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장성 멋진 풍경의 잔장성
최민성
여행 첫날인 지난해 7월 23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북경(베이징)에 도착해 바로 만리장성을 보러 갔다. 이곳은 흔히 잔장성(棧長城)으로 불리는 곳으로 무너진 장성과 건재한 장성이 어우러져 있어 역사적 풍취를 더 풍기는 곳이다. 세월의 흔적이 더 켜켜이 쌓여 있다고 할까. 험준한 산 능선에 세워진 만리장성을 오르며 나는 연암 박지원이 고북구 산성을 지나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고북구 장성 아래는 바로 날고 뛰고 하던 전쟁터였으니, 지금 사해(四海)는 전쟁을 하지는 않지만 여기 사방의 산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골짜기는 음산하며 매우 어두침침하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히 낀 날씨라 연암의 말이 실감났다. 이 성을 쌓느라 스러져간 사람. 이 성을 지키느라 스러져간 사람. 이 성을 넘느라 스러져간 사람. 안개 속 장성의 모습이 먹먹히 다가오는 느낌이었다(아이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봐서 장성을 잘 이해했다. 뮬란의 적으로 나온 흉노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만 잘 설명해주면 장성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이곳은 유명한 장성 구간과 달리 호젓해서 좋았는데 이번에 보니 벌써 큰 입구를 만들고 길을 다시 닦고 있었다. 금세 다른 유명한 장성 코스로 편입될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개발 지상주의의 중국 문화정책의 아쉬운 점이다(우리나라도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무차별적 개발을 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많이 있다).
동네음식 먹는 공정여행...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