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 녹음실에서 김성식 전 의원과 진중권 교수의 '전방위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권우성
이털남 : 세 번째를 맞은 <전방위 토크> 오늘의 주제는 방금 들으신 대로 어이없는 수사결과를 내놓은 검찰이다. 이름 하여 '검찰 넌 누구냐' 이것이 오늘 세 번째 <전방위 토크>의 주제가 되겠다. 내곡동 사저 사건에 이어서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사건까지, 안면몰수 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은 검찰의 속살을 한번 제대로 벗겨보려 한다. <전방위 토크>를 꾸며 주시는 두 분, 김성식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김성식, 진중권 : 안녕하세요.
☞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 ☞ 오마이TV에서 <이털남> 듣기 이털남 : 한 주 잘 지내셨죠. 두 분 다.
진중권 : 저는 못 지냈다. 바빠서 잠 못 자고.
이털남 : 종강했나?
진중권 : 그렇다.
이털남 : 방학에 들어가면 여유를 찾을 수 있으니 좋겠다.
진중권 : 다음 주 시험 봐야 되고 채점해야 되고 점수 줘야 되고. 어휴. 옛날에는 일년 내내 쉬었는데. 이제는 방학 때만 쉰다. (웃음)
김성식 : 4년 내내 쉬는 사람도 있다. (웃음)
이털남 : 쉬시니 이렇게 이털남을 빛내주시잖나. '검찰, 넌 누구냐' 이것이 주제인데, 대놓고 여쭤보겠다. 검찰, 한마디로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진중권 : 글쎄. 세탁기다. 대통령뿐 아니라 여당의 비리를 깨끗하게 털어서, 빨아서 다음 정권으로 넘겨주는. (웃음) 그런 것 있지 않나, 때가 덜 빠졌는데, '이거 이미 빤 거야' 그래서 다시 빨기도 애매한.
김성식 : 요새는 받아쓰기 선수 같다. 검찰은 조사하는 게 맛이잖나. 조사하는 게 아니라 받아쓰기 선수다. 국선변호인이라는 별명도 생긴 것 같고.
이털남 : 언론보도를 보니 검찰이 아니라 국선변호인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검찰 입장에선 굉장히 치욕스런 표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초한 측면이 있으니. 결국은 아주 오래된, 정치검찰이란 표현이 나오게 되는 것이, 이번 두 사건, 그리고 BBK 가짜편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평가가 별로 기대할게 없을 것 같다는 것이고. 내곡동이나 사찰 건은 정치검찰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 졌다는 평가다. 검찰이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시나?
김성식 : 제가 검찰 출신이 아니고 법 전문가가 아니어서 디테일한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보니 인사에 목을 걸지 않겠나. 아무래도 인사는 정권의 입에 맞는 수사를 담당하고, 거기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승진하고 그렇다 보니 검찰이 전체적으로 독립성을 상실해가는 것 같다. 이번 검찰의 경우에도 가장 문제는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이 되었다는 건데,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간 예는 우리나라에서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털남 : 그때 논란이 컸었다.
김성식 :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문제제기를 했을 정도인데 임명을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지검의 경우에는 부장검사 이상의 검사는 한두 사람 빼고는 다 TK이거나 고대 출신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니 다양성도 잃어가고 강단 있는 사람은 밀려나고. 그렇게 검찰이 엉망이 된다.
이털남 : 진 교수는 어찌 보시나?
진중권 : 저도 같은 분석이다. 사실 이번만이 아니다.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검찰의 행태라는 게 정권의 충실한 개로 활동을 해왔으니까. 제가 황당했던 건 초기에는 특히 국민들을 향한 수사, 촛불이나, PD수첩, 이런 걸 보면 이른바 무리한 기소가 문제가 되지 않았나.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기소들을 했고, 법정에선 결국 다 무죄가 나왔고. 그때 제가 들었던 것은 인사를 할 때 보통 승소율로 평가해야 되는데 이 사람들은 기소율로 평가하는 것 같다.(웃음)
그때하고 지금이 완전 대비가 되는 것이다. 그때는 말도 안되는 것들을, 예를 들어 정연주 사장의 경우 걸게 없어서 말도 안 되는 배임을 걸었다. 결국 무죄를 받았고.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는 누가 봐도 분명한 차명의, 부동산실명자법 위반인데 누가 봐도. 이런 것도 아무것도 나온 게 없고. (사안에 따라) 너무 태도가 다른 거다. 분명히 아무것도 문제가 될게 없는 상황에서 기소했던 사람들이, 지금 기소할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다 봐주고 있다는 거다. 이게 대비가 된다.
이털남 : 방금 재밌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인사를 할 때 승소율로 가지고 따지는 게 아니라 기소율로 따진다. 그런데 그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그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결국 무죄 판결 나서 검찰의 위신을 떨어뜨린 검사가 승진을 했는지 안했는지. 한 번 따져봐야지 될 것 같다.
