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도 아니지' 노동자들 절망 끝에 결국...

[이털남 274회]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센터 '와락' 정혜신 박사

등록 2013.01.31 15:41수정 2013.01.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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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다. 24명의 사망자가 나온 쌍용차 해고자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한 노동자가 대선 이후 벌써 6명 째다.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죽음을 결코 개인사로 치부할 수 없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자살은 일종의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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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의 집단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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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박사. 사진은 지난 9월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윤민석 음악회-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때 모습. ⓒ 유성호

31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한 정혜신 박사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경우 진압이 살인적으로 이뤄졌는데 그때 노동자들이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다 붕괴된 그런 경험과 내상을 갖고 있다"며 "사람이 심리적으로 바닥까지 가면서 '나는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짐짝보다 못하고 짐승보다 못한 존재구나'라는 그런 느낌들을 집단적으로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신 박사는 심리 치유 센터 '와락'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심리 치유를 담당하고 있다. 정 박사는 "사람이 그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그 이후에 사소한 자극이 와도 '그래, 나는 사람도 아니지, 살 필요가 없는 무가치한 인간이지'라는 식으로 빠르게 연결이 되면서 삶의 끈을 쉽게 놓게 된다"며 "그런 집단적 정서를 공유한 가운데 노동자들 사이에서 죽음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고 노동자들이 사측의 탄압·공권력의 탄압을 겪으면서 끔찍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그것이 그 이후의 삶을 제어한다는 것.

정 박사는 "그런 진압의 트라우마를 1차 트라우마라고 한다면 2차 트라우마는 그런 끔찍한 고통을 받고 가정으로, 자기 이웃과 사는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 받게 되는 고통"이라며 "일상에서 해고 노동자들에게 이른바 '빨갱이'라거나 '왜 자꾸 싸우냐'고 하거나 '만날 투쟁만 하느냐'는 식으로 살아보기 위해서 절박하게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쉽게 말을 던지면서 2차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압을 통해 자존감을 박탈당하고 자기가 믿고 의지해 왔던 투쟁의 정당성마저 부정당하면서 삶의 버팀목을 쉽게 잃는다는 이야기다.


"깊어지는 정서적 상처, 가정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도"

이어 정 박사는 "제가 해고 노동자들을 보고 현장에서 느끼는 정서는 그들이 이미 임계점을 다 넘은 상태라는 것"이라며 "또한 해고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투쟁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무척 많고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져 이런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함께 있다 보니 이 안에서도 서로 힘든 일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소한 것으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가까운 동지들마저 기댈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쁜 마음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 박사는 "가족들도 힘이 들고 해고 노동자의 정서적 상처는 더 깊어지고 악순환이 되면서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며 "쌍용차 해고자 중에서도 지금 이혼을 했거나 별거하는 분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배우자는 물론 아이들까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빠지기 부지기수고 결국 가족 중에서도 심리 치유를 받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편, 정 박사는 "지금 굉장히 중요한 디딤돌이 돼 주는 게 연대를 하고 있는 시민들"이라며 "조금이라도 덜 힘든 시민들이 와서 알아주고 울어주고 같이 조금이라도 머물렀다 가주는 게 이 사람들이 버티는 굉장히 중요한 힘이고 자기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확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털남 #노동자 #자살 #와락 #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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