참해 춤을추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동참해 춤을추고 있다 ⓒ 오문수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동참해 춤을추고 있다 ⓒ 오문수

"여수 지역 학생들이 여수박람회 기간 동안 공연 보러 가느라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확인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우선 박람회장과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시간은 오후 5시, 박람회장에서는 마이크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린다. 2학년 교실을 돌아봤다.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고 담임교사들도 정위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교무업무를 보고 있었다.

 

진학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자와 대담을 나눴다. 박람회 개막전, 교사와 학부모들은 지척에서 열리는 박람회 때문에 면학분위기가 깨질까 우려했다. 이들은 조직위원회에 건의해 학교 쪽으로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2학년 학생에게 "박람회에 가고 싶어 자율학습을 그만두고 나가는 학생이 있는가?"를 물었으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학입시에 정신이 없을 3학년 학생을 만나 물어보았다. "박람회 구경 간 적 있어요?" "아니요. 관심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학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a   심청 공연이  끝났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심청 공연이 끝났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 오문수

심청 공연이 끝났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 오문수

"4월 28일 예비오픈 할 때 전교생이 박람회 시설을 관람했고, 5월 2일, 5월 5일에는 알아서 가라고 권했어요. 5월 23일부터 28일까지는 체육대회, 소풍, 축제를 치렀죠. 당시 행사가 평소보다 일찍 끝나 충분히 관람을 했기 때문에 갈증이 해소됐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벌어진 축제이니 학교도 협조를 하고 있어요. 오히려 동아리 활동 등은 박람회장에서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2학년 담임 박아무개 교사의 얘기다.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입시에 영향을 줬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디지털과 민감한 세대 아닙니까? 의외로 안가요. 디지털 위주로 되어 특화된 것이 없어 그럴까요. 원양어업체험관, 연안어업 체험장, 로봇체험, 에너지 파크는 유익하다고 봐요.

 

거의 날마다 입장해도 우리 아이들을 볼 수 없어요. 이유는 디지털 과잉이라고 할까요. 미래의 기술을 눈으로 체험하게 디스플레이 하는 위주인데 별로 감동적이지 않아요. 에너지파크는 강추입니다. 학생들이 보고 느끼며 게임이 가능하거든요.

 

연안어업체험장에서는 멍게를 만져볼 수 있어요. 물을 빨아들이고 뱉어내는 과정을 신기해하더라고요. 신기한 것들이 확대되었어야 합니다. 조직위원장이 여수엑스포는 상하이엑스포에 비해 '작지만 강하다'고 했는데 제 느낌은 '작고 강하지만 아름답지는 않다'는 느낌입니다."

 

a  빅오 무대에서 펼쳐진 심청 공연

빅오 무대에서 펼쳐진 심청 공연 ⓒ 오문수

빅오 무대에서 펼쳐진 심청 공연 ⓒ 오문수

박 교사 반 학생 32명 중 전기간권을 산 학생은 1명 뿐이다. 그는 동아리활동반 27명을 데리고 박람회장을 돌아보고 난 후 글을 쓰도록 훈련시킨다. 글을 쓰면서 동아리반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즐길 줄만 아니라 볼 줄 안다는 깨달음을 줬다"고 말했다.

 

직선거리 500미터쯤에 소재한 한 여고는 박람회장과 사이에 조그만 언덕이 있어 소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대쪽 하멜공원에서 행사만 열리면 신경이 쓰인다. 1층은 그래도 낫지만 4층까지 있는 상층교실로 올라갈수록 더 크게 들린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학생들은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국의 고3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할 때가 아닌가. 학생 몇 명을 불러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3학년이라서 그런지 야간자율학습을 빼고 공연장에 나가는 학생은 한 명도 없어요. 다만 하멜 공원에서 들려오는 마이크 소리가 귀에 거슬리죠. 개중에는 가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지만 마음뿐이죠."

 

학생부장인 김칠선 교사는 정반대의 시각을 나타냈다.

 

"여수가 여순사건이라는 오명만 지고 있었는데 세계적 행사의 광장이 되었다는 긍정적 입장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체험학습은 솔직히 입시위주였었죠. 정말로 즐기고 화합하는 장이 열렸는데 같이 동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입시라는 관점에서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a  김칠선 교사

김칠선 교사 ⓒ 오문수

김칠선 교사 ⓒ 오문수

다만 빅오쇼가 끝나는 시간이 학생들 하교시간과 맞물려 어렵습니다. 하교시간에 맞춰 차량을 증차해주면 해결될 거라고 봅니다. 엑스포를 교육적으로 받아들이고 한 단계 승화시켜야 엑스포가 비로소 가슴으로 들어올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이 왔을 때 가고 싶어 하는 마음과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갈등이 공존하긴 해요."

 

박람회장과 붙어 모든 것이 다 내려다 보이는 한 중학교 관계자는 "중학교는 별 문제 없어요. 아침에도 8시까지 등교해버리니까요. 교사들은 출입증이 나와 출퇴근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문제라면 하교 때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A중학교 1학년 7반 학생 36명 중 8명이 전기간권을 끊었다. 그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여수시민이니까요. 볼 게 많고 공연 두 개만 보면 본전을 뽑으니까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생일이 10월이라 나이제한에 해당되지 않아 10만 원짜리 초등학생권으로 전기간권을 샀다는 김아무개 학생은 박람회 개장 이래 17번이나 참가해, 보고 싶은 유명가수들을 만났다. 그에게 소감과 지금껏 본 행사의 종류를 말해달라고 말했다.

 

a  인기 연예인들의 무대가 열리면 외국인들도 함께 참가해 춤을 추며 즐긴다

인기 연예인들의 무대가 열리면 외국인들도 함께 참가해 춤을 추며 즐긴다 ⓒ 오문수

인기 연예인들의 무대가 열리면 외국인들도 함께 참가해 춤을 추며 즐긴다 ⓒ 오문수

"좋죠! 김건모, 2AM, 존박, 펄스, 이하이, 세븐, 앰블랙, 시크릿, 거미, 신봉선, 달샤벳, 전원주 등이에요. 엑스포가 아니면 여수에서는 볼 수 없는데…. 이런 기회가 와서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날 수 있잖아요. 학원이요? 안 다녀요. 성적이요? 다른 때 좀 더 열심히 하면 되죠."  

 

여수는 지금 '여수엑스포'가 아니라 '엑스포여수'라는 느낌이 든다. 모든 게 엑스포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어 나머지는 묻힌 느낌이다. 철없는 학생들이 동요를 일으킬까 하는 것은 기우였다. 엑스포 기간에 열리는 문화공연과 학술행사만 해도 8000개나 된다. 문화소외지역에서 열리는 엑스포행사는 여수지역민들에게는 축복받을 일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여수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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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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