김성식 : 정연주 KBS 사장을 기소했던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진중권 : 그런 식으로, 한마디로 머슴 새경 주듯이 승진을 시켜준단 말이다.
김성식 : 이번 수사에서 법률적인 문제야 차치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없고. 서면조사가 유행이잖나.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차라리 카톡 수사 하지 그러냐'(웃음) 이런 말이 나온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고, 불법사찰 증거인멸 건을 재수사하면서, 검찰 고위간부가 사즉생의 각오로 하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생불여사에요. 살아 있으나 죽은 거보다 못한. 검찰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준 책임을 누가 질것인가.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또 사건 몇 개의 문제가 아니라 MB의 국정이 전반적으로, 말은 공정사회지만, 이것을 근본적으로 스스로 부정하는, 이런 국정철학의 문제까지 연장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의 기소 의혹, 축소 은폐 의혹이 사회에 준 폐해가 크다.
이털남 :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이 검찰이 그동안 보여줬던 행태를 보면, 특히 정권 말기에 보면, 대부분 그래도 기우는 달에 대해서는 단호했던, 그런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김성식 : 김현철 사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털남 : 그렇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권은 아직 기우는 달이 아니어서 그런 수사 결과를 내놓는 건지, 아니면 검찰이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기우는 달과 같은 생각이라고 봐서 그런 건지. 아직도 정권 말기인데 정치검찰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 권력에 충성하는 그런 행태. 이건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김성식 : 통상적인 문제를 떠나서 검찰의 주요 구성원 자체가, 인맥, 고향, 학맥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과거 정부에 비해 너무 한쪽으로 쏠려있는 게 큰 문제다. 사실 보수언론이 만든 종편에서도 한상대 검찰총장의 장인인 박정기 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씨와 30년 지기다. 민간인 불법사찰 팀은 대구경북라인이고 내곡동 팀은 고려대 라인이다, 이런 보도도 했다. 학연, 지연 이런 게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는 현실, 과거 검찰이 정치검찰로 불렸던 것과 별개로 너무나 검찰 스스로를 타락시키는 것이다.
이털남 :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권 말기에 이른바 검찰의 배신을 염려를 해서 인사를 통해서 틀어주고 있다, 이렇게 봐야하나.
김성식 : 그렇게 관측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지금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원래 서울보검장 출신인데, 서울보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보다 높다. 서울중앙지검이 아무래도 직접적인 일선 수사를 하니까 가서 권력을 관리해주고. 그리고 바로 검찰총장으로 발탁을 하는. 물론 제 말이 한쪽 측면으로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업자득 아닌가.
이털남 : 진 교수는 어떻게 보시나.
진중권 : 학습 효과 아니겠는가. 각하가 자기관리를 잘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검찰 내에 차기정권이 교체될 것을 대비해서 그쪽과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도 없고. 지금 박근혜 대세론이 형성되어있는 차원에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니,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고. 박근혜의 경우에는 차별화도 있겠지만, 정권재창출을 위해 같이 가야 하니까. 또 사안마다 좀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곡동은 괜히 건드렸다가는 좀 위험하고, 민간 사찰은 '나도 받았다'는 식으로 희생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국정조사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특검 수용이나 국정조사 수용을 이야기하는 건 선거를 위해서 박근혜 측이 선을 좀 긋는 것이다.
이털남 : 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거칠게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 이런 수사를 내놓아도 민간인 사찰 건이나 내곡동 문제에 대해서 박근혜 위원장도 대략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검찰이 이렇게 한 것이다?
진중권 : 저는 그렇게 본다. 이분들이 걱정하는 것은 행여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얼굴을 세우는 것만 생각할 뿐이고, 특검. 다만 국정조사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고, 또 하나는 올림픽이 중간에 걸려있다는 거다. 지금 정치적으로 받는다고 해도 올림픽 지나면서 싹 정리 될 것이니. 그러니까 여유롭게 받아도 좋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 아닌가 싶다.
김성식 : 국민적 의혹이 굉장히 분명하고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때, 설사 가매장은 가능해도, 영구매장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점은 현재의 정권과 검찰 수뇌부 간의 과거보다 더 지나친 연계 고리. 이런 걸 중심으로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고,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뭔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나. 지난 내곡동 문제나 보면 국민이 납득할 수 없으니 제대로 밝혀라, 권재진 법무장관도 물러나라, 이런 이야기도 했던 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을 잘 봐야한다. 정의롭게 검찰권을 이용하고, 공정하게 인재를 운용하는 것은 보수진보를 가릴 것 없이 제대로 된 정의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잖나. 보수의 가치를 위해서도, 박근혜의 태도 이런 것이 오히려 정의의 관점에서 잘 풀어 나가면 전화위복도 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현병철 국가위원장의 연임 제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이털남 : 시민사회가 시끄럽다.
