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직접고용? 반가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언로보도 보고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찾아갔더니...

등록 2012.06.13 10:43수정 2012.06.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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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연합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장영은 기자가 '현대차, 사내하청 한시근로자 직영계약직 채용'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올린 것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조 누리집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내용을 보니 좋은 내용 같았습니다. 2012년 2월 23일 현대차는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최종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혹여, 불법파견 판결이 난 후 조치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합뉴스 기사는 "현대자동차는 사내하도급인 사내하청업체 소속 1천500여 명의 한시계약 근로자를 현대차의 직접계약 근로자로 채용한다고 11일 밝혔다"고 전합니다.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까요? 연합뉴스는 "그동안 이들은 현대차 정규직의 사고 근로자(노조 상집간부, 산업재해, 공상, 근골격계, 휴직, 해외공장 지원 근로자 등)를 일시 대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대차는 갑자기 왜 태도를 바꾼 것일까요. 저는 지난 2000년 7월 초부터 현대차 사내 하청에 일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3월 중순께 이유도 모른채 권고사직형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렇게 10여 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에서 일해왔고, 3번의 업체가 바뀌는 경험은 했어도 이번처럼 '현대차가 직접고용 한다'는 일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1564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하겠다고 하네요. 연합뉴스는 현대차로부터 받은 정보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었습니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오는 8월 2일부로 발효되는 개정 파견법과 관련, 사업주의 직접고용 의무를 강화하는 '파견법 제6조 2항'에 따라 한시계약직과 일용공 등 사내하도급 내 근속 2년 이하의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사내하도급 소속 한시계약 근로자를 현대차 소속의 계약 근로자로 직접 채용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비정규직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에 일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는 현대차 누구 이야기를 듣고 글을 썼는지 궁금해서 연합뉴스 장영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차 홍보팀에 연락해서 알아보세요. 현대차 누구와 연락해서 취재하고 기사 썼는지 밝힐 수 없습니다. 그건 기자의 철칙이고 원칙입니다. 잘 알면서 왜 그러세요?"


현대차 울산공장 홍보팀에 연락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에서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다고 했는데,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게 아니라 연합뉴스 기자가 물어와 대답해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조금 잘 못 보도한 게 있는데요. 2년 이하 뿐 아니라 2년 이상도 가능합니다."


저는 왜 2년 이하만 되고 2년 이상은 안되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는데 그렇게 답하니 더 이상 질문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비정규직 노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기사 내용 그대로라면 환영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아간 비정규직 노조에선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2년 이하 사내하청 계약해지 진행상황' 내부 문서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변 기자님이 잘 몰라서 그런데요. 이건 큰 일입니다. 8월 2일이면 파견법 수정안이 발효됩니다. 6조 2항에 보면 8월 2일부터 불법파견이면 하루를 일해도 정규직 전환이 되도록 돼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점을 노린 것 입니다. 8월 2일 되기 전에 2년 미만 한시하청을 정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직접고용이요? 말이 좋아 직접고용이지 현대차가 직접 대체인력을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업체에는 6월 11일 치로 계약해지 공문을 발송했고요. 7월 12일 부로 종료됩니다. 2년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업체를 강제로 계약해지하고 현대차 직접고용 인턴제 등록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인턴제지 '일당 아르바이트'입니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한 달짜리 근로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일당을 얼마로 쳐 주겠다는 내용과 다시 근로계약 체결이 없으면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내용도 있고, 근무시간, 손해배상문제도 있었습니다. 대체인력 조항도 있었습니다.

'7. 근로계약 기간 중이라도 원청의 사정상(원청회사 근로자투입, 산재환자 복직 등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에 의거 한 공정의 축소, 폐지등으로 인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 할수 있고, 이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

현대차가 하청업체를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있는지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는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걱정어린 글귀가 다수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한시하청'으로 올린 글 입니다.

a  현자노조 임단투 출정식날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본관 쪽을 바라보고 있다.

현자노조 임단투 출정식날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본관 쪽을 바라보고 있다. ⓒ 변창기


"답답하네요. 어제 근무 중에 뉴스를 봤습니다. 업체에서 한시자리 나서 근무한지 겨우 1년넘었는데 뭔가 꺼림직한 내용이더군요. 직영계약직. 인턴...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말인지... 그나마 업체에서 한시자리 다 끝나도 유동적으로 빈자리 왔다갔다했는데 직영 인턴으로 가면, 그 기한끝나면 이젠 '빠이빠이'란 말이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슬하에 두 자녀도 있는데 그나마 업체 정규직 자리라도 꿰차볼라고 날고 기던 나날들이 아쉬울 뿐입니다."

현대차 노동조합과 비정규직 노조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 2년 이하 사내하청노동자 직영기간제 계약음모 중지하라'는 제목으로 현장 곳곳에 벽보를 붙였습니다. 벽보 내용에 따르면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현대차 자본, 사회적 비난 두렵지 않나'라고 전제한 뒤 '사회 양극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비정규직 문제를, 2년 이하 사내하청노동자자에 대한 계약해지와 직영 기간제 계약직 강제 시도는 불법파견을 피해가려는 음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8월 2일 이전 계약해지, 사측 스스로 불법파견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간에 정함 없이 불법파견 노동자 즉각 정규직 전환하라'고 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현대차 회사 쪽에 보낸 공문에서도 '현대차지부는 업체 계약해지 및 직영 기간제 계약직 전환을 중단하고, 2년 이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성실히 협의할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가 현대차 울산공장에 불법파견 노동을 제공한 지 10여 년, 권고사직에 의한 부당해고 당한 지 2년, 12년 세월이 흘렀지만 현대차가 직접고용한다는 소식은 이번에 처음 듣습니다. 그런데 뭔가 모르게 께름칙합니다. 저 또한 직접고용으로 복직되기를 희망하지만 현대차가 업체와 계약해지를 하고 2년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 직접고용한다는 내용을 보면 그다지 환영할 일이 아닌 듯합니다. 8월 2일 수정된 파견법이 시행된다고 하는데 그동안 가만히 있었고 "현대차엔 불법파견 된 비정규직 한 사람도 없다"고 하던 현대차가 어째서 지금에 와서야 부랴부랴 그런 조치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불법파견 문제를 성실하게 해결할 마음이 있는지 묻지 않을수 없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임시 사무실엔 라면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모두 지원품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 2005년부터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구속, 수배, 손배가압류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늘도 라면을 끓여 먹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그런 상황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불법파견 문제를 비껴가려는 일만 저지르고 있는 듯합니다.

a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임시 사무실엔 라면 박스가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임시 사무실엔 라면 박스가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 변창기

#현대자동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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