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때리는 아기 대처법

민준민서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공부1

등록 2012.06.14 20:40수정 2012.06.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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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에서 상처 받은 아이와 부모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는 상진아 박사(<칭찬과 꾸중의 힘> 저자)가 쓴 놀이 대화법. 36개월부터 7세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에게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상처 받은 아이와 부모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는 상진아 박사(<칭찬과 꾸중의 힘> 저자)가 쓴 놀이 대화법. 36개월부터 7세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에게 도움이 된다. ⓒ 랜덤하우스

나는 아들 두 명을 기르는 아빠다.

첫째(민준이)는 35개월, 둘째(민서)는 17개월이다. 2012년 6월 현재, 첫째가 비교적 순해서 동생을 별로 의식하지 않았는데, 30개월 넘어가면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때리고 발로 차고 밀고 하는 버릇이 생겼는지 동생에게 폭력을 심심찮게 쓰는 모습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또는 '아빠 때릴 거야' '이거 던질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동생을 때리지 말라고 다그치기만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분명 첫째의 마음에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을 텐데, 이 부분을 건드려 줘야 동생 때리는 습관이 누그러질 것 같았다.

심리상담사인 상진아 박사는 이때 부모가 대응하는 행동 중에 최악의 행동은 "너는 왜 이렇게 못됐니?" 하고 아이를 지칭해 야단을 치는 경우다. 그러면 아이는 진짜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생각해서 나쁜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

두 번째로 안 좋은 방법은 안 된다고만 하고 대안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민준이는 화가 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동생을 때리는 방법이다. 그런데 동생을 때리지 말라고만 하면 민준이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셈이므로 더 큰 부작용이 생긴다.

그 다음 안 좋은 방법은 아이에게 동생을 때리면 안 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다. 이건 어른의 언어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전달이 안 되고 때리는 현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몇 번 설명을 해줬는데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으로 부모가 오해해 아이를 크게 다그치게 되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이때 분노의 감정, 분노의 대상, 분노하는 아이를 구분해서 다스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른 장난감을 준비해서 민준이의 분노가 민서에게 전달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민서가 민준이에게 자꾸 맞게 되면 민서 역시 때리는 안 좋은 습관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서는 아빠를 때리는 버릇이 생겼다.


'민서 베개'의 등장




"아이들이 뾰족한 것으로 찌르려고 하면, 하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불은 찔러도 돼'라고 말해주어야 한다"는 상진아 박사의 글에 착안해서 '민서 베개'를 만들었다. 민서 배게는 돼지 모양의 쿠션인데, 엉덩이가 큰 돼지가 연상되니 때려도 안 아플 것 같아서 골랐다. 그냥 베개는 느낌이 없으니까 동물 쿠션 같은 것을 하는 게 아이의 동의를 얻기가 쉬울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도 '민서 베개'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교 성장발달 연구 프로젝트 보고서인 <사회성 발달 보고서>(지식채널)에는 민준이 입에서 '민서 베개'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아이가 부모가 제시하는 언어를 모방하거나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면, 아직 그 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대신 부모가 제시해준 단어를 정확히 사용하거나 다른 식으로 응용한다면 부모가 관찰하고 예상한 대로 생각하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사회성 발달 보고서> 78면)

a  동생 민서를 때리는 형 민준이로부터 민서를 지키고 민준이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고안한 '민서 베개' 이 때 중요한 것은 아이 역시 '민서 배게'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생 민서를 때리는 형 민준이로부터 민서를 지키고 민준이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고안한 '민서 베개' 이 때 중요한 것은 아이 역시 '민서 배게'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 오승주


민준이는 처음에는 "아니야! 민서 때릴 거야!"라며 '민서 베개'의 존재를 애써 무시했다. 강요하지 않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민준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서 민서와 있을 때 민준이를 추켜세워주는 편이다. 밥을 먹을 때도 '형처럼 혼자서도 잘 먹는 거지?' 하거나, '형처럼 변기에 쉬해야 하는 거지?' 하면 민준이는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기분 좋아한다. 어느날 민서가 아빠를 때리려고 했다. 그 때 민준이 입에서 내가 그렇게도 듣고 싶어 했던 말이 나왔다.

"민서야, 아빠 때리면 안 돼. '민서 베개' 때려야 되는 거야!"

지금도 민준이는 가끔 베개를 안 때리고 민서를 때리기는 하지만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준이가 민서 베개를 때릴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민서 베개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끼리 만든 용어가 많이 있다. 마주보고 들고 천천히 아이를 쳐드는 것은 '느린 개구리', 아이를 살짝 띄우는 것은 '빠른 개구리', 야외에서 보다 크게 띄우는 것은 '큰 개구리', 이불 위에 앉히고 거실에서 침실까지 옮기는 것을' 이불 버스' 이런 단어를 많이 쓸수록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좋아진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항상 어려운 게 아이들의 감정 처리다. <행복한 놀이대화>에는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민준이가 왜 화가 났을까?" 식으로 표현하면 아이가 대답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아이의 감정을 예측해 "민준이 말을 안 들어주니까 화가 났구나아~~" 이렇게 운을 띄우면 "응"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민준이가 "응"이라는 대답을 자주 할수록 자존감이 커진다. 자신의 감정을 부모가 존중해주고 이해해준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유리그릇처럼 민감하고 까다로운 아이들의 감정에 때로는 지치고 화나지만, 이 때의 감정처리를 잘 해야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고, 이것이 아이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부모가 항상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육아 #동생 때리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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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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