김성식 : 이분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있을 때 불법사찰이 문제가 되어서 인권위원회에 올라갔다. 그런데 각하 결정을 내린 사람이 현 위원장이다. 이런 사람을 다시 임명하기 위해 청문회 해달라고 제청한 대통령도 문제지만. 이렇게 올라오면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건 말이 안 된다, 다른 사람을 보내라, 하면서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바로 잡아 나간다면, 차별성이라는 정치적 정략을 넘어서서 '국정을 그래도 정부가 정의의 관점에서, 보수의 관점에서 노력하는 구나' 이런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새누리당의 행태를 보면 굉장히 바보스럽다. 그 다음에 국정검사나 특검 이야기를 하자면, 불법사찰이나 은폐 문제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는 국정조사 건이다. 단순히 위법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공직 기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청와대와 관계 부서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 따져봐야 하는 건이기 때문에 입이 열 개라도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는 건이라고 생각한다. 내곡동 사저 건은 아주 간명한 구조이기 때문에 특검으로 가도 좋다고 본다. 새누리당 정신 차려야 한다.
이털남 : 그러니까 내곡동 건은 특검으로 가더라도,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은 국정조사를 꼭 해야 한다고 보시나.
김성식 : 그걸 새누리당이 주도해야한다. 오히려 뜸들일 때가 아니다.
이털남 : 김성식 전 의원 말씀에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병철 인권위원장 체제에서 불법 사찰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새누리당은 총선 전이었지만,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검찰 재수사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새누리당의 진정성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가 현병철의 연임에 동의하느냐 마느냐, 만약 연임에 동의한다면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서 새누리당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진정성을 담은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는 그런 틀도 하나가 성립이 되는 것 아닌가.
김성식 : 그래서 말이다. 청문회까지 해서 나중에 낙마하는 그런 모습이 결국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이 부적합하니 바꾸라고 딱 청와대에 전달해야 한다.
이털남 : 청문회까지 갈 것도 없다?
김성식 : 인권 경력이 뭐가 있겠나. 지난 몇 년 동안 그 많은 인권이 관계자가 그만두고 그 안에서 난리도 치고.
진중권 : 수상자들이 수상을 거부하고, 국가인권지수가 떨어지고 있잖나. 구체적으로.
김성식 :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약점을 들자면 인권,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느냐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잖나. 이번 기회에 확 전환을 해야 한다.
이털남 : 제가 이전부터 갖고 있던 의문이 있어서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여쭤볼 기회가 있었는데, 사법부에서는 예로 우리법연구회라는 모임이 있다. 법리를 연구하는 모임이기도 하지만 사법부가 잘못 가고 있다면 입장표명도 하고 그러는데, 검찰은 그런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모임은 떠나서, 강단 있는 검사조차도 없다고 하는 이야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법부는 더 개방적이고, 그런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검찰은 사법부와 뭐가 달라서 이런 모습조차도 안 보이는가. 이것은 명예와 관련된 문제이다. 검찰의 분위기. 체질과 관계된 문제 아닌가.
진중권 : 제가 보기에 판사들과 검사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정치적 결착도라고 해야 하나. 검사들 같은 경우 승진에 국가권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그에 반해 사법부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인사과정이라든지, 결착되어 있을 때 그 파급력이라든가. 우리는 검찰과 정권이 결착되어 있는 걸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이털남 : 근데 신영철 대법관은 아직도 버티고 있잖나. (웃음) 예외적인 경우라고 봐야하는데.
진중권 : 그러니 욕을 먹지.
김성식 : 검찰은 검사동일체란 개념이 있다. 검찰은 한 몸이란 건데, 국가소추를 대행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인 지휘 명령체계가 강하고, 법원은 한 분 한 분이 독립적으로 나름대로 사건을 판결해 나가는 그런 것인데, 근본적으로 검사 내부에서 강단 있는 검사가 내부고발이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기대하는 건 기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검찰까지 그렇게 하는 것은 과연 안정적인 조직 운영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가운데에 뭔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권력비리라고 할 지라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런 분들이 존중받고 인사 상 불이익을 안 받는 그런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 인가의 문제다. 국회에서도 검찰개혁 논란이 생기면 인사위원회 개편이라든가 특수 수사청이든 공수처든 따로 빼자는 등 많은 논란이 있지만, 국가소추주의라는 법률적 장벽에서 논의가 잘 진전이 안 된다. 이 것은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떠나서, 검찰을 살리기 위해서도 검찰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답을 내야할 시점이다.
진중권 : 미국도 그런가. 특검을 이렇게 남발하는 나라도 있나 싶다. 특검을 몇 십 년 만에 큰 사건 터졌을 때나 가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상시 특검 체제다. 보면 항상 특검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털남 : 소득도 없었다.
