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검색을 통해 19일간 보도된 김연아-황상민 관련기사 309개를 분석했다
오승주
경마저널리즘이 시작되었다5월 24일 연세대 황상민 교수의 '김연아 교생 쇼' 발언이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309개의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하루에 16.3개). 네이버 뉴스검색 결과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는 총 90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 2회 이상 보도한 곳만도 65곳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 계열(<조선일보> <스포츠조선>)과 <동아일보> 계열(<동아일보> <주간동아> <스포츠동아>)에서 이 이슈에 가장 관심을 많이 나타내고 있었다. <조선일보> 계열은 20개의 기사(6.5%)로 가장 많았고, <동아일보> 계열은 19개(6.1%)로 바짝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기사의 내용이다. 김연아는 고려대학교 체육학과 4학년이며, 황상민 교수는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이다. <조선일보> 계열의 기사를 보면 황상민 교수의 입장을 은근히 대변하고 있고, <동아일보>는 김연아 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고려대 김연아 측의 입장을 반영한 <동아일보> 계열의 기사2012-05-25 스포츠동아 '김미화의 여러분', "김연아, 교생실습은 쇼한 것" 발언 논란
2012-05-25 스포츠동아 김연아 소속사 "교생실습, 쇼라니 어이없어… 조치 취할 것"
2012-05-25 스포츠동아 진선여고 교사 "김연아, 안타깝다…사실 확인 좀 해달라"
2012-05-25 주간동아 [사회] "'쇼'라 해도 좋아요 교생실습 한 번 더 안 될까요"
2012-05-26 스포츠동아 김연아 측 "마음의 상처 커… 편안하지 않다"
2012-05-26 스포츠동아 김미화, 결국 김연아에 사과…누리꾼 "황상민 교수도 해야!"
2012-05-27 동아일보 김연아 법적 대응, 황상민 논란에 김미화 "연아 미안"
2012-06-06 동아일보 김연아, 황상민 교수 고소… "교생실습이 쇼? 명예훼손!"
2012-06-08 동아일보 황상민 교수 "김연아 고소는 강용석이 최효종 고소한 것"
2012-06-08 스포츠동아 황상민 교수 "김연아에 사과? 할복이라도 할까"
2012-06-10 스포츠동아 강병규 "황상민 교수, 비겁하다…초등 수준"
2012-06-11 동아일보 [박동희의 입장] 김연아, '국민요정인가, 동네북인가'
2012-06-11 스포츠동아 황상민 교수 "김연아이기 때문에 쇼" 강경 입장
2012-06-11 스포츠동아 황상민 교수 "김연아, 고소 취하도 쇼… 인격 살인"
2012-06-11 스포츠동아 황상민 교수 "김연아, 사람 우습게 생각… 나이 들면 불행해질 것"
연세대 황상민 교수 측의 입장을 반영한 <조선일보> 계열의 기사 2012-05-24 조선일보 황상민 교수 "김연아 교생실습은 특혜"
2012-05-25 스포츠조선 김연아'명예훼손'-황 교수'핵심 무시', '쇼' 논란은 법정으로
2012-05-25 조선일보 김연아 측 "허위비방 참을 수 없어 고소…진정성 있는 사과해야"
2012-05-25 스포츠조선 황상민 교수 '김연아 교생실습은 쇼' 발언, 논란의 본질은?
2012-06-06 조선일보 김연아, '교생실습 쇼'라 비판한 황상민 교수 고소
2012-06-06 스포츠조선 김연아, 결국 '교생실습 쇼' 황상민 교수 고소
2012-06-08 조선일보 고소당한 황상민 교수 "내가 할복자살이라도 해야하나"
2012-06-08 스포츠조선 '김연아 쇼'파문 황상민 교수 "더 사과? 할복이라도 해야해?"
2012-06-11 조선일보 황상민 교수 "김연아, 고소 취하하겠다는 것도 쇼다"
2012-06-12 스포츠조선 황상민 "김연아, 전형적 소년성공…불행 가능성" 발언 논란
조선-연대, 동아-고대 대리전... 그리고 보수언론의 쾌재
<동아일보>는 전체 19개의 기사 가운데 가치판단을 하지 않은 팩트 위주의 기사가 단 4개밖에 없었고, 대부분 김연아의 입장에서 제목을 뽑았다(<'김연아 비판' 황상민 교수, 11일 채널A '쾌도난마' 출연> 따위). 이번 논쟁에서는 명백한 잘잘못이 잘 보이지 않으며, 양측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미묘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겉으로는 양측의 입장을 고려한 듯 보이지만, 은근히 황상민 교수 측 입장을 실어서 내보냈고, 공격의 빌미가 될 만한 대목은 완곡한 표현으로 비난의 여지를 줄이는 정성을 보였다.
예컨대 6월11일자 <스포츠동아>가 작성한 기사
<황상민 교수 "김연아, 사람 우습게 생각… 나이 들면 불행해질 것">은 제목만 봐도 화가 난다. 실제로 미디어다음에 올라간 기사에는 60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 황상민 교수에 대한 비난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
<황상민 "김연아, 전형적 소년성공…불행 가능성" 발언 논란>이라고 제법 담담하게 표현했다. 미디어다음에 올라간 기사에는 63개의 댓글이 달렸다. 물론 미디어다음에서 <스포츠동아>의 기사를 메인으로 올렸기 때문에 댓글에 차이가 심했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언론사 중에서 네 번째로 많은 기사를 작성(10개)한 <오마이뉴스>의 5월 29일자 보도(
<조선><동아>, '김연아 논란' 왜 벌이나 했더니...)를 보면 이 사연이 대략 드러난다. <오마이뉴스>는 "고려대와 중앙고 등을 운영하는 사학재단 고려중앙학원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공석 중인 이사장에 김재호(48)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전격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김재호 신임 이사장과 김병철 총장은 친인척 관계(오촌 간)로, <동아일보> 사주 일가가 고려대의 재단과 학교의 전면에 나서게 된 셈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연세대와 깊은 유착관계에 있다. <조선일보> 방우영 상임고문은 지난 2월 연임에 성공해 벌써 16년째 연세대학교의 이사장을 해오고 있다. 연세대는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27일 기독교 4개 교단(예장통합, 감리교, 기장, 성공회) 파송이사를 2인의 기독교계 이사로 축소하는 정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선일보> 이사회가 연세대를 장악하기가 더 쉬워진 환경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조선-중앙의 대리전 양상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보수 언론에게 이 사건은 꽃놀이패라는 점이다. 극우 성향에 가까운 언론과 관영 언론(<스포츠동아> <스포츠조선> <조선일보> <매일경제> <세계일보> <뉴스1>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MBN>(<매일경제> 계열) <문화일보> <연합뉴스> <한국경제TV> <주간동아>) 14곳이 이 사건에 대해서 내보낸 기사는 무려 75개로 전체의 24.1%에 달한다. 기사 4개 중에서 1개는 이 신문사에서 작성되었다. 종북 논쟁으로 역풍을 맞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내곡동 사저 면죄부 파문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청와대와 검찰에게는 황상민-김연아 사건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많은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가장 정치적인 기사는 정치 기사가 아니라 바로 연예 기사와 스포츠 기사임이 이번에도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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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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