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사.가족 대동한마당2005년 10월 9일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교정에서 열렸던 '전교조 충남지부 창립16주년 대동한마당' 행사에는 초등학교 교사인 내 아내도 참가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지요하
그분은 전교조가 주범이라고 했다. 전교조가 우리나라 교육을 망쳤다고 하면서, 청소년들이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쥐OO'라고 부르며 일상적으로 욕을 하는 것도 다 전교조 탓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전교조가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왜 그것이 전교조 탓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러며 그분은 과거 사립학교 교장 시절에 자신이 어떻게 전교조를 제약하고 봉쇄했는지, 몇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그분은 마치 무용담을 들려주듯 말했지만, 사립학교 교장이 교사들을 한 사람씩 불러 겁을 주는 식으로 전교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은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립학교 교장으로서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어찌 보면 식은 죽 먹기였을 터였다.
그분은 처음부터 전교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 역시 사립학교 교장으로서는 당연한 일일 터였다.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에 대해 갖게 되는 거부감이 '색깔론'으로 이어지는, 유치하고 진부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나는 끝까지 인내와 아량을 고수했지만 그분의 말을 통해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에게서는 <조선일보> 냄새가 풀풀 났다. 오랜 세월 수구 족벌언론의 주술에 세뇌되어 '마법의 성' 안에 갇혀 살고 있음이 너무도 역력했다. 그에게는 전교조에 대한 '적의'만 있을 뿐 전교조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교육 목표'들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에 관한 구체적인 인식은 아예 없는 것 같았다. 따라서 교육현실에 대한 전교조의 문제제기에 상응할만한 '비판정신'이 그에게는 근본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다.
내가 파악하건대 전교조의 핵심적 동인(動因)은 '비판 정신'이다. 비판 정신은 올바른 시민정신의 토대다. 비판정신과 시민정신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현실 안에 갖가지 형태로 도사리고 있는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문제들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의 눈을 가져야 한다. 통찰의 눈은 당연히 모순과 부조리, 부당한 것들을 개선하기 위한 뜨거운 의지와 노력을 견인한다.
부당하고 엄혹한 군사독재 체제하에서 시민정신의 뜨거운 자각에 의해 태동하게 된 전교조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확립과 교육 민주화 실현'을 목표로 삼는다. '교직원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 민주적 권리 획득, 교육여건 개선'도 주요 목표다.
또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자주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에 앞장설 것'도 다짐한다. '자유·평화·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내 여러 단체 및 세계 교원단체와 연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4대 강령을 표방하고 있는 전교조는 그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한 열네 가지의 '참교육실천강령'을 수립하여 실천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