진중권 : 이럴 바에야 특검을 상시로 돌리고, 검찰들은 자잘한, 정치적 의미가 없는 사건들을 맡게 하는, 이런 게 낫지 않나하는 생각까지 든다. 기본적으론 검사라고 하면 사법정의를 세운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전문영역이 있지 않나. 그 전문영역에서의 활동, 예를 들어 참 기소하기 어려운 사건인데 기소를 했다든지, 파헤치기 힘든 사건이었는데 결국 파헤쳤다든지, 나중에 끝까지 승소를 끌어냈다든지, 그런 부분에서 능력을 평가받는 게 아니라, 지금 보면 땡처리 주는 것 아닌가. 정권에서 덮을 것 덮어버리고. 이런 식으로 평가를 받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그것만 세우면 아무리 국가에서 임용을 하더라도 기관이 갖고 있는 상대적인 자율성이란 게 있는 거다. 그런 것이 안 보이니, 아까 말씀하신 대로 받아쓰기가 되어버린 이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싶다.
김성식 : 대통령이 잘해야 한다. 우리나라 같은 대통령제의 나라에서는 권력 운용의 절제력도 필요하고, 권력집행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은 하는 것도 조치만 균형을 잡아야하는데, 현 정부 들어와서 검찰 관련 인사, 감사원장 인사를 보면 참 답답하다. 지난 번에 감사원장에 민정수석 출신인 정동기 전 수석을 밀려다가 그때 한나라당에서 저도 난리 치고 홍준표 대표도 난리치고 해서 막았는데, 아니 대통령이 민정수석 출신을 법무부 장관으로 강행임명하고, 또 한 사람은 국가적으로 독립되어있는 감사원장을 민정수석 출신으로 임명을 하려고 하니, 여기서부터 꼬이니 밑에 조직이 다 엉망이다.
검찰들도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요즘 검찰총장 나이가 굉장히 젊어졌다. 지금 한상대 총장이 53세다. 예전엔 그 정도 나이면 중견 간부였었는데, 정권 바뀌면서 늘 그만두고 이렇게 되면서 나이가 상당히 젊어져 있고, 국세청 같은 곳 보면 고위간부들 나이가 굉장히 젊어져 있다. 이점은 향후 보수니 진보니를 떠나서 국가운영을 반석위에 세운다는 입장에서 정말 정의롭게 할 수 있는 약속들 각오들, 그런 것들을 다음대선후보들 사이에서 분명하게 던져지고, 그것이 검찰 내에서의 검찰의 자정기능, 자존심으로 이어지는 게 필요하다. 이건 체면이고 뭐고 없는 수사발표 아닌가. 5000만원 관봉으로 줬다는 그 돈마저도 숨진 장인한테 받은 돈을 주무관한테 전한 것에 불과하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진술을 가지고 무혐의 처리하는, 이런 체면도 없는 수사하는 검찰 스스로가 딱하다. 이걸 바로 세워야 한다.
이털남 : 관봉 같은 경우 류충렬 전 복무관리관의 장인한테 받았다는 것을 검찰은 '믿을 수는 없으나 확인할 길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진중권 : 이번 정권 들어 심해진 것이 리더십에 대한 철학의 문제다. 아까 그런 말씀 하셨지 않나. 민주주의에 대한 관념이 없어 보인다. 쉽게 말하면 민주주의라는 게, 자신이 아무리 권력을 잡고 있어도, 사법부도 있고 다른 곳도 있고 하니 그 곳들이 나름의 상대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굴러가도록, 그 가운데 조율하는 게 리더인데, 그게 아니라 자기 사람 보내서 중앙 집권 식으로 꽉 잡아서 통치를 해버리는, 이런 3공, 5공식 관념들을 갖고 있다 보니까,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나름 발전해 온 부분이 있었는데, 이게 다시 다 과거로 돌아가 버린 부분이 있다.
이털남 : 반문 삼아 이런 질문을 드리겠다. 그럼 노무현 정부 때 권력기관을 손에서 놓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검찰 권력을 손에서 놓고 핸들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검찰이 노무현 정권 때 정치적 행보를 안보였느냐. 그렇지도 않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가.
김성식 : 노무현 정부 때는 법무부장관에 정치인들이 관계를 했었다. 강금실, 천정배 장관. 강금실 장관의 경우 임명하면서 검찰이 중립적으로 자기 역할을 잘해주길 바랬으나 검찰 내부의 논리와 충돌했었던 그런 기억이 있다. 어쨌든 노무현이 아예 검찰에 손을 놓았는가 보면 확인할 길은 없고, 비교적 검찰 스스로가 자기자리를 잡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검찰을 운영했던 건데, 현 정부 들어서는 도가 지나쳐도 너무 도가 지나쳐. 생불여사의 검찰이 되어 버렸잖나. 그것은 인사권과 관련해서 민정수석을 자꾸 주요기관에 집어넣으려는 시도에서 드러나듯이, 국정을 정의롭게 하기 보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일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일을 하는데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과거정권의 사례를 두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냈으면 좋겠다.
이털남 : 진 교수는 어찌 보시나.
