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명 화천부군수
신광태
"계장님 이쪽으로 앉으시죠" 부군수실로 들어서자, 기쁠 때나 기분이 별로일 때도 늘 표정의 변화가 없으신 부군수께서 손님 접대용 자리로 나를 안내합니다.
습관처럼 노트를 펴는 내게 "아니 메모 하실 필요 없고요"라고 말합니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어느 관광객이 투어 중 겪은 불편사항에 대해 전화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일요일에 관광객들 안내 하셨습니까!" "네, 그런데 어느 분께서 불편하셨던 부분을 말씀하신 모양이죠?" "아닙니다. 어제 우연히 산소길을 갔다가 계장님 일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잘못 짚었구나! 어제 산소길 투어 중 물위도로 난간 한 곳이 느슨해 진 것을 보고 바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어제 산소길이 약간 문제가 있던데 오늘 중으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니, 그게 아니고..."하면서 뭔가 선물세트를 꺼내 놓으십니다.
"이거 별거 아닌데, 어제 집사람과 같이 백화점 갔다가 하나 샀어요." "이게 뭔데요?" "화장품인데, 휴일에 나와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얼굴이 시커먼게 생각이 나서 샀는데 쓰세요" 감격! 아마 부군수는 휴일 지인들과 산소길을 갔다가 관광객을 안내하는 나를 보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생각에서 화장품 선물을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평소 말씀이 별로 없으셨던 분으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은 터라 진심이 더 묻어나는 것 같은 상기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즈음 우리 부서 양준섭 주무관과 정현철 주무관이 싱글벙글한 표정입니다.
"뭔일 있니? 좋은 일 있으면 나도 끼워줘"라는 말에 양주무관은 느닷없이 "계장님! 담배 피우러 가실래요? 라고 말합니다.
난 너희들에게 따뜻한 위로 한마디 못했는데...