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가와(黑川)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구로가와
방제식
낮에는 아무리 봐도 그냥 작은 하천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데 밤이되면 이 하천은 수천마리의 반딧불이가 자기 자랑을 하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뀐다.
기타큐슈는 원래 나가사끼 대신 원폭이 떨어질 자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산업화시대에는 천연색 바닷물을 자랑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도시였다.
20주년을 맞은 구로가와 반딧불이축제는 위와 같은 곳을 반딧불이가 사는 (이 곳의 반딧불이는 겐지반딧불이로 1급수에만 사는 다슬기를 주 먹이로 한다. 그래서 반딧불이가 있는 곳은 청정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반딧불이들은 다슬기를 먹는 종류보다 달팽이를 주 먹이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다슬기가 없는 곳에서도 반딧불이들은 많이 발견된다.) 깨끗한 환경으로 만든 상징인 것이다.
'카츠키-구로가와 반딧불이를지키는 회'는 역사가 30년에 가깝다고 한다. 10여년의 활동 끝에 20년 전에 처음으로 축제를 시작했고, 그 당시만 해도 없는 반딧불이를 사육하여 방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식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을 한 끝에 조금씩 반딧불이 출현 지역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강 전역에서 반딧불이가 출현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아이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반딧불이가 있는 강을 만들기 위해 하수도를 따로 묻어 강으로 오염수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그런 예산이 다른 곳에 쓰이길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반딧불이를 보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망은 어른들이 그 예산을 하수도를 만드는데 사용하도록 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당시 하수도가 없이 그냥 하천으로 오염원이 유입되고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강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없어지고,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멀리에서도 찾는 반딧불이 축제의 장을 만든 20년간의 노력을 지금의 우리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할까?
우리나라도 많은 곳에서 반딧불이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한 예로 올 해로 5회를 맞는 인천 계양산의 반딧불이 축제는 애초 롯데건설의 골프장 개발을 막기 위해 시작되었다. 계양산에는 반딧불이 뿐 아니라 소쩍새, 말똥가리, 도룡뇽, 물장군, 깽깽이풀, 맹꽁이, 서어나무 등 많은 보호동식물이 살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맹산 역시 개발에 맞서 야산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힘이 반딧불이를 만나 더욱 커지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을 보호하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시작된 반딧불이 축제. 이들을 보호하는 이일은 그저 이들만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하나 죽어가고, 하나하나 없어지는 생물들이 사는 곳에서 과연 인간은 잘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닥친 조류독감은 인간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앗아 갔지만,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떤 예측도 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무지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왜 조류를 넘어 인간에게까지 왔을까?
반딧불이를 살리는 것은 반딧불이가 먹는 달팽이와 다슬기를 살리는 일이다. 달팽이를 살리는 일은 그들이 먹는 풀을 살리는 일이다. 또한 반딧불이를 먹고 사는 새들을 살리는 일이고, 그 새들을 먹고 사는 또 다른 많은 생명들을 살리는 일이다. 반딧불이들을 보고 싶다면 그들이 있게하는 다른 모든 것들을 보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없어지고 있다면 지켜야 하고, 위기에 빠져 있다면 구해야 한다. 나비는 이쁘다 하고 보고싶다 하면서 그들의 또다른 한 모습인 애벌레는 밟아 죽이려하고, 약을 쳐달라고 자치단체에 민원을 넣는 미련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반딧불이를 살리는 일은 한-일 모두 반딧불이를 통해 자연을, 사람을 살리는 일로 시작되었습니다.
반딧불이 뿐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축제로 거듭나도록 많은 이들이 노력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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