진중권 : 그때 인상적인 장면이, 일선 검사와 대통령이 TV토론을 하고. 대통령이 열 받아서 '막가자는 것인가' 하고 이야기하고. (웃음) 어느 정도 갈등이 있었다는 건데, 이제는 다 사라져 버린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하려고 했던 검찰 개혁은 사실 실패한 거고, 그게 이번에 극명하게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이털남 : 이렇게 볼 순 없을까. 정치검찰이. 앞에 붙는 정치라는 의미를, 정치권력에 종속되어 있다는 소극적 해석을 할 것이 아니라, 검찰 자체가 하나의 정치 집단화되어 자신들이 가진 수사권을 가지고, 특정 사건을 조율해서 내놓았을 때 정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판단을 너무나 쉽게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예를 들어 우리가 이렇게 만들어서 터뜨리면 정국을 조정할 수 있다, 죽일 수 있다는 이런 판단이 정치화되어있는 판단이 아닌가.
김성식 : 사례를 들어서까지 설명할 능력은 없지만 저도 동의한다. 어느 특정한 공안사건이 가지는 정국에서의 파장은 매우 크다. 그런 계산들도 검찰 수뇌부가 늘 해온 것이니까. 심지어 지지난 김대중 정부 집권 후 누가 시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야당 국회의원들 빼오기를 하는데 검찰이 동원되었다. 그런 걸보면 검찰이 참 갈 길이 참 멀다.
이털남 : 여기서 샛길로 빠져서, 부질없는 질문인 걸 아는데. 만약에 4.11 총선에서 야당이 이겼다면, 검찰이 내곡동 사건과 민간사찰 사건에 이런 결과를 내놓았을까.
진중권 : 달랐을 것이다. 아까 말하고 싶었던 건. 종북 논란 있지 않나. 제가 볼 때 검찰이 쓸데없는 정치판단을 한 것 같다. 부정 부실 선거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땐 이것이 통진당 내부에만 있는 건 아니다. 민주당, 새누리당, 이런 저런 당에 다 있다. 기본적으로 정당 내부의 문제다. 선거법 저촉 받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걸 치고 들어와서 분위기를 꼬이게 만드는, 그 결과 뉴스만 열면 무조건 종북, 종북, 종북,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고. 이런 것들은 (검찰이) 자기 나름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을 것 같다. 분위기가 이렇게 된 건 4.11 영향도 있다. 그들이 졌다면 나름대로 수사를 했다는 뭔가는 보여줬을 건데.
김성식 : 저는 똑같을 것이라고 본다. 아까 말씀드린 검찰 수뇌부의 구성, 인사에 누적된 것들, 그런 걸 보면 똑같았을 것이다. 얼마나 형사소추가 가능한지를 떠나서, 내곡동 사저 건이든 사찰 건이든 민정수석실관계든. 아니, 일심충성문건에 나오지 않나. 저는 사실 이번 사건 중 황당한 게 은폐조작에 대해 발표를 했지 않나. 그 중심이 되는 그 문건 08년 8월 28일날 만들어졌다는, 비선을 통해서, VIP, 일심충성을 한다는, 그 문건을 누가 승인해주고, 누가 실제로 국정의 한축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결과 발표가 없잖나. 저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4.11 총선에 결과에 따라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아예 특검을 각오했을 것이라고 본다. 내곡동 수사 건을 보면, 땅값을 아들에게 좀 싸게 해준 것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이 무혐의로 처리하면서 조금 찔리니까 감사원에 토스를 했다.
이털남 : 굉장히 희한한 장면이다. (웃음)
김성식 : 저는 대한민국 검찰에서 유무죄의 여부에 대한 판단을 감사원에 맡긴 경우는 기억에 없다.
이털남 : 저도 역사적으로 기억이 없다. 비슷한 사례를 본 기억이 없다.
김성식 : 보통 감사원이 우리가 조사를 해보니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지 않나.
이털남 : 거꾸로 되어 있다.
김성식 : 이런 정도로 했다는 것은 특검을 하든 뭘 하든 어쩔 수가 없다. 문건은 일심 충성 문건 아니었냐. 검찰은 일심으로 틀어막기 수사를 한 거다.
진중권 : 수사결과를 다들 예상은 했다. 대단한 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에도 못 미친 거 아닌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막가자는 건지. 보통 수사의 모양새는 갖추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날것 그대로 나와 버리니까.
이털남 : 소위 발가벗었다고 비유를 한다.
진중권 : 발가벗고 배 째라고 이야기 하니까 황당하더라.
이털남 : 전에 검찰문제를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하셨던, 금태섭 변호사와 한번 턴 적이 있었는데, 그러면 이 검찰을 어째야 하나 질문을 드리니, 어떤 대답을 하셨나하면 '검찰을 별 볼일 없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검찰처럼 막강한 조직을 가진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기네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 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게 검찰만 틀어지면 국정을 운영하는데 유리하고 불리하고가 결정이 되니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검찰이 어찌해봤자 정국에 영향을 안 미칠 정도로 검찰을 별 볼일 없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수사권의 상당한 부분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지휘만 하고, 그렇게 견제하는, 그런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이 아이디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신가.
진중권 : 그건 전문적인 지식이 좀 필요하다. 얼마 전에 경찰과 검찰이 싸우는데 전 의견을 갖기가 어렵더라. 내부 사정을 잘 모르고, 또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고려해야 될 다른 변수도 상당히 많다. 답변 드리기가 어렵다.
김성식 : 저는 검찰개혁의 근본적 방향에 대해서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법전문가는 아니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대통령부터 제대로 하면 임기 두 번 정도 제대로 하면, 이렇게 자존심도 다 떨어지고 이런 검찰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로 검찰 인사제도를 어떻게든 개편을 해서 제대로 수사하시는 분들, 정치 바람을 안타고, 무리한 기소하지 않고, 앞잡이 노릇 안하는 사람들이 검찰을 지켜나갈 수 있는 이런 구조로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할 것 같고. 검찰이 꼭 기소해야 되는 사건을 기소하지 않았을 경우, 이 점에 대해서 검찰 외부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한다거나 거른다거나.
이털남 : 일본식 모델이다.
김성식 : 그런 것들을 통해서, 금태섭 변호사가 검찰 경험을 통해서 말씀하셨듯이, 국가소추주의와 검사동일체 원칙을 중심으로 해서 검찰이 이렇게 너무나 큰 권력을 가진 것에 대해 시민적인 통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털남 : 김성식 전 의원님은 법사위원은 물론 아니시긴 했지만, 국회에서 사법제도 개혁 특위도 만들어 가지고 여러 가지 개편을 강구하고 했지만, 그전에도 역대정부에도 있었다. 검경수사권조정문제도 있고 했는데, 다 좌초가 되었다.
김성식 : 노무현 정부 때는 거의 타협지점에 왔다가, 경찰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니까, 그 때 노 대통령이 검경수사권을 적정한 수준에서 분리를 해서 검찰 개혁을 하려고 한 건데, 교통사고라든가 그런 부분을 좁혀서 수사권 논의를 하니까 경찰이 너무 많은 요구를 하다가 그때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제가 들은 적이 있고. 현 정부 들어와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그 때 저는 경찰 편을 좀 들었다, 수사 개시권 문제였다. 경찰이 일반적으로 수사 개시를 하지 않나. 경찰이 수사개시를 할 때 검찰은 수사개시부터 통제를 받으라는 입장이었고, 경찰은 조사를 해보다가 기소 거리가 있을 때에 검찰하고 상의해서 검찰의 지휘를 받겠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그 때 제가 경찰 편을 든 적은 있었다. 이건 검찰개혁의 본류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이 기회에, 검찰이 바로 설 때 국민들도 법률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논의를 제대로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털남 : 뜬금없는 질문인데,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 아닌가.
진중권 : 각 당에서 검찰 출신 공천 안 주기로 하고. (웃음) 영화에서 보면, 정의로운 검사 상 같은 게 있지 않나. 어떤 억압에 굴하지 않는 그런 상들, 나라마다 그런 게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 검사하면 떠오르는 것이 곧바로, 정치권 나가서.
이털남 : 아니면 스폰서 검사나.
진중권 : 떡검. 재밌더라. 가진 분들은 검사 동생한테 원조교제하는.
김성식 : 그런데 밤새워서 일하는 좋은 검사들도 있다. 마약사범을 제대로 단속하기 위해, 불법 외환 사건 같은 것을 막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일하는 그런 검사도 많다. 이런 검사들이 이번 잘못된 수사, 납득할 수 없는 수사에 최대 피해자가 아닌가 싶다.
이털남 : 또 쓸데없는 질문인데, 진 교수님, 영화에서 검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대부분 마약부 아니면 강력부더라. (웃음) 공안부 검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건 본적이 없다.
진중권 : 그 문제는 뭐냐면, 그런 성실한 검사들은 고위직에 접근 못하잖나. 마약 수사 잘해가지고 높은 자리 올라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김성식 : 맞다. 공안통들이 다 해먹고. 역대 정권 다 있었던 이야기기 때문에 이번에 대선주자들이 좀 정신 차리고, 검찰의 정의, 나아가서 국정 전반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고민해 봤으면 좋겠고.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정권을 만들었던 일등 공신, 정두언 의원이 08년부터 권력사유화 논쟁 일으키고, 박영준 전 차관을 아주 지목해서 권력 농단, 이런 이야기를 했지 않나. 사실 오히려 이런 코드인사는 진보 쪽에 맞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생각같이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국정을 해보자는, 이게 어떤 의미에서 진보적 발상이다. 보수적 발상은 고향이 어디든 학교가 어디든 그 일의 적임자를 찾아서 제대로 해보자는 게 보수적 발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더 엉망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불법 사찰에 대한 수사 문제라든가, 내곡동 사저에 대한 수사 문제를 떠나서, 전반적으로 MB 정부가 적어도 정의로운 국정에 관해서는 거의 낙제점이란 것을 재확인 한 것이고, 이게 검찰로부터 터져 나온 것이 이번 건이다.
이털남 : 김성식 전 의원은 최고 권력자의 마인드, 철학을 강조하셨다. 거꾸로 물어보는 게, 왜 그런 퇴행적인 사고에 빠져있는 걸까.
진중권 : 그래서 정치 철학의 검증이 중요하다고 저는 말한다. 저는 이 정권 전에, 누가 들어서도 별볼 일 없을 것, 그동안 쌓아온 우리 사회의 나름대로의 민주적인 질서가 있으니 퇴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인수위 때 보고 깜짝 놀랐다. 기가 막히더라.
이털남 : 민주주의가 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 학자들도 많이 있었다.
진중권 :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는데. 왜냐하면 그 것이 힘들다. 하방 경직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랬는데 갑자기 확 돌아갔지 않았나. 그런 의미에서 리더십이라고 하는, 이 사람의 정치철학이 뭔지 검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외국에선 그게 다 검증이 되지 않나. TV토론에서 중요하게 검증하는 게 그런 건데 우리는 그것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사실은 권력자가 의지를 가져도, 노무현 대통령 보시라. 조직이 거부하면 안 되는 것이다. 양자가 같이 움직여줘야 될까 말까한 건데, 권력부터 그래버리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설사 권력자가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검찰 내부를 보면 이미 인맥들이 엉켜 있고, 그게 안착되어 있다. 너희를 까겠다, 정리 하겠다. 이러면 내부에 굉장한 저항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아예 의지도 없고 철학 자체가 없는,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그러지 않는 걸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런 부분이 문제인 것 같다.
이털남 : 태생적으로 그렇다?
진중권 : 그렇다. 정말 중요한 게 정치철학인 것 같다.
김성식 : 작년 10월에 한나라당에 전면적 소신을 요구하여 탈당하기 전까지는 여당 의원이었지 않나. 민본 21이라는 소장파 쇄신모임을 만들어서 나름 수없이 싸웠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참 제대로 치열하게 싸우지 못했다. 하나라도 뭔가 부러뜨려서 국정을 바로잡게 해줘야 MB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좋은 건데, 저 스스로도 중간 중간 힘들거나 또 눈치를 보거나 한 것이 없는지 반성이 된다.
지금 여러 가지 제도 개혁도 되어야 된다는 점에서 조금도 이론의 여지가 없고, 정말 법에 밝으신 분들이 지금 검찰을 살려주시기를 바라는데, 그래도 매사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차기 대선 주자들, 또 나름 힘 있는 여야의 정치인들이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어떻게 정의롭게 정치할 것인가에 대해서 돌아보고 국민들에게 명료한 약속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저는 내곡동 사저 건도 보면, 검찰이 이렇게 말했지 않나. 땅값이 나중에 오를 것 같아서, 국가만 다 가져가기 힘들어서, 저쪽에 좀 싸게 주면 결국 나중에 땅값이 올랐을 때 보상효과도 있고 해서 '샘샘'이라는, 그런 논리로 불기소를 했다.
이털남 : 저는 검찰이 그런 것까지 고려한다는데 참으로 충격을 받았다. (웃음)
김성식 : 법리적으로 백 번 양보해서 불기소의 이유가 된다고 치자. 이런 문제까지 다 거론될 것을 생각하고 대통령이 사저현장에 가보고 하자고 결정했다는 것 아닌가. 전 경호처장 말에 따른다면. 그러면 적어도 대통령 스스로가 어차피 알려질 일이고, 본인 사저의 문제고, 논현동 집이 경호처를 제대로 둘 수 없어서 한 것이면 오히려 자기 돈을 더 주더라도 한 점의 의혹도 안 남겨야 하지 않나.
그런데 법으로 맞느냐 안 맞느냐 이런 걸 따지고 법적인 면피가 가능한가 이런 걸 따지는 것을 보면 이건 국정이 아니고 비즈니스다. 그러면서 법적인 정의뿐만 아니라 상식적 정의에도 어긋남이 없는지 살펴보는 지도자였어야 하고. 또 비서실장 쯤 되는 사람이 그게 아니다, 그건 법만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사저 문제 복잡한 사정이 있어 논현동으로 못 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된다는, 그런 내부 경종을 울리는 사람도 없다. 직언을 할 수 있는 국정이 아니었단 말이다. 저로서는 여당의원을 하면서 저항도 하고 그러면서 한 건이라도, 정동기 감사원장 건 좌절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여당의원으로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정말 죄송하다.
이털남 : 저도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내곡동 사저에 대해 대통령이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걸 본 적이 없고, 오히려 어제 보면, 내곡동 사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비판이 나오니까 '정치가 원래 그렇다!'는 얘기를 했다. 또 김종익 씨가 갖고 있는 한이 뭐냐면 왜 사과한마디 없느냐는 거다. 다른 건 다 떠나서 일을 저지른 것도 문제이지만 사후 처리 과정에서 전혀 진심을 담아서 국민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이 건 법과 정치를 떠나서 도의에 해당되는 문제 아닌가.
진중권 : 그렇다. 그것이 야쿠자도덕이다. 법의 한계가 내 도덕의 한계다라고 하는. (웃음) 법적으로 안 걸리면 나는 도덕적이다라는 그게 야쿠자이지 않나. 보통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법이 있고 법으로 규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도덕이 있지 않나. 거기에 대해서도 사과할 부분과 안 할 부분을 가려서 하는데. 딱 법 걸려놓고서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그래놓고 난 도덕적으로 떳떳하다는 게 야쿠자 도덕이다. 이번에 보니 BBK 발표문, 이건 검찰이 할 이야기가 아니다. 법정에서 변호사가 빼줄 때 하는 논리지 않나. 뒤바뀌어 버린 부분이고. 그래놓고 봐라, 난 깨끗하다 사과할 것 없다는 소리를 한다.
이털남 :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 아니라 '법 = 도덕' 이다?
진중권 : 그렇다. 요즘 마피아도 불법 안 한다. 다 합법적으로 한다. (웃음)
이털남 : 검찰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검찰은 이미 손을 털었다.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데. 일각의 분석에 따르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바로 시동이 걸릴 것 같지가 않다. 한참 질질 끌 것이다, 라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성식 : 저도 그런 분석을 인정하면서 우려한다. 거듭 말하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 황우여 대표 등은 비단 이 두 건의 사건에 대해서 국정조사와 특검, 사저 건은 특검을 해도 좋다고 보고, 어쨌든 여기에서 능동적으로 행동을 하고, 또 나아가서 그 정도론 안 된다. 국민들에게 보수정치도 제대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국가인권위원장 건은 절대로 못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이렇게 능동적인 자기 변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의 경우는, 대선 가까이에 국정조사를 하는 게 덕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계산을 하는 거라면, 그 계산은 국민들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 계산하기보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와 특검이 이루어지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국정조사는 국회의원 1/4이 발의를 하면 일단은 국정조사 안건이 성립하지만, 국정조사 세부 계획은 본회의 가결사항이다. 여당과도 어느 정도 의논을 해서 실질적으로 되도록 하고, 또 원구성이 되어야 되는 거니까. 원구성 문제도 야당이 나름 유리한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해서 조금 시간을 끄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너무 안 나무라셨으면 좋겠다. 상임위원장 하나가 어떻게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18대처럼 89일 끌고 그런 건 곤란하지만 한 달 정도는 봐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생겼지 않았나. 국정을 바로 잡아야 하고, 검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 잡아야 하는 일이 생겼으니 그런 부분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 점을 단순히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MB와의 차별화를 뛰어넘어서, 좀 화끈하게 나갈 때 국민도 감동하는 것 아닌가. 양당 모두 감동의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털남 : 또 런던 올림픽이 버티고 있어서.
진중권 : 그런데 이런 문제 처리할 때 그런 것을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런던 올림픽이 있는데 거기 가서 우리 일정이 있으니까 좀 미뤄줄래 이럴 순 없는 것 아닌가. 또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대선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놓고 자꾸 싸우다 보니 사안의 본질이 사라져 버린다. 정치적인 싸움 속에서. 더 큰 문제가 언론들이다. 언론들도 누구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떠나서 공익적인 관점, 전사회적 관점, 그리고 원칙적인 관점에서, 해야 되는 것은 해야 된다고 말하고, 정상적인 일정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하는 논조를 지켜야 된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누구한테 유리한가 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정치적인 접근을 해버리데, 그러다보면 본안자체가 사라진다. 합의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여야를 떠나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하는 합의를 떠나서 그 사안에 대해 각각 대립하는 정치적인, 이념적인 해석만 남게 되고, 결국 상대주의가 되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누적되어버린 부분이 있는데, 이번 사안은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일단 국정조사 받을 것들,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거 받고, BBK 같은 것 특검하고, 다른 잔머리 굴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이털남 : 알겠다. 이제 마무리해야 하는데. 검찰이라고 하는 존재는 사실 억울한 국민이 마지막으로 찾아가야 되는 곳인데.
진중권 : 또 하나 조금 전에 생각이 났는데. 국정철학과 관련해서 이번 대선주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정권은 특히 심했고, 이전 정권부터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정치검찰에 대해서, 당신들이 집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플랜을 내놓아라, 하는. 그게 검증 포인트가 되겠다.
이털남 : 알겠다. 검찰이 사실은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은 국민들에게 애물단지가 되어있는 것이 검찰의 위상이다. 결국은 밖에서의 강제적으로 개혁을 촉구해봤자 안에서 호응을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일선의 검사 한 명, 한 명이 국민 속에서 뿌리내리는 검찰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필요하다면 말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애물단지로 전락해있는 검찰의 위상이 바로 섰으면 하는 해묵은 과제다.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이야기로 오늘 <전방위 토크> 세 번째 시간 마무리 하겠다. 김성식 전 의원, 진중권 교수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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